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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지갑 연다”...유통업계, 흥행 보증 카드된 ‘가상 아이돌’

[가상 아이돌에 빠지다]②
유통업계, 가상 아이돌 협업 사례 이어져
관련 제품 완판 행진...“추가 협업도 검토”

롯데마트·슈퍼는 가상 아이돌그룹 플레이브와 협업해 롯데 빼빼로 아몬드·크런키 2종을 단독 판매했다. [사진 롯데마트·슈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유통업계가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가상 아이돌과 손잡고 있다.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 가상 아이돌 팬들은 서슴지 않고 지갑을 연다. 일부 기업들은 지난해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 추가 협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 아이돌 효과로 웃는 유통가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유통업체는 한정판 제작 또는 마케팅 활동 등 가상 아이돌과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앞서 협업으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가상 아이돌과의 협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곳은 롯데마트·슈퍼다.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 단독으로 판매한 플레이브(PLAVE·소속사 블래스트) 빼빼로 2종(아몬드·크런키)은 점포 오픈 1시간 만에 준비 물량의 90%가 소진됐다. 나머지 물량(10%)도 다음날 완판됐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롯데마트·슈퍼는 추가 물량 생산까지 결정했다. 추가 생산한 플레이브 빼빼로 물량도 출시 하루 만에 롯데마트·슈퍼 수도권 전역 점포에서 모두 소진됐다.

롯데슈퍼·마트는 올해도 가상 아이돌과의 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롯데슈퍼·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해당 상품에 관한 인기가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함에 따라 올해 빼빼로 데이에도 유사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할리스 홀리데이 시즌 뮤즈 나이비스. [사진 할리스]
할리스도 가상 아이돌과의 협업으로 긍정적 성과를 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말 나이비스(NAEVIS·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뮤즈로 발탁하고, 홀리데이 시즌 홀케이크 관련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나이비스의 지원사격을 받은 할리스 ‘딸기는 파티 중’은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과 맞물리며 높은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다. 할리스에 따르면 관련 상품의 판매 성장률은 지난 시즌 홀케이크 대비 199% 수준이다.

할리스와 나이비스의 협업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할리스 관계자는 “출시 예정인 신규 메뉴, 프로젝트 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할리스는 고객 여러분의 일상에 다채로운 순간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메디힐, 두찜 등 다양한 뷰티·식품기업들이 ‘이세계아이돌’, ‘플레이브’와 같은 가상 아이돌과 협업해 성공 사례를 낳았다. 협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포토카드와 캘린더, 한정판 상품 때문이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가상 아이돌 팬들은 오픈런(매장 오픈 전 줄을 서는 행위)까지 불사하는 등 뜨거운 팬심을 보여줬다.
극심한 내수 침체...팬들은 지갑을 연다

업계에서는 기업과 가상 아이돌의 협업 이유를 극심한 내수 침체에서 찾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2% 줄었다. 이는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 지수의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의복·신발 등을 의미하는 준내구제와 화장품·식음료가 포함된 비내구재 관련 지수가 전년 대비 각각 3.7%, 1.4%씩 감소했다.

다만 팬덤 소비는 경기불황을 빗겨간다. 최근까지 가상 아이돌과 협업한 기업들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유사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지식재산권(IP)에 애정을 쏟는 소비자들은 관련 상품 구매에 적극 나서는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4 콘텐츠 장르별 이용자 조사 보고서’(조사 대상 전국 만 69세 이하 1만4000명·조사 기간 2023년 6월 ~ 2024년 5월)에 따르면 캐릭터 상품 이용경험은 전년 대비 2.0%포인트(p) 증가한 95.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캐릭터 팬덤 대중화에 따라 관련 상품을 구매한 경험은 전년 대비 5.4%p 증가한 81.5%로 나타났다.
영하 8~9도를 웃도는 강추위 속 가상 아이돌 카페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 중인 팬들의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가상 아이돌 팬덤의 관련 상품 소비도 콘진원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신은 플리(플레이브 팬덤명)라고 밝힌 박모씨는 “미니 앨범부터 학생증, 포토카드 등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며 “포토카드 때문에 빼빼로를 여러 박스 구매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내수 기업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디깅 소비 등과 맞물려 가상 아이돌 협업 제품은 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이 소장하고 싶은 가상 아이돌 멤버의 굿즈를 얻기 위해 불필요하게 과다 소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상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사람들이 인형 등을 좋아하는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소비자와의 상호작용과 이미지 관리 등이 잘 이뤄진다면 가상 아이돌은 충분히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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