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뇌 장벽에 쏠리는 눈…에이비엘바이오, ‘그랩바디B’ 집중
다국적 제약사, 혈액-뇌 장벽 투과 기술로 임상 속도
“IGF1R, TfR과 달리 다른 조직 대비 뇌 발현도 높아”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BBB) 투과 기술 ‘그랩바디B’를 개발해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가 추가적인 기술 이전을 추진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를 위해 그랩바디B와 관련한 세부적인 연구개발(R&D) 성과를 발표하며 다국적 제약사와의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그랩바디B에 대해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뇌질환 치료제 개발 열쇠 ‘BBB’
에이비엘바이오는 23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열고 자사 파이프라인의 기술 이전 현황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업이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때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라며 “(여러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에이비엘바이오의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인 그랩바디B는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랩바디B의 추가적인 기술 이전에 자신감을 비친 셈이다.
그랩바디B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이다. 뇌혈관의 내피세포 사이 접합부인 혈관-뇌 장벽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 물질의 침투를 막는다. 문제는 혈관-뇌 장벽이 뇌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약물의 침투도 막는다는 점이다. 뇌 질환을 비롯한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 애를 먹는 이유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를 적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고, 이를 2022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이전했다.
사노피가 해당 물질을 사들인 배경에는 그랩바디B가 있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수용체(IGF1R)를 활용해 그랩바디B를 개발했다.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수용체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에 쓰이는 트랜스페린수용체(TfR)와 달리 노화가 발현율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인슐린과 관련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기존의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는 뜻이다.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도 혈관-뇌 장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로슈는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혈관-뇌 장벽의 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았다.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을 개발해 아밀로이드-베타(Aβ)를 표적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트론티네맙도 개발하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에자이도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 개발 기업과 협력 중이다.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에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2~3년 전 사노피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신약 개발 기업이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을 보유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라면서도 “현재 이런 기조는 크게 바뀌어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기술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을 적용한 물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를 더 빠르게 제거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밀로이드 항체를 표적하는 기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밀로이드와 관련한 영상 이상(ARIA)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라며 “로슈의 트론티네맙을 비롯해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을 적용한 이중항체는 아밀로이드를 단일항체 대비 뇌에 더 많이 넣어 아밀로이드를 더 제거한다”라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 그랩바디B 기술 이전 사활
혈관-뇌 장벽 투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중 하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를 활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개발했다. 사노피에 10억6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한 물질이 ABL301이다. ABL301은 연내 임상 1상이 끝나, 후속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ABL301의 임상 1상 결과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그랩바디B를 적용한 물질 중 임상 결과를 공개하는 첫 사례다.
핵심은 그랩바디B가 사노피 외 다른 다국적 제약사에도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를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ABL301이 좋은 임상 성과를 내기는 물론 에이비엘바이오가 그랩바디B의 추가적인 기술 이전을 성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올해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은 물론 다국적 제약사와의 논의를 진전시켜 기술 이전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그랩바디B는 이미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을 억제하는 이중항체 ABL301로 개발돼 뇌질환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파킨슨병 외 알츠하이머병 시장이 더 큰 만큼 알츠하이머병으로 그랩바디B의 시장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현재 미국 기업과 그랩바디B에 siRNA(뉴클레오타이드의 길이가 짧은 RNA)를 붙이는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준비하는 등 R&D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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