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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떠먹여 주는 AI…검색도 필요 없는 시대 성큼 [한세희 테크&라이프]

생성형 AI와 검색의 결합 ‘가속화’…구글이 점령한 기존 생태계 변화
“지식 생산자 보상 체계 정립돼야…AI 기업에 학습 비용 요구 출발점”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검색 시장에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챗GPT(Chat 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이 인터넷 검색의 변화를 예견했다. 궁금증을 해결할 정보를 AI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에지 브라우저에 AI 서비스 ‘코파일럿’을 접목했고, 검색 엔진 빙에서도 AI가 작성한 정보를 검색 결과와 함께 보여준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생성형 AI의 답변을 보여주는 ‘서치 제너레이티브 익스피리언스’(SGE)를 도입했고, 대화형 AI ‘바드’를 ‘제미니’로 업데이트하며 기능을 강화했다.

검색 결과 페이지에 나온 웹페이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쓸만한 정보를 모을 필요 없이 AI가 떠먹여 주는 내용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AI가 정보 떠먹여 주는 시대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검색에 최적화된 ‘아크 서치’라는 앱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개념의 웹브라우저 ‘아크’(Arc)로 주목받는 브라우저 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 검색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일반적인 검색 버튼 대신 ‘브라우저 포 미’(Browse for Me)라는 버튼을 누르면 AI가 가장 연관성이 높은 사이트 6개의 내용을 분석한다. 내용을 몇 가지 주요 항목으로 나눠 깔끔한 새 웹페이지 형태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 현재 몇 개나 궤도에 올라가 있지?’라고 물으니 현재 궤도 위 스타링크 위성 개수와 향후 발사 계획, 위성 인터넷 사업 현황 등 관련 내용들이 망라돼 나온다.

적절한 내용이 담긴 웹사이트를 검색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에 다른 사람들이 직접 답을 달아주는 네이버 ‘지식인(iN)’과 비슷하다. 다만 훨씬 체계적이고 잘 정리된 내용을, 사람이 아닌 AI가 제시해 준다는 차이가 있다.

‘퍼플렉시티’ 역시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에 대해 정리된 텍스트를 출처와 이미지 자료 등과 함께 제시한다.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예견된 검색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이는 검색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지만, 구글 같은 검색 기업에는 걱정되는 일이다. 검색은 정보의 접근과 생산에 혁명을 일으켰다. 검색 결과 사이에 광고를 넣는 ‘검색 광고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과 신사업, 지식과 상품 정보의 확대 재생산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 이 생태계의 지배자 구글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생성형 AI 기반의 정보 제공은 검색하는 사용자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사이트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다. 웹사이트들이 검색 결과에서 사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경쟁하지 않게 되니 검색 광고의 의미도 퇴색한다. 검색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초기부터 ‘빙’이나 ‘에지’에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며 판을 흔들려 하였지만, 구글이 충분한 AI 기술력이 있음에도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유이다. 생성형 AI로 검색을 대체하려면 원가도 많이 든다. 구글이 거대 AI 모델 관련 작업 1건을 처리하는 데 드는 전력은 일반 키워드 검색의 10배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건 주식 투자할 때나 신경 쓰고, 세계 최고 수준 기업인 구글에 대한 걱정은 잠시 미루어 두자. 검색을 매개로 유지되는 온라인 생태계 내 수많은 지식·언론·콘텐츠·상거래와 비즈니스 활동이 받을 영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뉴스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소비된다. 검색이나 소셜미디어를 타고 들어오는 트래픽은 언론의 영향력이나 광고 수익에 필수적이다. 전문 지식이나 콘텐츠를 다루는 사이트들 역시 검색을 통해야 사람들에게 발견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이나 추가적 구독,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익을 얻을 기회가 없다면 인터넷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동기도 약해진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지식의 생산과 축적, 활용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우리가 꿈꾸던 인터넷 세상이 아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검색 ‘아크 서치’ 설명 자료. [제공 브라우저 컴퍼니]

편리한 AI, 지식 재생산 체계 파괴한다?

검색할 필요 없이 생성형 AI가 지식과 정보를 떠먹여 주는 시대가 되면 정보 수요자와 생산자의 접점은 사라지며, 생산자는 수익도 투자 여력도 잃게 된다. AI로 편하게 지식을 접할 수 있는데, 정작 AI가 모아올 지식과 정보를 만들 주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실제로 현재 미국 언론계에서는 언론사 규모에 상관없이 전방위적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검색과 소셜미디어에 주도권을 빼앗긴 탓인데, 여기에 AI까지 가세하면 더 큰 위기도 우려된다.

이는 마치 네이버가 지식인으로 인터넷을 평정한 과거 우리나라 상황을 연상케 한다. 네이버는 사용자를 적절한 정보가 담긴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하기보다는 지식인·카페·블로그 등 자체 콘텐츠를 키우고 사용자를 이 안에서 놀게 했다. 이는 한국식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네이버의 성장도 이끌었지만, 국내 지식 정보 생태계를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네이버가 사람의 노력을 활용해 만든 지식인 방식 정보 제공은 결국 시차를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AI를 활용하여 비슷한 방식으로 구현됐다. 네이버는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으나, 지금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도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결국 네이버는 향후 기술로 구현될 온라인 세계의 모습을 사람의 힘으로 미리 보여주었던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AI가 검색을 대체하고 지식 생산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이기도 한다. 주요 언론사나 이미지 관련 기업들이 AI 기업에 데이터 학습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AI가 지식 전달의 게이트키퍼가 되는 시대에 대한 콘텐츠 생산자의 첫 대응이다. 오픈AI가 AP통신과 데이터 학습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미국판 ‘디시인사이드’ 레딧도 모 AI 기업과 6000만 달러 규모의 데이터 활용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의 발전과 더불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에게 보상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인쇄 매체 및 방송의 광고, 웹의 검색 광고, 게임의 부분 유료화나 웹툰의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혁신이 일어나 유익한 콘텐츠의 생산자가 활동할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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