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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뛰며 ‘ELS 사태’ 극복하나 했더니…은행들, 손실 불안 여전?

[5대 은행 덮친 금융사고 나비효과] ①
5대 은행 상반기 순이익 전년 대비 1.9% 증가
하반기 들어 H지수 하락으로 손실 우려 다시 커져

금융사기예방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사태에도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 증가와 2분기 H지수 반등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H지수가 하락하면서 ELS 손실은 우려가 다시금 확대되고 있다. 오는 9월과 10월에는 8월보다 만기 도래 원금 규모가 커질 예정이며, 손실 규모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ELS 사태에도 선방한 5대 은행…KB는 ‘고전’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조256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조1029억원보다 1.8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2조535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은행 1조7509억원 ▲우리은행 1조6790억원 ▲국민은행 1조5059억원 ▲농협은행 1조266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은행권에 큰 타격을 입혔음에도, 상반기 실적이 견조해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5대 은행은 올해 1분기 ELS 사태 배상금 명목으로 1조6650억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해 실적 기대가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실제 지난 1분기 전체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4%나 감소했다. 또한 ELS 판매액이 가장 컸던 국민은행의 경우 1분기 실적의 여파로 상반기 실적은 전년보다 19%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금리 하락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축소에도 대출 자산이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이뤄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2분기 들어선 홍콩H지수 호조에 따른 ELS 배상과 관련한 일회성 이익도 발생했다. 5대 은행이 쌓은 충당부채가 H지수 반등으로 일부 환입된 것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세후 약 600억원 ▲국민은행이 880억원 ▲하나은행이 652억원 ▲농협은행이 500억원 ▲우리은행이 25억원 등이다.

‘아직 안 끝났다’…H지수 5500 되면 손실액 2~3배

그런데 일각에서는 ELS 관련 손실 이슈는 아직 해소된 게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H지수가 하락세를 계속하면서 관련 ELS 손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H지수 ELS 손실을 배상 중인 은행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들이 판매한 H지수 ELS 가운데 8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 규모는 3437억원 수준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H지수가 이달 말 6000선을 지킬 경우 손실액은 최대 273억원으로 예상되지만, 5500선까지 밀린다면 손실액이 496억원으로 배 가까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H지수가 6500선을 회복할 경우 손실액은 9억원에 그친다.

‘녹인’(knock-in) 조건의 H지수 ELS를 주력으로 판매한 국민은행과 H지수 ELS를 거의 판매하지 않은 우리은행은 관련 손실액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예상됐다. 녹인은 기초자산이 미리 정해둔 한계를 벗어나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하락’ 같은 조건이 붙은 경우다. 3년 전인 2021년 8월 H지수가 이미 8600선까지 밀렸기에 최근 지수 수준이 손실 구간에 이르지는 않은 상태다.

올해 1월 22일 H지수는 4943.2를 단기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후, 5월 20일 6986.2까지 오르며 은행들의 ELS 손실을 덜어주는 듯 보였다. 한때 은행권에서는 H지수가 6000 후반대를 유지할 경우, 당장 6월부터 모든 H지수 ELS 만기 도래 계좌가 이익 상환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H지수는 지난 5월 20일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로 전환해 6500선과 6000선을 차례로 내줬다. 최근 8월 들어선 5800~6000선을 오가고 있다.

앞으로의 만기 도래액 규모는 8월보다 커 은행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만일 H지수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하락한다면, 9월부터는 손실 규모가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중 9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 규모는 1조1374억원으로, 손실액은 H지수 종가가 6000일 때 806억원이다. 그런데 5500까지 하락한다면 그 곱절이 넘는 18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지수가 6500에 달한다면 손실액은 0원으로 예상된다.

10월 만기 도래 원금 규모의 경우 7659억원인데, H지수 종가가 6000이라면 손실액은 402억원이다. 하지만 5500까지 내린다면 예상 손실액은 6000일 때의 3배가 넘는 1490억원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상품의 개별 손실률은 연초 50%대에서 최근 40% 안팎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투자 손실 배상비율도 개별 사례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평균 30% 중반대로 수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6월 평균가 기준으로 하반기에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H지수 하반기 손실률은 23~28%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만기 상환 손실률은 상반기보다 크게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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