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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날릴 수도”…부동산신탁, 법률리스크 줄이려면[김기동의 이슈&로]

규모 커진 부동산신탁, 임차인 피해도 증가
계약유형 파악 필요…정부 차원 ‘보호 방안’ 고민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LawVax) 대표변호사] 부동산신탁이란 위탁자가 부동산신탁사 등 수탁자에게 부동산을 이전하고 ▲개발 ▲담보 ▲관리 ▲처분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2023년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의하면 부동산신탁 수탁고 중 ‘담보신탁’이 약 74.1%(358조원), 개발 목적의 ‘토지신탁’이 약 20.5%(99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담보신탁은 저당권 설정보다 소요 비용이 적고 담보 실행도 신속하다. 토지신탁은 부동산개발 과정에서 영세한 시행사 대신 부동산신탁사가 사업권 주체가 되므로 사업 리스크가 줄어든다. 이런 장점 때문에 부동산신탁 수탁고는 2018년 251조원에서 2023년 483조원으로 5년 새 약 92.4%나 증가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임대차 목적물이 신탁부동산임을 고지받지 못하거나, 신탁부동산이어도 보증금 우선변제가 가능하다고 알고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의 피해 사례가 최근 연이어 보도되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측의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일반인도 이제 부동산신탁의 법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필수 체크 필요한 담보신탁 ‘세가지 유형’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담보신탁의 기본적인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목적물의 당초 소유자인 위탁자는 은행 등 우선수익자에게 대출을 받으면서, 부동산신탁사 등 수탁자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게 되므로 법률상 소유자는 수탁자가 된다. ② 위탁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수탁자는 목적물을 공매하고 그 매각대금은 우선수익자가 우선 충당하기로 한다. ③ 이러한 내용의 신탁계약서를 신탁원부에 첨부하여 신탁등기를 경료하면, 신탁계약서의 내용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 등)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신탁계약의 내용을 모르고 거래한 제3자의 경우 신탁계약과 상반되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형을 나눠 살펴보자. 

첫째, 담보신탁의 신탁등기 전 위탁자인 부동산 소유자가 주택을 임대한 경우다. 이때 임차인은 수탁자 내지, 제3취득자로부터 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어 임차인 보호에 큰 문제가 없다.

신탁등기 시 수탁자는 임대인인 위탁자로부터 목적물을 양수한 것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위탁자의 위 채무 및 임대인 지위가 수탁자에게 승계된다. 이후 제3취득자가 주택을 공매로 취득하게 되면 위 임대차 보증금채무는 수탁자로부터 목적물을 양수한 제3취득자에게 승계된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둘째, 담보신탁의 신탁등기 후 위탁자가 수탁자의 임대차 동의 없이 주택을 임대한 경우다. 위탁자는 목적물의 소유권자도 아니고 목적물을 적법하게 임대할 권한 역시 없으므로 임차인은 수탁자 및 제3취득자에게 위 임대차로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62578 판결) 임차인은 위탁자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나, 공매까지 넘어가는 상황이 된 위탁자로부터 보증금반환을 받을 길은 요원하다.

셋째, 신탁등기 후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 위탁자와 임대차를 체결한 경우다. 결론적으로 이때도 임대차 보증금채무는 제3취득자에게 승계되지 않아 임차인이 보호받기 힘들다.

일반인들로서는 수탁자로부터 임대차 동의를 받은 이상 자신의 보증금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통상 신탁계약서에는 “수탁자는 보증금반환 책임이 없다”, “공매절차의 매각대금은 우선수익자의 채무에 먼저 충당되고 잔액은 위탁자에게 반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임차인은 위 신탁계약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택을 공매로 취득한 제3취득자는 임차인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

임차인 보호 위한 실질적 방안 필요

공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의 충당순서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고 신탁계약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해진다. 임차인은 수탁자 내지 제3취득자에게 아무런 주장을 할 수 없고 단지 위탁자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부동산을 임차하려는 임차인은 신탁등기 여부를 확인한 후 신탁등기가 돼 있다면 신탁계약서 내용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신탁계약서를 열람하려면 관할 등기소에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신탁계약서에 임차인 보호 조항이 없다면,(대부분 그렇다) 수탁자에게 임대차계약상 직접 임대인이 돼 줄 것을 요구하거나, 위탁자에게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 볼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이 현실적으로 그런 요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공인중개사가 신탁계약서를 발급받아 임차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고,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담보신탁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우회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신탁등기 후 임차인의 보증금채무에 대해서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준하는 보호가 이뤄지도록 입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책당국에서 실현가능한 좋은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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