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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시장 선점한 NH…2025년 전망은

[격전지 된 공개매수 시장] ②
온라인 청약 시스템과 패키지 딜 전략으로 독보적 성과
대형 증권사들 추격 본격화…공개매수 시장 경쟁 격화 전망

NH투자증권 본사. [사진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지난해 공개매수 시장은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에서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며 활기를 띠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축적된 트랙 레코드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최근 경쟁사들의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공개매수 시장의 판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024년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기업 20곳중 12곳의 공개매수 주관 업무를 수행했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전체 5곳 중 3곳, 2023년 전체 19곳중 9곳의 딜을 소화하며 공개매수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렸는데, 지난해 역시 이름값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시장 점유율이 80%(15곳 중 12곳)에 달해, 사실상 공개매수 시장 내 딜을 독식했다.

NH투자증권 2024년 공개매수 시장 독주

IB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2023년 9월부터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이러한 성과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주들이 평일 영업시간에 직접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야만 청약 신청이 가능했지만, NH투자증권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이고 편리한 청약 환경을 제공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가 부임 이후 강조한 부서 간 협업과 패키지 딜 전략도 주요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인수금융을 소화하는 부서를 분리 운영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고려아연과 영풍제지 사례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NH투자증권은 두 기업의 1차 공개매수를 모두 주관한 데 이어, MBK-영풍제지 연합의 인수금융을 담당하며 높은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주관사 역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제이시스메디칼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수합병(M&A)과 공개매수 루머로 인한 주가 변동성 속에서도 철저한 정보 관리와 신중한 대응을 통해 최적의 시점에 딜을 마무리했다. 이는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 밖에 수익성 측면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낸 딜도 있었다. 통상적으로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 기준은 매수대금 총액 대비 100bp(1%) 미만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NH투자증권은 지난 4월과 8월 각각 주관했던 락앤락과 비즈니스온의 공개매수에서 각각 1.43%와 1.58%의 높은 요율을 적용받았다. 이를 통해 NH투자증권은 각각 16억50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려,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2024년 국내 증권사 공개매수 주관기업 수.


다만 올해부터는 타 증권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온라인 공개청약 시스템을 갖춘 데 이어, 하반기에는 KB증권이 온라인 시스템 도입에 성공하는 등 대형 증권사들이 공개매수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까닭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해 상반기 중 온라인 청약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KB증권의 경우 지난 2023년부터 M&A본부 내 지배구조개선팀을 신설해, 공개매수 자문 서비스 기능을 전담하는 별도 부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해당 조직을 통해 사모펀드(PE) 및 전략적 투자자(SI)를 대상으로 공개매수 및 자금조달 자문, 최종 매각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시장의 경쟁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KB증권은 2023년까지 공개매수 딜 실적이 전무했지만, 지난해 4건(고려아연, 영풍정밀, 관악산업, 코엔텍)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3건 현대홈쇼핑‧현대이지웰‧그레디언트)과 미래에셋증권(2건, 에스앤디‧고려아연) 역시 주관 딜 수를 확대하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NH투자증권의 '독주' 체제가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IB 사업 대안 부상했지만…규제 강화‧시장 불확실성 변수

올해 공개매수 시장은 밸류업 기준 충족과 사모펀드 공시 의무 강화가 맞물리며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밸류업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가 주목받고 있다. 또한 사모펀드들이 투자금 회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시장 확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개매수 딜이 시장 상황에 따라 발생 빈도가 유동적인 만큼,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시장 여건이나 기업 가치 평가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딜이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22대 국회에서 상장폐지 기준을 기존 95%에서 100%로 상향하는 법안이 발의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신성통상이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상장폐지에 실패했던 사례를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공개매수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올해 공개매수 시장은 증권사들에게 매력적인 수익 창출원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IPO 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인수금융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수익 확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올해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공개매수는 IB 사업부문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 중 다수가 여전히 코리아디스카운트 등의 사유로 저평가를 받고 있고, 사모펀드의 상장사 투자 시 시가평가의 불편함이 존재해 올해도 공개매수를 통한 투자 및 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검토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딜 수임을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관사의 트랙레코드 및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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