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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한은 금통위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과해선 안돼”

"물가·환율 추이 여전히 불확실"…DSR 예외대상 축소 등 의견 제시
서 위원, 내달 20일 4년 임기 마치고 퇴임 예정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기자간담회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의 과도한 기대심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물가와 환율 추이 등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이유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하 기대만으로 부채를 확대하기엔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리 인하될수록 금융안정에 영향 커져”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6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경험에 비추어 금리가 하락할수록 금융안정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경제 주체들의 미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한은이 2021년 8월 여타 중앙은행보다 조기에 금리 인상을 시작한 것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대응할 목적이 컸다”며 “현재는 실질금리가 양(+)인 상황으로 긴축국면에 속해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금융불균형을 초래하는 정도는 당장 크지 않겠지만 향후 성장과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물가 안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 아니라 한은도 연내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기대만으로 자칫 금융 소비자들이 부채를 과도하게 확대, 시장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서 위원은 향후 금리 인하로 인한 과도한 부채 확대를 억제할 방법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DSR 예외대상 축소 ▲스트레스 완충자본 부과 등을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은 정책 파급력↑ “시장과의 소통 강화해야”

한국은행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 기자간담회. [사진 한국은행]
서 위원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은이 마주한 시장 상황이 이례적이었던 만큼 대응 방식도 과거와 크게 달랐다고 했다. 그만큼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나타났고, 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이전보다 빨랐다고 전했다. 이에 중앙은행과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기준금리를 1.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했다”며 “동시에 국고채 단순매입, 증권사 대상의 RP매입, 한은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CP 매입기구(SPV)를 정부와 함께 설립·운영하며 저신용 기업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또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18조원 확대해 대면서비스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제공했다”며 “금융불안이 진정된 이후에도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1년 이상 유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은 2021년 8월 주요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서 위원은 “2021년 10월 금리 인상에도 소수 의견을 제시했고, 11월 이후 8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제시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난 금통위 활동을 평가했다. 이후 한은은 2022년 7월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시했다. 

[제공 한국은행]
서 위원은 “이와 같은 통화정책 경험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과거 경험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보다 유연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분석능력과 정책수단을 갖추어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서 위원은 “약 10년 전과 비교해 통화정책의 최대 파급시차가 경제성장률(GDP)은 종전 5분기에서 4분기로, 인플레이션의 경우 8분기에서 4분기 정도로까지 짧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을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한은과 시장과의 소통 강화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며 “저출산·고령화, 민간부채 누적, 글로벌 밸류체인 약화 등 구조적 변화가 큰 만큼 경제전망의 정확성 제고와 이에 기반한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 위원은 4월 20일 4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서 위원은 지난 2008년부터 한은 경제연구원과 국제국, 금융시장부를 거쳐 2013~2016년 부총재보에 재임했다. 한은 역사상 첫 여성 부총재보였다. 한은에서 역대 세 번째 여성 금통위원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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