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업, AI로 변한다”...AI 국가 경쟁력까지 향상 효과
[제조업 AI 대전환] ①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적극 나서는 AI화
생산성부터 안전, 탄소 배출 감소까지 챙겨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전 세계 제조업의 약 65%를 차지하는 만큼, 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제조업과 AI의 결합 촉진이 중요합니다”
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전한 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APEC 역내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AI)화를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제조업의 AI화는 사실 우리나라 산업계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화두다. 정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업에 AI 기능을 더한 ‘국내 산업 대전환’을 착수하기 시작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로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이 변화를 꾀하는 건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제조업의 변화는 올 연말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 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의 ‘AI 자율 제조 마스터플랜’과 같은 계획은 세워졌으나 실제 제조기업이 현장에서 필요한 AI 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기술 개발에 도입하게 된 건 지난 10월부터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를 펼치며 제조업 실제 환경에서 쓰일 수 있는 AI 기술 개발 26곳을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을 개발할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GS칼텍스,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포스코, 에코프로, 대한항공, 코오롱, DN솔루션즈, 삼표시멘트, 제주삼다수 등 대한민국의 대표 제조기업들이 대거 꼽혔다.
투자 비용도 크다. 이번 26곳 선도프로젝트의 총 투자비용은 3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정부와 지자체는 4년간 총 19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GS칼텍스부터 제주 삼다수까지 AI화
이번 산업부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는 제조기업의 AI 실제 사례 내용은 흥미롭다. 품질관리를 높이는 기술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 다양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막을 방안으로 고안된 이차전지 품질 확보 AI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는 AI를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공정상 오류를 예방하고 설비를 자동 제어해 품질을 최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항공 업계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AI를 통해 항공기 동체 조립공정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고 작업지시·품질 검사 등을 모두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초 보잉기의 볼트 결합 불량으로 발생한 사고와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성도 높인다. 제주 삼다수는 1년에 45억개의 감귤을 검사해, 이중 8억개의 ‘못난이 농산물(과일음료용)’을 선별하는데, 이때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하다 보니 효율이 낮고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삼다수는 AI 기기를 통해 저품질상품을 구분하고 또 여기에 구분한 상품을 자동으로 농축해 패키징 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탄소 절감에도 AI 기술이 사용된다. GS 칼텍스는 AI를 통해 공정의 온도·압력·유량 등 외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제어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시장가격에 맞춰 생산 비율을 조정한다. 이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삼표시멘트는 AI를 통해 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운영 비용도 절감할 계획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올해 26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2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200개 과제를 통해 2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 중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제조기업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AI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이 모델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중소 제조 기업들도 생산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특화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술 개발에는 올해부터 총 100억원을 투입된다.
제조 특화 기술, 대한민국 AI 경쟁력 키워
정부의 움직임 외에도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계 안에서의 변화 수요도 상당하다. 세계 제조산업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AI화가 필수가 되고 있는 것. 실제 산업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30% 이상, 제조비용 절감 20% 이상, 제품 결함 감소 50% 이상, 에너지소비 절감 10% 이상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격에 이어 기술력 등으로 격차를 늘리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AI 효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반에 기획한 프로젝트 수는 원래 10개 과제(기업)였지만, 모집에 200여 곳이 넘게 몰릴 정도로 업계 수요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존 10개에서 26개로 확대했다”며 “현장에서의 AI 변화 욕구는 더욱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흐름에 AI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 AI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AI 기술로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뿐 아니라, 대한민국 AI의 경쟁력도 함께 향상된다는 분석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기술은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과 달리 AI 기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같은 경우 우리나라만의 AI 기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에 AI 기술이 더해진다면 이는 곧 세계 1등 AI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전한 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APEC 역내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AI)화를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제조업의 AI화는 사실 우리나라 산업계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화두다. 정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업에 AI 기능을 더한 ‘국내 산업 대전환’을 착수하기 시작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로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이 변화를 꾀하는 건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제조업의 변화는 올 연말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 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의 ‘AI 자율 제조 마스터플랜’과 같은 계획은 세워졌으나 실제 제조기업이 현장에서 필요한 AI 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기술 개발에 도입하게 된 건 지난 10월부터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를 펼치며 제조업 실제 환경에서 쓰일 수 있는 AI 기술 개발 26곳을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을 개발할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GS칼텍스,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포스코, 에코프로, 대한항공, 코오롱, DN솔루션즈, 삼표시멘트, 제주삼다수 등 대한민국의 대표 제조기업들이 대거 꼽혔다.
투자 비용도 크다. 이번 26곳 선도프로젝트의 총 투자비용은 3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정부와 지자체는 4년간 총 19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GS칼텍스부터 제주 삼다수까지 AI화
이번 산업부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는 제조기업의 AI 실제 사례 내용은 흥미롭다. 품질관리를 높이는 기술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 다양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막을 방안으로 고안된 이차전지 품질 확보 AI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는 AI를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공정상 오류를 예방하고 설비를 자동 제어해 품질을 최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항공 업계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AI를 통해 항공기 동체 조립공정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고 작업지시·품질 검사 등을 모두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초 보잉기의 볼트 결합 불량으로 발생한 사고와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성도 높인다. 제주 삼다수는 1년에 45억개의 감귤을 검사해, 이중 8억개의 ‘못난이 농산물(과일음료용)’을 선별하는데, 이때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하다 보니 효율이 낮고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삼다수는 AI 기기를 통해 저품질상품을 구분하고 또 여기에 구분한 상품을 자동으로 농축해 패키징 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탄소 절감에도 AI 기술이 사용된다. GS 칼텍스는 AI를 통해 공정의 온도·압력·유량 등 외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제어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시장가격에 맞춰 생산 비율을 조정한다. 이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삼표시멘트는 AI를 통해 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운영 비용도 절감할 계획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올해 26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2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200개 과제를 통해 2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 중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제조기업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AI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이 모델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중소 제조 기업들도 생산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특화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술 개발에는 올해부터 총 100억원을 투입된다.
제조 특화 기술, 대한민국 AI 경쟁력 키워
정부의 움직임 외에도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계 안에서의 변화 수요도 상당하다. 세계 제조산업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AI화가 필수가 되고 있는 것. 실제 산업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30% 이상, 제조비용 절감 20% 이상, 제품 결함 감소 50% 이상, 에너지소비 절감 10% 이상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격에 이어 기술력 등으로 격차를 늘리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AI 효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반에 기획한 프로젝트 수는 원래 10개 과제(기업)였지만, 모집에 200여 곳이 넘게 몰릴 정도로 업계 수요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존 10개에서 26개로 확대했다”며 “현장에서의 AI 변화 욕구는 더욱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흐름에 AI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 AI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AI 기술로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뿐 아니라, 대한민국 AI의 경쟁력도 함께 향상된다는 분석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기술은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과 달리 AI 기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같은 경우 우리나라만의 AI 기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에 AI 기술이 더해진다면 이는 곧 세계 1등 AI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MBK, 10년 내 고려아연 팔까…경영협력계약 ‘기한’ 명시 없어
2GS리테일 4세 허서홍 시대 열린다...오너가 세대 교체
38억 아파트, 6700억으로 '껑충'…손해만 봤다, 왜?
4이재현 CJ 회장 “마지막 기회 절실함” 당부…인사 이틀만에 소집
510조 대어 놓친 韓조선, ‘원팀’ 물꼬 튼 한화오션·현대重
6한동훈 "가상자산은 청년들의 희망, 힘겨루기 할 때 아냐"
7오데마 피게, 서울 첫 플래그십 스토어 그랜드 오프닝
8“초당 25개 판매”…무신사, ‘무진장 블프’ 6시간 만에 300억 매출
9"내 돈 갚아"...빚 독촉, '1주일에 7번'으로 제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