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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아버님 전(前) 상서(上書) [전형일의 세상만사]

이재명 대표에게 올리는 상서문
진심을 담은 세 가지 제언…“효자가 많아야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새로 지명된 강민구 최고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형일 칼럼니스트] 안녕하세요. 최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할 소식에 감격해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얼마 전 강민구 최고위원이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이고 “집안의 큰 어르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더구나 강 최고는 발언 이후 아버지의 격려에 일어나서 90도로 인사하는 예의 바른 아들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전통 관념 부활은 역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영남 남인’ 선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효심(孝心)은 충심(忠心)입니다. 이제 신격화만 남았습니다. 참고로 일본 야쿠자의 ‘오야붕’(親分)과 ‘꼬붕’(子分)은 부자(父子) 관계를 의미합니다.

어쨌든 우리도 북한의 ‘어버이 수령’과 같은 ‘아버지 대표’가 생겼습니다. 든든합니다. 참, 저는 ‘개딸’이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고’ 아버님이라 호칭하겠습니다.

중국 한나라 무제는 국가 진흥을 위해 책문(策問)을 내립니다. 이에 유학자인 동중서는 세 차례에 걸쳐 대책문(對策文)을 올립니다. 이 중 하나가 유학을 한나라의 국교로 삼은 것입니다. 저도 진심을 담아 아버님께 감히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효자를 곁에 두고 불효자를 솎아내라

우선, 효자(孝子)는 많아야 합니다.

삼국지의 조조는 세 번의 구현령(求賢令)을 통해 천하의 인재를 구했습니다. 

아버님도 전국에 ‘효자 효녀 선발 대회’를 개최하는 겁니다.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또 K-한류에 편승해 문호를 해외에도 개방해 ‘K-아버지’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어떤지요.

이 중에는 제나라 환공에게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을 ‘요리’로 바친 역아, 보다 가까이서 모시겠다면서 스스로 거세한 수초 같은 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혈서나 삭발까지만 허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화씨벽(和氏璧) 같은 진귀한 보물을 진상하는 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아버님이나 어머님의 철저한 공사 구분과 청렴함을 모르는 무지일 수 있으니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조조는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더라도 능력이 뛰어나면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유재시거’(唯才是擧)입니다.

마침 아버님도 도덕을 주요 가치로 여기지 않고, 주변도 ‘도덕 같은 건 개에게 줘버린’ 사람들로 충만해 많은 인재가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맹자는 항산항심(恒産恒心)을 강조했습니다. 물질이 안정돼야 마음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버님은 효자(親明)에게는 보상을, 불효자(非明)에게는 보복을 명확히 함으로써 상벌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강 최고도 벼슬을 하사받은 후 잠재돼 있던 ‘효심’이 폭발한 것입니다. 존경합니다. 

다음, 불효자를 솎아내야 합니다.

22대 총선에서 아버님은 구국의 결단으로 ‘비명횡사 친명횡재’의 공천을 실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소위 ‘수박’ 잔당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면종복배(面從腹背)하고 있을 뿐 호시탐탐 역모를 꾸밀 자들입니다.

일본 에도 막부 시절 카톨릭을 탄압하면서 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목판이나 금속판을 바닥에 놓고 이를 밟게 하여 신자를 구별했습니다.

아버님도 존영(尊影‧사진)을 민주당사 현관에 깔아 놓고 이를 밟는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불효자로 확인되면 그들의 좌표를 ‘개딸’들에게 주면 평소처럼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부럽습니다.

효심과 충성심을 시험하라

끝으로, 가족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아버님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대권)가 뚜렷하지만 가는 길(재판 등)은 험난합니다.

중국 진나라 때 환관 조고는 어린 황제 호해 앞에서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 말하고는,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하는 신하들을 숙청했습니다. 고사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유래입니다.

아버님도 당사에서 의원들을 집합시켜 ‘아버지’라 부르게 해 효심과 충성심을 시험해야 합니다. 이로써 이재명을 아버지라 부른다는 ‘지명위부’(指明爲父)를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나 정당은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종북이고 빨갱이입니다. 북한의 ‘유일 체제’에 맞서는 ‘일극 체제’가 필요합니다. 기대합니다. 

이렇게 가려진 자식들은 진짜 가족이 됐습니다. 이를 ‘재명파’ 또는 ‘재명이네 식구’로 문패를 달아 우애와 결속력을 다집니다. 그러면 간악한 언론과 검찰‧법원 그리고 ‘윤가네’와 전쟁해도 승산이 있습니다. 물론 조폭들도 자기편을 ‘식구’로 표현하기는 합니다.

이상 두서없이 중언부언했습니다.

아버님을 추앙하는 마음이니 혜량(惠諒) 부탁드립니다.

추신(追伸) : 중국의 법가 사상가 한비자는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法不阿貴)고 했습니다. 따라서 법(法)이 4개의 재판 중인 아버님을 귀하게 여겨 역차별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40여 명에 이르는 민주당 법 기술자들이 방탄을 잘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의원 시킨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버님 스스로 귀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면 어떨까요. 그동안의 언행 등을 증거로 제출하면 유리한 정상으로 보입니다. 최근 기자들을 ‘애완견’으로 부른 것도 그중 하나겠지요. 

전형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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