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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한국관은 어쩌다…K-스타트업 참여 놓고 설왕설래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호평에서 혹평으로 바뀐 K-스타트업의 CES 참여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CES 현장 ‘도떼기시장’으로 비판

CES 2025 통합한국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세계 최대 테크 행사인 CES가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CES 참여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논쟁의 요지는 행사 참여 효과다. 한쪽에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며, 참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CES 참여가 ‘보여 주기식’ 성과로 변질되면서 더 이상 특별함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CES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 유치와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CES 참여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도대체 전 세계 혁신 기술의 격전지인 CES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요즈음 CES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저녁 뉴스를 통해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CES에 참가해 호평을 받는 소식을 접하곤 했다. CES에 부스를 차린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에 참여해 수상 소식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해가 지날수록 수상 기업은 늘어갔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오늘날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수상을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수상 기업의 수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CES 현장에 직접 참석한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미디어에서 들리는 소식과 괴리를 보였다. CES에 대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호평은 2020년 전후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소수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수상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시장 성과는 투자 유치와 매출 증대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국내 스타트업들은 CES에 관심을 보이면서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수상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얼핏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수상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타트업 보육을 지원하는 중앙 정부 산하 공기관과 지방 정부들이 CES에 앞다투어 참여한 작년과 올해 CES에 대한 평가는 혹평이 주를 이뤘다. 여러 국내 스타트업이 참여한 것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기관들의 홍보와 실적 쌓기가 목적이라는 것이었다. 기업 홍보 대신 기관 고위 관계자의 방문이 CES 참여의 핵심이 되어버렸다는 후문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흘러다닌다.  

현장에 다녀온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모습을 흡사 CES에서 열린 ‘지역 축제 장터’에 빗대어 말했다. 올해 CES 현장을 방문한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내년 CES 한국관에서 ‘지역 특산물 홍보 대사’ 선발 대회가 열릴 지경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해마다 ‘역대 최대 규모’, ‘역대 최다 기업’ 등 각종 미사여구로 도배되고 있는 CES. 하지만 그곳에서 드러나는 국내 참여 스타트업들의 실상은 현장 방문자들의 인식과 매우 달랐다. 

[자료 CES attendance aduit summary 정리]

CES 참여 효과 어떻게 극대화할까

국내 스타트업의 CES 참여와 수상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참여 방향과 수상 가치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벤처 투자자들은 CES 참여와 수상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은 지 오래이다. 일부 국내 스타트업 정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한 CES 참여와 보여 주기식 실적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CES 참여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참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들은 최근 CES 한국관의 광경이 스타트업들을 데려간 산하 기관들이 상호 경쟁하는 각축장에 가까웠다고 꼬집어 말한다. 더불어 이제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일관된 가치를 전달할 국가 수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CES 참여 전후로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아쉬워한다.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행사 참여를 통해 외부 자원 접근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CES 참여 기업들을 찾아 사전에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과 같은 공공 지원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국내 스타트업을 CES에 데려가는 기관들은 인솔자가 아니라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연결자 역할은 CES가 끝난 후에도 요구된다. 그들은 CES에서 맺은 인연과 기회를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 연결해야 한다. 컴업(COMEUP), 넥스트라이즈(NextRise),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포스터브릿지(FosterBridge)와 같은 글로벌 수준의 스타트업 행사들이 국내에도 있다. CES에서 존재감을 보인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리더들을 자연스럽게 국내에 방문하도록 이끄는 인바운드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스타트업이 CES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CES에 참여한 공공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그들의 성과 지표가 아니라 참여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혹은 매출 증대 같은 실질적 성과가 나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오늘날 CES가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고 입을 모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도떼기시장’. 올해 CES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현장 경험을 묘사할 때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단어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CES가 왜 국내에서는 도떼기시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경험한 이와 바라보는 이 모두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문제점과 개선 방향도 충분히 공론화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CES참여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제는 변화의 몸부림이 절실하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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