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하는 中 전기차, 삼성·LG전장사업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중국 전기차의 공습] ②
中기업과 파트너십 맺는 삼성 하만
포트폴리오 다양성으로 경쟁력 키우는 LG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중국의 전기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업계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두 기업에 전장사업은 매출 호조를 기록하는 ‘효자’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인 하만 인터내셔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600억원대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 4500억원보다는 떨어졌지만, 올해 1분기 2400억원을 기록하고 2분기 3200억원, 3분기 360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LG전자 역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VS(전장) 사업부 수주 잔고가 100조원을 기록한다고 밝히며 성공적인 올해 사업 성적표를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 비중은 지난 2022년 62%로, 전 세계 판매량의 0.1%에 불과했던 2012년에 비해 대폭 성장했다.
부품 시장에서도 흐름은 이어진다. 이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중국 기업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조사한 결과 중국 CATL가 점유율 36.7%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중국의 BYD로 28.0%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대표 배터리 3사는 하락세다. LG엔솔은 글로벌 점유율 3위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수치가 내려갔고, SK온은 점유율 5위로 한 단계 밀려났다. 삼성SDI는 7위를 기록하며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에 삼성은 중국과의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 측은 공식 자리에서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 현지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히며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만이 파트너십을 맺은 중국 기업은 지리·비야디·창청자동차·BAIC 그룹 등이 꼽힌다. 2022년 하만의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32% 성장한 4억6440만달러(약 6320억 원)로, 올해는 5억1000만달러(약 69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커지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함께 흡수해, 수주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하만의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만은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조를 지향하는데, 중국의 전기차는 프리미엄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하만과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까지 개발 나선 LG
LG전자의 전장사업 포부도 크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박람회 ‘CES 2024’에서 자사 주력 기술로, 콘셉트 자동차 ‘LG 알파블’을 선보일 정도로 미래형 자동차에 들어갈 부품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2013년 당시 인포테인먼트 부품 사업을 하던 카(Car)사업부, 전기차용 동력계 부품을 개발하던 EC(Energy Components)사업부와 그해 인수한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V-ENS를 하나의 사업본부로 통합해 현재의 VS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전장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LG전자 전장사업의 방향성은 ‘다양성’이다.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부터 LG마그나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ZKW이 개발하는 차량용 조명 시스템 등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에 해당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공습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라는 무기로 대외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까지 개발했다. LG전자는 지난 11월 27일 차량용 고성능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자체 개발하고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표준규격인 'ISO 26262' 인증을 획득했음을 알렸다. 이번 MCU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첫 차량용 반도체다. 인포테인먼트에 적용돼 차량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차량 내 통신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에 개발하지 않았던 차량용 반도체 개발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되는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
EU 관세 오르는 中 전기차, 반사이익 기대
한편 중국산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유럽 지역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한국 전기차 관련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10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일반관세 10%를 포함한 최종관세는 상하이자동차 46.3%, 길리 29.3%, BYD 27.0% 등이다.
관세가 올라간 중국 전기차는 기존의 가장 큰 강점으로 여겨진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에 한국 완성차 업체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게 되면서 현대자동차 등 한국 완성차 기업에 주로 납품하는 한국 전장사업 기업 역시 매출 확대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고서 중국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혁신 현황을 발간하며 “중국 배터리 기업은 정부 지원과 대규모 내수 시장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CATL의 경우 R&D 투자 규모가 국내 3사의 합계보다 높고, 특허 출원 순위도 글로벌 8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서 기술 초격차 및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제고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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