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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영업익 10조원 무너진 삼성전자…반도체 수장은 ‘반성문’

3Q 잠정 실적 ‘어닝쇼크’…매출 79조원·영업익 9조1000억원
반도체 호황기에도 부진…전영현 “기대 미치지 못한 성과, 송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 평가는 싸늘하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기를 보이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닝쇼크’(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이에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는 메시지를 냈다. 잠정 실적 발표임에도 별도의 메시지가 나온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현재 사업 현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전 부회장의 메시지를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삼성전자의 반성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대 매출에도 ‘어닝쇼크’

삼성전자는 8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2024년 3분기에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6.66%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견줘 17.21% 상승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전 기록은 2022년 1분기 써낸 매출 77조7800억원이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역대급 반도체 불황을 겪었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274.49% 증가했다. 그러나 직전 분기와 견줘 12.84%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10조852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고지를 7개 분기 만에 다시 탈환했으나, 한 분기 만에 다시 9조원 대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호황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반도체 시장이 불황기라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도체 시장에 이른 불황이 찾아오더라도 내년 초나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 대에 머무는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업계에선 “삼성전자만 ‘나 홀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한국거래소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 엔비디아 승인 지연과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 등으로 주가가 부진하다”며 “삼성전자의 겨울로 내년 코스피는 다른 시장 대비 아주 뜨거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AI 시장의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과 함께 ▲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 ▲파운드리 수주 부진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세부 성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리라고 봤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도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플립 6’의 판매가 부진해 영업이익이 2조5000억원 안팎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디스플레이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 심화로 1조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TV와 가전 사업은 3000억원 안팎, 자회사인 하만은 3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리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래픽 연합뉴스]

“근원적 경쟁력 복원할 것”

이번 삼성전자 ‘어닝쇼크’의 주된 이유로는 반도체 사업 부문이 꼽힌다. 호황기에도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DS 부문이 5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한다. 메모리 사업에선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나왔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 수요 견조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이에 이례적으로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란 제목의 메시지를 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객·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저희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 많은 분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신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끄는 저희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가 있다.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또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또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 대한 철저히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의 수정 등도 약속했다.

그는 끝으로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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