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긴장 상태였다”...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기업도 노심초사
[비상계엄 후폭풍] ①
밤새 상황 예의주시한 韓기업들
해외 투자처 신뢰 잃지 않을까 우려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12월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국내 기업들도 밤새 비상사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이다. 실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2시 15분 기준 전일보다 39.7원 뛴 1441.0원까지 급등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진 오후 10시 30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새벽 1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 실물경제점검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경제 상황에 국내 대기업 경영진도 바쁘게 움직였다. SK그룹은 4일 아침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LG 역시 4일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계엄 선포와 관련한 대응책을 이야기했다.
새벽부터 모인 기업 수장들
HD현대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사장단 회의에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은 따로 공지나 내부적 회의가 열리진 않았지만, 3일 저녁부터 4일 새벽까지 계속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가 수장들은 새벽부터 모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해 계엄 선포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 주식물 시장의 안정화 조치를 논의했다. 또 이들은 비상계엄 해제 조치 이후 주식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외환시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글로벌 본사를 둔 한국지사들도 비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지사들은 외국에 있는 본사 측에 한국 상황을 보고하는 등 긴급회의를 열었다. 실제 넷플릭스코리아도 4일 오전 국내 상황을 전달하고 오징어게임2와 같은 앞으로 공개를 앞두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홍보 행사 진행 가능 여부 등을 미국 본사와 급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저녁 비행 운행을 앞둔 항공 업계 상황도 난감했다. 계엄 선포가 된 3일 저녁 10시 30분경 비행 이륙시간은 수 시간 미뤄졌다. 실제 3일 비엣젯항공의 저녁 10시 30분 다낭행 비행기는 계속 운행하지 못하고 새벽 1시경에 이륙했다. 계엄이 해제된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 모두 항공편을 정상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야간 운항 편의 안전 운항을 모니터링 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해제됐지만 이미 ‘벌어진 일’
새벽 내내 노심초사했던 기업들은 계엄 해제 발표로 한시름 놓았지만, 이미 일어난 ‘비상계엄 선포’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거래하는 외국 투자처와 쌓아온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LG 측은 4일 오전 소집한 비상대책회의에서 해외 계약 기업의 문의에 대한 대응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외 투자 규모가 큰 바이오업계도 걱정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 정치적 안정성이 중요한데 이번 계엄 선포 상황이 해외 협력 및 투자 유치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비상계엄이 단기간에 해제돼 다행이지만 이에 대한 여운이 남을 수 있기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황을 빗대어 경제적 악영향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국가가 봉쇄되고 기업활동이 막히는 등 불안정 요소가 커, 해외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협업할 때 어려워한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역시 정치적으로 불안정 요소가 크고 사업할 때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이 찍힐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외신들이 실시간으로 계엄 상황과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을 보도할 만큼 세계가 주목했는데, 결국 한국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나라라는 것을 세계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격”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정세 분위기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국이 불안정하면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1년 중 크리스마스 시즌이 유통가에서는 대목인 만큼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계엄령 선포가 당장 건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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