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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사태로 휘청한 은행권…내실 경영으로 반등 노린다

[상반기 금융권 결산] ①
국내 은행 1분기 영업외손실 2조2000억원…"적자 전환"
비용 절감 위해 비상경영체제 돌입…2분기 실적 개선 기대

금융사기예방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지난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배상 충격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던 은행권이 2분기에는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과 그에 따른 체질 개선, 홍콩H지수 개선 등의 효과로 실적 회복세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1조7000억원) 줄었다. 특히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1.4%와 34.7%씩 줄면서 전체 은행의 감소 폭을 키웠다. 특수은행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농협은행·수협은행 등이 포함된다.

손익현황을 항목별로 보면 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이자이익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순이자마진(NIM)이 축소(-0.05%포인트)됨에 따라 이자이익 증가율은 큰 폭으로 둔화했다. 2022년 1분기와 2023년 1분기 이자이익이 각각 전년보 대비 16.9%, 16.6%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비이자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평가이익 감소 등에 따라 19.3%(4000억원) 감소했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3.15%였으나 올해 1분기 말 3.32%로 0.17%포인트(p)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영업외손익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은 영업외손실 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5000억원의 영업외이익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2조7000억원이나 감소해 적자 전환했다.

손실의 주된 요인으로는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홍콩 ELS 배상금이 꼽힌다. 특히 홍콩 ELS 판매가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의 경우 ELS 배상 등을 위해 쌓은 충당부채가 8620억원이나 발생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은행들의 견조한 이자이익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나 ELS 배상금이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예상치 못한 위험 발생 시 은행이 자금 중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말 회의부터 비품 절약까지’…2분기 비상경영 본격화

홍콩 ELS 후폭풍에 은행들은 2분기 들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효율적 비용관리에 나섰다. 임원과 본부부서가 비용관리를 솔선수범할 것을 요구하면서 업무추진비용 등을 줄였다. 출장보다는 화상회의를 권하고, 컬러프린터 사용을 자제하는 등 일상 업무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절감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주말 임원 회의를 재가동했다. 논의가 필요한 현안이 생기면 이석용 농협은행장과 부문장, 부서장 등 임원진이 참석해 향후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높은 회의를 진행한다. 이 주말 회의는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재개됐다. 농협은행은 앞서 조선·해운업 부실 대출(빅배스)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2016년 상반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ATM. [사진 연합뉴스]
신한은행도 ‘스톱 앤 고’(Stop & GO) 프로젝트를 올해 경영진 전략과제로 시행 중이다. 기존 추진 사업, 일상 업무, 회의체 등 관리업무를 부서별로 검토하고 현시점에서 중단(Stop)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는 구조다. 이로써 불필요한 지출, 중복된 상품·서비스, 사용이 저조한 전산기기 등을 효율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용 효율화와 긴축 운영 방향 등을 각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적은 우리은행도 현안에 따라 금요일 오후 5시 이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서장급 이상 간부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한다. 불필요한 연수와 행사도 줄이기로 했다.

“H지수는 상승세…추가 손실 가능성 없다”

이와 함께 홍콩 ELS 관련 악재가 걷히면서 은행들의 2분기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대 금융의 순이익 총합은 4조504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813억원) 대비 5.2% 늘어날 전망이다.

KB금융은 1조4488억원으로 차지하는 순이익이 4대 금융 중 가장 크지만, 지난해 2분기보다는 3.3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한지주의 2분기 순이익은 1조2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9516억원, 우리금융은 806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58%, 28.98%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이종민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를 충분히 적립했고, 이는 3월 말 기준 지수를 고려해 일부 여력(버퍼)을 줬다”며 “현재 H지수 상승세를 감안하면 추가 손실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며, 올해 1분기 충당부채 적립은 일회성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흥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H지수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결산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H지수는 지난 12일 오후 5시 기준 6362.79로 올해 초(2024년 1월 2일)보다 12.1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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