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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새벽’을 깨우는 불기둥...하늘에서 본 ‘붉은 도시’의 속살

[여기는 모로코]①
모로코 마라케시 관광 산업 중심에 선 열기구
각국 관광객 한 데 모여 마라케시 상공 누벼

모로코 마라케시의 새벽. [사진 박세진 기자]

[모로코(마라케시)=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모로코 마라케시의 새벽은 조용했다. 기자가 마라케시 열기구 비행장에 방문한 시점은 10월 28일 새벽 5시(현지시각). 따뜻한 커피를 권하는 직원의 친절을 제외하면 이곳은 켜켜이 쌓인 적막으로 가득했다. 

동도 트기 전인 당시 기온은 약 16도. 저 멀리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가 느껴졌다. 곳곳에 놓인 모닥불 주위에는 각국의 사람들이 몸을 녹이거나, 타들어가는 장작을 가만히 응시했다. 가끔 ‘타닥타닥’ 장작이 내는 소리가 귓전을 어루만질 뿐, 한 없이 조용했다. 

이곳은 하늘을 넘보는 관광객들의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보석처럼 박혀있었고, 이 광경을 본 관광객들은 이를 사진으로 간직하고자 소리 없이 분주했다.

이륙 전 불길을 내뿜는 열기구 주위로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사진 박세진 기자]

차분했던 시간이 흐르고, 정적을 깨는 붉은 불기둥이 솟구쳤다. 열기구 속 프로판 가스 버너는 거대한 불을 뿜어댔는데, 금방 사람 수십 명을 띄울 부력을 만들어 냈다. 이 거대한 불은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도 겸했다. 

열기를 내뿜는 불길 아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탑승을 마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몸에 기댄 채 이륙을 기다렸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은 안정적이었다. 이륙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하늘을 잠시 빌리고, 마라케시는 하늘을 기꺼이 내어줬다. 

골목에 걸려있는 모로코 국기. [사진 박세진 기자]

아프리카 대륙 1위 관광국 모로코

아프리카 대륙 1위 관광국이라는 명성처럼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모로코 관광 산업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창출할 만큼 핵심 산업으로 통한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 내 1위 관광국이자, 세계 30위 관광국이다. 모로코 대사관에 따르면 모로코 관광 산업은 52만개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고, 2500만개의 일자리 간접 창출 효과를 지닌다.

지난 2022년 모로코를 방문한 전체 관광객은 약 1090만명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국가 경제 핵심 관광산업이 모로코의 신용등급을 올리는데 한 몫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모로코의 국가 신용등급을 BB+로 평가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다.

착륙을 마친 열기구를 인부들이 정리하고 있다. [사진 박세진 기자]

모로코의 여러 도시 중 관광산업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마라케시다.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마라케시에 거주하는 이들 대다수가 관광 산업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마라케시에는 모로코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한 데 모여있다. 그 중 열기구 관광은 마라케시의 대표적인 관광 산업 중 하나다. ▲터키 카파도키아 ▲프랑스 루아르 계곡 ▲호주 멜버른 등 다양한 곳에서 열기구 산업이 성행하고 있지만, 마라케시 열기구 관광이 특별한 이유로는 고유의 ‘풍경’이 꼽힌다.

약 40명의 인원을 태운 마라케시의 열기구는 인근의 아틀라스 산맥과 사막, 베르베르 마을을 넘어 비행한다. 비행 시간은 약 40분~60분 남짓으로, 기상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비행 높이는 약 3280피트(1000m)다.

하늘에서 바라본 마라케시의 전경. [사진 박세진 기자]

3000피트 하늘에서 바라본 ‘붉은 도시’

기자도 마라케시 관광 산업의 큰 줄기인 ‘열기구 관광’을 체험해 봤다. 이날 조종을 담당한 조종사는 독일 출신의 호르가 딕슨이다. 호르가 딕슨은 이 곳이 왜 ‘붉은 도시’로도 불리우는지 아무런 말 없이 설명해 보였다. 열기구가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마라케시가 품은 붉은 속살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약 2000피트 상공에 다가설 무렵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기자 주위 탑승객 전원은 그저 정면만 바라만 봤다. 탄성도 없었다. 펼쳐진 풍경에 압도됐다. 기자를 포함한 모두가 이 풍경을 가만히 만끽했다. 이들 뒤로 열기구 버너는 분주히 불을 뿜어댔다.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던 중 아틀라스 산맥 뒤로 동이 트기 시작했다. 마라케시의 햇빛을 받은 열기구는 고유의 색을 뽐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늘을 오가며 열기구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호르가 딕슨도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기 위해 조종대를 바삐 만져댔다.

넋 놓고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1분 같은 1시간이 지나갔다. 제 역할을 마친 열기구는 서서히 땅으로 하강했다. 지면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개미처럼 보이던 건물의 윤곽이 거대해지고, 뚜렷해진다. 

호르가 딕슨이 열기구 조종대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세진 기자]

착륙 30초 전, 저 멀리 차량 한대가 빠른속도로 달려온다. 열기구를 싣기 위한 차량이다. 땅에서 대기하던 인부 8명도 덩달아 바쁘다.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호르가 딕슨은 착륙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면 상황을 살폈다.

모두의 노력 덕에 열기구는 무사히 착륙했다. 호르가 딕슨은 본인에게 있어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 말했다. 그는 본인이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기구 전체가 흔들리는 착륙 순간까지 승객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호르가 딕슨은 “열기구는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내기 보다, 그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수단”이라며 “열기구 비행 조종사로서 첫 번째 목적은 안전이다. 그 다음이 행복한 승객이다”라고 말했다.

비행을 마친 뒤 제공된 베르베르식 전통 식사. [사진 박세진 기자]

비행의 끝엔 베르베르식 전통 식사가

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친 탑승객들은 전통 베르베르 텐트로 향했다. 베르베르 텐트는 모로코 현지 베르베르인들이 사용하는 천막이다. 베르베르인은 북아프리카의 토착민을 일컫는다. 이들의 천막은 삼각 형태를 띄는데, 최대 4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무사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이곳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마련돼 있었다. 신선한 과일과 모로코 올리브 오일, 베르베르식 빵과 민트티 등 베르베르의 전통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비행을 마친 이들은 저마다의 무용담을 펼치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

식사를 마치니, 어느덧 태양은 하늘 저 높이 떠있었다. 태양이 내뿜는 햇볕은 비행을 마친 모든 이들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열기구를 수습하던 직원들도, 조종을 마친 호르가 딕슨도 이 햇볕을 만끽했다.

관광객들이 떠날 무렵, 호르가 딕슨은 이곳 베르베르 텐트에 방문해 늦은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동일했다. 베르베르식 아침이다. 올리브유에 빵을 찍어 먹던 호르가 딕슨과 기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기자가 어색하게나마 감사 인사를 전하자 호르가 딕슨은 옅은 미소를 띄며 “모로코에 온걸 환영해, 이 곳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니 즐거운 여행 하길 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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