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전쟁 속 ‘5% 성장’ 내건 중국, 양회 내용 살펴보니
딥시크 AI 돌풍 속 과학기술 예산 10% 증액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중국 정부가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도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 리창 총리는 지난 5일 개막한 전인대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 올해 들어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재작년, 작년과 같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리 총리는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에 대해 “취업 안정과 리스크 방지, 민생 개선의 필요”라며 “중장기 발전 목표와 결합해 어려움을 뛰어넘고 분발하는 선명한 길잡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 목표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약 2%로 세웠다. 올해 CPI 상승률 목표치를 하락 조정하는 것은 소비 위축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목표로 전환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은 올해 재정적자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했다. 적자 규모는 5조6600억위안(약 1130조원)으로 한해 만에 1조6000억위안(약 320조원) 늘어난다. 한층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 재정 적자율을 높여 지출 강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양회에서 주목할 점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다.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더욱 관심을 모은 중국의 올해 연구개발(R&D·과학기술)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1900만위안(약 80조원)으로 설정됐다.
지난 1월 딥시크가 챗GPT와 맞먹는 성능의 인공지능(AI) 모델을 내놔 전세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을 비롯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기술기업 리더를 직접 불러 좌담회를 열고 민간 기술기업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를 맞아 과학·기술 혁신과 부유한 지방정부들의 주도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동부 장쑤성 대표단 심의에 참석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은 신품질 생산력 발전의 기본 경로”라며 “현대화한 산업 시스템에 집중하면서 교육과 과학·기술, 인재를 함께 움켜쥐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연례 회의에는 중국 각 지방의 인민대표 2000여명이 참석한다. 시 주석은 장쑤성에서 선출한 인민대표다. 장쑤성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8%로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신규 국내외 통화 대출 규모(2조3600억위안), 혁신신약 시판 허가(총 13개), 신규 및 잠재 유니콘 기업(거대 신생 기업) 수, 제조업 고품질 발전지수 등에서도 전국 1위에 올랐다.
시 주석은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을 융합하려면 플랫폼 건설과 체제 메커니즘 완비를 해야 하고, 혁신 주체로서 기업의 지위를 강화해 혁신 사슬과 산업 사슬이 원활하게 연결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제 규모가 큰 성(省)이 국가 중대 발전 전략 이행에 더 큰 역할이 있어야 한다”며 “경제 규모가 큰 성은 발전이 더 빨랐기 때문에 당연히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촉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험을 모색하고 시범·선도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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