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케리어’ 목전 대한항공...‘몸집’ 키우고 ‘군살’ 뺀다
대한항공, 美 보잉과 항공기 구매 MOU 체결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 203대 확보 목표
약 50조 파격 배팅에...“장기 투자 계획, 자금 문제 없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대한항공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몸집 키우기에 적극 나서면 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한 조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결정이 ‘메가 케리어’(초대형 항공사) 도약을 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초석 다지기라는 해석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기업결합과는 별개로 이미 예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과 만나 B777-9 20대, B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구매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식 계약 전인 까닭이다. 다만 대략적인 가격 유추는 가능하다. 보잉에 따르면 B777-9의 대당 가격은 약 6140억원(4억42220만달러)다. B787-10은 약 4250억원(3억610만달러)다. 업계는 추가 옵션 등을 고려한다면 이번 계약 규모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대형 계약을 두고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만 남은 만큼, 이번 계약이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한 방안중 하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한항공의 MOU 체결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여진다”며 “양사의 기업결합이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만 남은 만큼 승부수를 띄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이번 MOU는 이미 전부터 예정돼 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DOJ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고려한 것이 아닌,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체를 구매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기재 확보는 이미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그에 따라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이번 보잉과의 계약은 DOJ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와 별개”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MOU를 체결한 B777-9 항공기 20대와 B787-10 30대 외에도 에어버스 A350 계열 항공기 33대, A321네오 50대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 203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B777-9’, ‘B787-10’의 매력은
대한항공이 이번에 도입하는 B777-9과 B787-10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항공기다.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대한항공 기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가장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탄소복합소재로 이뤄진 날개가 기존 777 계열 항공기보다 더 길어져 연료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 운항거리는 1만3000km 이상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전 지역 직항 운항이 가능하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동체 길이가 가장 길어 통상적으로 400~420석 규모 좌석이 장착 가능하다.
787-10은 787 시리즈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 중인 787-9 대비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연료 효율성도 기존 777-200 대비 연료 효율이 25% 이상 향상됐다.
이와 관련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 보잉 777-9 및 787-10 도입은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항공기 구매 계약을 통해 승객의 편안함과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몸집’ 빠지는 ‘군살’...문제는 ‘돈’
대한항공은 대규모 계약 체결과 함께 군살 제거도 돌입한다. 지난 5월 열린 이사회에서 대한항공은 미국 우주항공 기업 ‘시에라네바다’에 B747-8i 5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 도입된 B747-8i 기종은 미국 보잉이 제조한 여객기 모델이다. 인천~뉴욕,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담당해 왔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47-8i는 9대다. 5대를 매각할 경우 총 4대가 남게 된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가 제작한 A380-800의 ‘파트아웃’(기체 분해)도 진행 중이다. 파트아웃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항공기를 분해해 부품을 재고 또는 판매용으로 활용하는 작업이다. 해체 작업은 수개월이 소요된다. 세계 최대 크기의 항공기 A380은 ‘하늘 위 호텔’로 불리기도 했다.
B747-8i와 A380은 연료 효율성이 낮고 글로벌 탄소배출 강화 규제 기조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한항공이 해당 기체에 대한 매각 및 기체 분해를 진행함으로써 기존 노후화 기재를 정리하는 동시에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기단 세대교체에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돈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본이 필요하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은 A350-900과 A350-1000에 대한 투자금으로 18조4660억원(137억6520만 달러)을 책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MOU에 따른 신규 항공기 도입 예상 가격 30조를 더하면 그 규모는 약 50조원까지 늘어난다. 오는 2034년까지 대한항공이 신형 항공기 도입에 쏟아야 하는 비용은 연평균 5조원 수준인 셈이다.
막대한 투자금과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투자는 10년 이상에 걸쳐진 장기 투자 계획으로 자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현재 재정 상태와 함께 기존 항공기 처분을 통한 자본 확보 등을 고려한다면 투자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14개 경쟁당국 중 13개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인 DOJ의 승인만 남겨놓은 셈이다. 업계는 DOJ의 승인 절차가 늦어도 오는 10월 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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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과 만나 B777-9 20대, B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구매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식 계약 전인 까닭이다. 다만 대략적인 가격 유추는 가능하다. 보잉에 따르면 B777-9의 대당 가격은 약 6140억원(4억42220만달러)다. B787-10은 약 4250억원(3억610만달러)다. 업계는 추가 옵션 등을 고려한다면 이번 계약 규모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대형 계약을 두고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만 남은 만큼, 이번 계약이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한 방안중 하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한항공의 MOU 체결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여진다”며 “양사의 기업결합이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만 남은 만큼 승부수를 띄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이번 MOU는 이미 전부터 예정돼 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DOJ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고려한 것이 아닌,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체를 구매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기재 확보는 이미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그에 따라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이번 보잉과의 계약은 DOJ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와 별개”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MOU를 체결한 B777-9 항공기 20대와 B787-10 30대 외에도 에어버스 A350 계열 항공기 33대, A321네오 50대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 203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B777-9’, ‘B787-10’의 매력은
대한항공이 이번에 도입하는 B777-9과 B787-10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항공기다.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대한항공 기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가장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탄소복합소재로 이뤄진 날개가 기존 777 계열 항공기보다 더 길어져 연료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 운항거리는 1만3000km 이상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전 지역 직항 운항이 가능하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동체 길이가 가장 길어 통상적으로 400~420석 규모 좌석이 장착 가능하다.
787-10은 787 시리즈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 중인 787-9 대비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연료 효율성도 기존 777-200 대비 연료 효율이 25% 이상 향상됐다.
이와 관련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 보잉 777-9 및 787-10 도입은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항공기 구매 계약을 통해 승객의 편안함과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몸집’ 빠지는 ‘군살’...문제는 ‘돈’
대한항공은 대규모 계약 체결과 함께 군살 제거도 돌입한다. 지난 5월 열린 이사회에서 대한항공은 미국 우주항공 기업 ‘시에라네바다’에 B747-8i 5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 도입된 B747-8i 기종은 미국 보잉이 제조한 여객기 모델이다. 인천~뉴욕,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담당해 왔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47-8i는 9대다. 5대를 매각할 경우 총 4대가 남게 된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가 제작한 A380-800의 ‘파트아웃’(기체 분해)도 진행 중이다. 파트아웃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항공기를 분해해 부품을 재고 또는 판매용으로 활용하는 작업이다. 해체 작업은 수개월이 소요된다. 세계 최대 크기의 항공기 A380은 ‘하늘 위 호텔’로 불리기도 했다.
B747-8i와 A380은 연료 효율성이 낮고 글로벌 탄소배출 강화 규제 기조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한항공이 해당 기체에 대한 매각 및 기체 분해를 진행함으로써 기존 노후화 기재를 정리하는 동시에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기단 세대교체에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돈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본이 필요하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은 A350-900과 A350-1000에 대한 투자금으로 18조4660억원(137억6520만 달러)을 책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MOU에 따른 신규 항공기 도입 예상 가격 30조를 더하면 그 규모는 약 50조원까지 늘어난다. 오는 2034년까지 대한항공이 신형 항공기 도입에 쏟아야 하는 비용은 연평균 5조원 수준인 셈이다.
막대한 투자금과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투자는 10년 이상에 걸쳐진 장기 투자 계획으로 자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현재 재정 상태와 함께 기존 항공기 처분을 통한 자본 확보 등을 고려한다면 투자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14개 경쟁당국 중 13개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인 DOJ의 승인만 남겨놓은 셈이다. 업계는 DOJ의 승인 절차가 늦어도 오는 10월 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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