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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왔다던 JY, 반년 만에 침묵…삼성전자 반도체 ‘홀로 겨울’

[韓 제조업 미래 먹거리 ‘현주소’]①
SK하이닉스 ‘메모리 훈풍’ 여전…삼성전자 3분기 실적 ‘어닝쇼크’
‘IDM’ 삼성전자 DS 영업이익 ‘메모리 제조사’ SK하이닉스에 밀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5월 3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왼쪽)과 10월 11일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을 끝내고 입국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최영진·정두용 기자] “봄이 왔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5월 3일 장기 유럽 출장을 마치고 만난 취재진에게 웃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

5개월이 지난 10월 11일. 이 회장은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을 끝내고 귀국하면서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나오는데,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계획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봄을 언급하며 취재진에 인사를 건넸던 5개월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회장은 특히 지난 10월 27일 회장직에 오른 지 2년이 된 때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침묵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DS) 부문은 2023년 내내 이어진 적자를 올해 1분기(영업이익 1조9100억원) 끊어내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 2분기엔 DS부문 영업이익이 6조4500억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2023년 1분기(4조5800억원)·2분기(4조36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역대급 불황’을 탈출하고 ‘완연한 봄’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언급한 ‘봄’은 불과 5개월 만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31일 공시한 2024년 3분기 확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기간 실적이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6.79%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견줘 17.35% 상승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전 기록은 2022년 1분기 써낸 매출 77조7800억원이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역대급 반도체 불황을 겪었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277.37% 증가했다. 그러나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2.07%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DS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10조852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고지를 7개 분기 만에 탈환했으나, 한 분기 만에 9조원 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8일 잠정 실적 발표 직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다.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어닝쇼크다.

반도체 훈풍 여전한데…‘홀로 겨울’ 보내는 삼성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건 DS부문의 성과가 미진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비메모리(연산·논리·추론·정보처리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반도체 산업 분야에 모두 진출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다만 메모리 영역에서 나오는 매출이 비메모리·파운드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업턴)과 불황(다운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이다. 2023년 역대급 반도체 불황이 마침표를 찍고, 올해 초부터 호황기에 접어든 배경으론 세계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가 꼽힌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후 AI 개발 경쟁이 벌어졌다.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반도체 제조사들의 ‘큰손’들이 멈췄던 AI 투자를 재개했다는 의미다. AI 서비스의 고도화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를 전제로 한다.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처리할 데이터양이 늘어나자, 이들 기업은 데이터센터(IDC) 서버 증설에 나섰고 과잉 공급을 보이던 메모리 시장 상황이 빠르게 개선됐다.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의 실적이 껑충 뛴 이유다.

문제는 호황기가 한창이던 올해 3분기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기에도 영업이익이 9조원 대에 머물자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반도체 불황이란 외부 요인에 기인한 실적 하락과 달리 이번 어닝쇼크는 삼성전자 자체 문제로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만 ‘나 홀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부터 36기가바이트(GB)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사진 SK하이닉스]

실제로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24일 공시를 통해 2024년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9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올해 3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사업 성과가 저조했지만,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28.6% 오르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 수혜를 온전히 누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만년 2등’으로 불리던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엔 삼성전자 DS부문 실적을 가뿐히 넘어선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로, 매출은 기존 기록(2024년 2분기 16조4233억원)을 1조 원 이상 넘어섰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순이익 4조6922억원)의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과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같은 업종에서 활약하는 두 기업의 3분기 성적표에 이런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 배경으론 D램 제품 일종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꼽힌다.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적이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야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올해 3월부터 납품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9월부턴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신제품의 양산에 돌입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올해 4분기 양산하기 시작한 AI 반도체 칩 ‘블랙웰’(Blackwell)에도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이 탑재된다. 블랙웰은 이미 주요 빅테크가 1년 치 생산 물량을 모두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품질(퀄)테스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금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이끈 AI 서비스 확대에는 엔비디아의 제품이 필수적이다.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하지 못하면서 AI 시장 성장에 따른 반도체 사업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업계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의 기술력 차이가 HBM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IDM인 삼성전자의 DS부문 3분기 영업이익이 메모리 제조사인 SK하이닉스에도 밀렸다”며 “삼성전자가 이미 경쟁력을 잃은 HBM3E보다 6세대 HBM(HBM4) 개발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SK하이닉스 역시 미래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이 시장 1위 탈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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