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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전기차 오해…환경부와 車업계의 동상이몽

환경부, 내년부터 PLC모뎀 탑재 전기차 충전기만 설치
완속충전기 33만569대, 일시 교체시 예산 5000억원↑
‘과충전 예방’ 근본적인 해결책 아니라는 지적도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에 운영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전기차 충전량’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입방아에 오른 사안은 ‘전기차 과충전’이다. 이를 바라보는 민·관의 입장차는 명확하다. 업계는 배터리 충전량이 전기차 화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전기차 과충전 예방 기능’에 집중한다.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민·관의 서로 다른 대응에 혼란만 가중되는 실정이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과충전 예방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 충전기만 설치된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등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다수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충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기에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된다. PLC모뎀을 탑재할 경우 충전기는 전기차로부터 배터리 상태 정보를 받는다. 이를 통해 전기차가 과충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크게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로 나뉜다. 급속 충전기는 높은 전력을 사용해 짧은 시간 내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통상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약 80%의 충전을 완료할 수 있다.

완속 충전기는 급속 충전기에 비해 충전 속도가 느리다. 통상 4~8시간의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 전기차의 종류와 배터리 용량에 따라 충전시간은 상이하다. 주로 주택 및 아파트 등 가정용으로 설치된다.

급속충전기의 경우 대부분 PLC 모뎀이 장착돼 있다. 문제는 완속 충전기다. 완속충전기는 최근에서야 PLC 모뎀이 장착된 모델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총 4만기로 추산되는 설치한 지 5년 이상 된 완속충전기 중 절반(2만기)을 내년에 스마트 제어 충전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서울 한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완속충전기 33만569대 순차 교체

정부는 오는 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23만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및 충전시설 보급 등 관련사업 육성을 위해서다. 이 같은 목표는 미래 산업 육성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반드시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환경부 예산 및 기금은 올해보다 3.3% 늘어난 14조8262억원으로 편성됐다.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전환 예산은 3조1915억원이다. 올해 3조537억원보다 4.5% 증가했다.

무공해차 보급 예산은 내년 2조2631억원이다. 올해 2조3193억원 보다 줄었다. 반면 충전인프라 구축 예산은 올해 7344억원에서 내년 9284억원으로 26%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상태 정보를 수집, 충전율을 제한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현재 2만3000대에서 9만5000대로 대폭 확충한다. 9만5000대 중 완속 충전기 신규설치는 7만1000대, 기존 충전기 교체는 2만대다. 나머지 4000대의 경우 과충전 제어 기능을 가진 급속충전기다. 별도로 배터리 상태 정보가 수집되지 않는 완속 일반 충전기 구축 사업은 종료한다.
 
문제는 기존 완속 충전기의 비율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전달받은 ‘지자체별 전기차 충전기 구축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기차 충전기는 총 37만3961대가 설치됐다. 이 중 급속 충전기는 4만3392대다. 완속충전기는 33만569대다. 완속충전기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급속충전기의 설치대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5002대 ▲경기 9830대 ▲부산 1760대 ▲대구 1761대 ▲인천 1722대 ▲광주 979대 ▲대전 1191대 ▲울산 928대 ▲세종 402대 ▲강원 2310대 ▲충북 1942대 ▲충남 2327대 ▲전북 2321대 ▲전남 2275대 ▲경북 3489대 ▲경남 2939대 ▲제주 2214대 등이다.

완속충전기의 경우 ▲서울 53만578대 ▲경기 92만494대 ▲부산 2만1108대 ▲대구 1만6780대 ▲인천 1만8369대 ▲광주 9770대 ▲대전 1만221대 ▲울산 5979대 ▲세종 4387대 ▲강원 1만1082대 ▲충북 1만497대 ▲충남 1만3817대 ▲전북 1만699대 ▲전남 1만326대 ▲경북 1만4062대 ▲경남 1만7896대 ▲제주 9504대 등으로 집계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 완속 충전기에 PLC 모뎀이 장착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험하다는 전제는 아니다”라며 “좀 더 개선된 충전기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보니 필요에 따라 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완속충전기 설치 현황이 약 33만대 정도 수준이다 보니, 한번에 교체할 경우 약 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노후화 뿐만 아니라 업계와의 특별점검을 통해 교체 필요성이 있는 충전기를 우선으로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 외부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배터리 과충전, 직접적 원인 아니라는 주장도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충전 예방’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전기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임을 강조했다.

배터리 충전량이 배터리 화재 원인의 직접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100% 충전해도 추가 충전이 가능한 여유 용량이 존재한다. 이를 안전마진이라 일컫는다. 안전마진이 3%로 설정된 차량의 경우 차량 계기판에 100% 충전됐다고 표시되더라도 실제로는 배터리 충전 가능 용량의 97%까지만 충전된다.

즉,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 상의 100%가 실제로는 100%가 아닌 셈이다. 만에 하나 배터리 충전 과정 중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업계는 전기차 화재 원인의 핵심 원인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쇼트) 가능성을 지목했다. 전기차 배터리 내부에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나누는 분리막이 존재한다. 해당 분리막이 손상될 경우 양극재와 음극재가 접촉하는 쇼트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내부 온도가 치솟을 경우 화재·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으로 과충전에 따른 현대차·기아 전기차 화재는 0건”이라며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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