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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운송기사 사실상 ‘파업’에 건설업계 한숨

운송료 인상 요구 협상 난항
2022년 7월 파업 당시 운송료 24.5% 인상
운송기사, 근로자성 인정 못 받아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운반비 인상 협상을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1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무기한 휴업이 이어지면서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 현장의 신음도 커지고 있다.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면 건축물의 기초 작업이나 골조 작업 대부분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레미콘 운송노조) 수도권 남·북부본부는 지난 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레미콘 운송노조 수도권 남·북부 본부는 조합원 7964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이 중 6,613명(83%)이 휴업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노조와 레미콘 업체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운송노조의 주요한 요구 사항은 운송료 인상이다. 운송노조는 2022년에도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는데, 당시 운송료를 1회당 5만60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24.5% 인상했었다.

문제는 올해 파업에선 운송노조와 레미콘 업체가 본격적인 협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운송노조는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를 하나로 통합해 운반비 단가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별 협상과 권역별 협상으로 진행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협상 변수가 늘어난 셈이다.

레미콘 업체들은 운송료 인상과 통합 협상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 등 인상으로 원가구조가 악화하는 가운데 운반비까지 오르면 레미콘 업체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미콘 업체들은 최근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들의 파업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레미콘 운송노조가 경기지역 레미콘 회사 111곳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노조로부터 교섭요구를 받으면 그 사실을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해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해당 회사들이 교섭요구 관련 공고를 하지 않자, 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경기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경기지노위는 레미콘 운송기사들을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며, 기각한 것이다. 운송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2006년 대법원은 ‘레미콘 운전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이 바탕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대법원은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차량 명의와 소유권을 가지고 사업자등록을 한 점 등을 미뤄볼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레미콘 운송노조는 택배기사‧마트 배송 기사 등 다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레미콘 운송기사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현장은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으로 시름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이 공사 중인 서울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 60곳 중 40곳은 레미콘을 조달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장마로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향을 덜 받는 측면이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수급 불안에 아파트 등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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