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딱 맞는 암 치료제 ‘동반진단’으로 찾는다

[바이오 ‘블루오션’ 동반진단]①
표적치료제·면역치료제 개발로 진단 필요해
약물 투약 전 동반진단으로 치료 효과 검사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가 해당 치료제를 쓸 환자인지 확인하는 검사를 동반진단이라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암 치료제, 이른바 항암제는 신약 개발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의약품 가운데 하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예전에 없던 여러 형태의 종양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치료제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들은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새로운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를 주목하고 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특정 환자만 쓸 수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는 암세포가 발현하는 특정 요소를 찾아내는 원리로 치료 효과를 높인 약물이다. 같은 종양이라도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는 치료제를 투약해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가 해당 치료제를 쓸 환자인지 검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검사를 의료현장에서는 동반진단이라고 한다. 동반진단은 환자의 특성과 질환의 형태를 분석해 사용하려는 치료제가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는 검사 방법이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이른바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커지며 동반진단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동반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이나 치료법을 찾게 되면 환자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치료 효과가 높은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에 더 빨리, 회복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많은 환자가 표적항암제 처방 전 동반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환자가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허가 제품으로 동반진단을 거쳐야 한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가 양성인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에서도 엑손19 결손이나 엑손21 치환 변이인 환자일 때 치료 효과가 좋아서다.

치료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신약은 렉라자처럼 특정 조건을 갖춰야 쓸 수 있기도 하다. 대다수가 정상 상태와 병적 상태를 구분하는 특징 이른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치료제라서다. 렉라자처럼 EGFR을 바이오마커로 삼는 치료제는 로슈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 등 여럿이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려는 환자도 동반진단을 통해 검사를 거쳐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쓰려는 환자는 사전 검사를 거쳐 암세포에 PD-L1 단백질이 발현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인데, 키트루다가 치료 효과를 내려면 PD-L1 단백질이 많이 발현해야 한다.

美 FDA도 동반진단 개발 장려

바이오마커가 명확한 경우 신약 개발 기업이 약물을 승인받기 쉽기도 하다.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대상자의 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개발 중인 신약의 치료 효과를 높여 이를 신약으로 허가받을 가능성도 증대할 수 있다. 실제 주요 신약 개발 기업은 진단 기업과 동반진단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실제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쉬운 혈액암은 환자 수가 적지만 치료제 승인 건수는 고형암과 유사하다. 이동열 안텐진제약 전무는 올해 10월 동반진단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혈액암 환자의 수는 고형암 환자 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도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개의 항암제를 승인했는데, 고형암 치료제와 혈액암 치료제 각각 8개였다”고 말했다. 

각국의 규제기관도 기업이 신약을 개발할 때 동반진단 방법을 동시에 준비하도록 조치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기업의 치료제와 동반진단의 동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각각 2016년, 2020년 발표한 동반진단 지침이 대표적이다. 기업은 해당 지침에 따라 동반진단의 유용성을 확인받아야 하고, 신약과 함께 동반진단 방법을 함께 승인받는다.

동반진단 수가 PD-L1·ALK뿐 

문제는 동반진단 수가를 인정받은 바이오마커가 PD-L1과 ALK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환자가 다른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약을 쓸 때 수가를 적용받아 동반진단 검사를 거치려면 수개월동안 별도의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말기 암 환자는 치료제를 빠르게 써야 하지만, 동반진단 검사로 인해 이런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국내 도입된 한국아스텔라스의 항암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는 동반진단 수가가 문제가 돼, 환자들은 빠르게 약물을 처방받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빌로이는 클라우딘 18.2 단백질이 많이 발현되는 암세포를 찾아내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다. 하지만 현재 클라우딘 18.2는 수가 산정이 가능한 동반진단 바이오마커로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향후 국내 도입을 앞둔 신약이라면 모두 해당한다. 애브비의 항체 약물 접합체(ADC) 항암제이자 난소암 치료제인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도 마찬가지다. 앞서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표적항암제와 동반진단은 함께 가야 한다”며 “현행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이는 행복” 7개 금융협회, 저출생 극복 릴레이 챌린지

2로또 1152회 당첨번호 ‘30, 31, 32, 35, 36, 37’...보너스 ‘5’

3대체 불가능한 인재의 중요성, 린치핀

4시진핑 “내년 안정 유지하며 개혁·발전 추진은 어려운 과제”

5‘1조8000억원’…美, 복권 대박

6‘영원한 줄리엣’, ‘세기의 미녀’ 올리비아 핫세, 암 투병 끝 별세

7英, 트럼프에 왕실 접대 두 번째 국빈 방문 추진

8"관세 폭탄 피해라" 캐나다 장관들, 마러라고 찾아 '국경강화' 약속

9日방산업체 160억 원대 비리…뒷 돈으로 자위대 접대

실시간 뉴스

1“아이는 행복” 7개 금융협회, 저출생 극복 릴레이 챌린지

2로또 1152회 당첨번호 ‘30, 31, 32, 35, 36, 37’...보너스 ‘5’

3대체 불가능한 인재의 중요성, 린치핀

4시진핑 “내년 안정 유지하며 개혁·발전 추진은 어려운 과제”

5‘1조8000억원’…美, 복권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