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는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한 3040세대 '오너가 3·4세' 시대
[오너家 3·4세가 뛴다] ①
해외 유학파라는 장점 살려 글로벌,·신사업실 담당
혁신적인 힘 있으나 위기 돌파 능력에 대해선 의문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2025년, 오너가 3·4세 승진 소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나이는 적으면 30대, 많으면 40대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경영진이 오너 3·4세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경영 3세는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의 승진 소식이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1년 만에 다시 승진한 것인데, 이 자리는 기존에는 없는 직함으로 정 부회장이 회장으로 가기 바로 직전의 단계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정 부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투톱 체제’이지만, 정 부회장의 단독 경영체제가 곧 도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동휘 LS MnM 부사장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오른지 1년 만에 올해는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렸다. 구 부사장은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오너가 3세다. LS MnM은 신사업 분야에서 새 성장 추진 동력을 꾀하기 위해 구 부사장을 새 CEO로 선임했음을 알렸다.
GS리테일도 오너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GS그룹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을 GS리테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GS리테일을 이끌던 오너 3세인 허연수 부회장은 용퇴한다. GS그룹은 오너가 3세 경영체제에서 4세로 세대교체를 빠르게 진행한 그룹이기도 하다. 허서홍 부사장 외에도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오너가 4세 대표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삼양그룹 오너 4세인 김건호 전략총괄사장은 새해 맡는 분야를 키워 경영 장악력을 높였다. 삼양그룹은 화학그룹을 1그룹과 2그룹으로 분리하면서 2그룹을 김 전략총괄사장에게 맡긴다. 2그룹은 삼양엔씨켐과 케이씨아이 등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 등이 있는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운영하는 곳으로, 김 전략총괄사장은 새해부터 고부가가치를 내는 생산 분야까지 맡기게 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젊은 30대 오너가 경영인도 다수다. 대표적으로 1986년생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의 승진 여부에 관심을 모았는데 이번 인사에 어김없이 승진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신 부사장은 이번 인사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제 갓 30살을 넘긴 1993년생 신상열 농심 전무도 눈길을 끈다. 신 전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아들인 오너 3세로, 이번 정기인사로 상무에서 전무로 올랐다. 신 전무는 2019년에 농심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매해 초스피드 승진을 하며,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9년생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담서원 전무는 입사 3년 만에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1년 5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하고, 또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유학파 젊은 오너가 경영진, 장단점 뚜렷
이 같은 젊은 오너가 경영진의 공통점은 해외 유학파라는 것이다. 이번에 승진한 7명의 오너가 3·4세 역시 해외 유학을 했다. 이 경험을 살려 글로벌 사업이나 신사업 확장 역할을 하며 동력이 떨어진 기존 사업에 새로운 활기를 일으킬 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와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MBA를, 담서원 오리온 전무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베이징대에서 MBA를 땄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은 미국 리하이대학에서 재무학을 공부했다. 또 경영과 재무쪽을 공부한 다른 오너가 경영진과 달리, 구동휘 LS MnM 부사장은 미국 센터너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실제 이들 대부분은 신사업, 해외 업무를 맡고 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는 이전까지 신사업을 포함한 회사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고,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미래사업과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 역시 글로벌 성장PU장을 맡으며 해외 사업을 담당했고 담서원 오리온 전무도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다. 농심의 신상열 전무는 현재도 미래사업실장으로 일하며 주력 제품을 기반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마치 공식처럼 나타난 게 ‘유학에 이은 글로벌 및 신사업 담당’이라는 젊은 오너가들의 행보다. 결국 신사업을 꾸릴 때 마지막 결정은 오너가 내리는데, 이때 젊은 오너가 경영진이 글로벌 마인드와 폭넓은 시각으로 과감하게 변화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해외 경영 스타일만 고수해 성과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젊은 오너 3~4세 중에는 해외 유학파가 많다 보니 글로벌 네트워크가 다소 두텁고 사업에 대한 감각이 높은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경영 능력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점과 위기 돌파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또 오 소장은 “선진국 등에서 배운 폭넓은 글로벌 경영 수업과 선대 회장 등을 통해서 물려받은 사업에 대한 DNA 등을 잘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쉽게 구조조정하는 해외의 경영 스타일이 적용되는 등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스타일을 강행해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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