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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아는 만큼 싸진다

자동차보험, 아는 만큼 싸진다

고종 황제가 1903년 최초로 자동차를 수입한 후 2010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등록 자동차는 1794만 대로 늘었다. 인구 2.8명당 한 대꼴로 웬만한 가구는 차 한 대씩을 보유하고 있다. 굴러다니는 모든 자동차에는 당연히 자동차보험이 붙어 있으니 자동차보험만 1800만 건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자동차보험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자동차보험과 관련해 몰랐던 것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매년 자동차보험 갱신 때마다 걸려오는 수많은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으며 귀찮아서, 혹은 잘 몰라서 대충 가입하고 마는 자동차보험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자. 자동차보험은 아는 만큼 싸게 가입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먼저 자동차보험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봤다. 보장 내용은 비슷해 보통 가입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보험료다. 자동차보험료는 어떻게 구성될까 <표 참조> . 기본보험료는 운전하는 차량, 피보험자의 성별, 연령 등에 따라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할인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보험 가입금액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유형으로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입자 특성요율은 보험 가입기간과 법규 위반 경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보험 가입기간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항목이지만 관공서·법인 운전직, 군 운전병 경력이나 외국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경력을 챙기지 않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증명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 무면허 운전, 신호 위반, 속도 위반, 중앙선 침범 등의 법규 위반은 보험료를 10%까지 높이는 요인이 된다. 교통법규를 지키면 목숨도 챙기고 보험료도 아낄 수 있다.



법규 위반 시 보험료 10%까지 할증특약요율은 운전자 범위, 운전자 연령에 따라 할인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운전자 연령이 높을수록, 운전자 범위가 좁을수록 할인 폭이 크다. ‘30세 이상 가족한정’과 ‘30세 이상 본인한정’은 운전자 범위만 다를 뿐인데 보험료가 10% 넘게 차이 난다. 그렇다고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운전자를 한정하면 사고가 났을 때 보험 혜택을 못 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에서 가족이란 본인과 배우자를 포함한 직계가족을 뜻한다. 부모, 장인, 장모, 사위, 며느리는 가능하지만 형제자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사항을 잘 알고 상황에 맞게 운전자를 한정해야 한다.

특별요율은 쉽게 얘기해 에어백, ABS(미끄럼 방지 제동장치), 차량도난장치 같은 자동차의 안전이나 도난 등에 대비한 장치를 한 차량에 대해 할인해 주는 요율이다. 이런 장치를 하려면 비용이 들어가지만 자동차보험료를 절약하는 이점이 있다.

이외에도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저렴하다.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없어지기 때문에 보험료에서 차이가 난다. 직접 알아보는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하면 보험료를 15% 정도 절약할 수 있다.

또 자기차량손해에 가입할 때 자기부담금을 높이면 보험료가 낮아지고, 자동차보험 할증기준을 50만원에서 100만원, 200만원으로 높이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그러나 보험료만으로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그만큼 개인비용이 추가되고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역시 자동차보험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항을 다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보험에 가입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은 기억하는 것이 좋다.

첫째, 보험료가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자동차보험을 선택할 때 많은 사람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기준이 보험료다. 하지만 보험료가 싸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혜택이나 보상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은 저렴하지만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나 사고가 났을 때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했을 때보다 불편한 점이 있다.



운전자 범위 잘 정해야자기부담금이나 자동차보험 할증기준을 선택할 때도 무조건 저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전 경험과 운전 스타일을 고려해 그에 맞게 설계된 보험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반드시 상담하고 가입해야 한다. 텔레마케터가 하라는 대로 생각 없이 가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가능하면 오프라인에서 상담하고 맞춤 설계를 하는 것이 좋다. 설계사를 만나기 싫다면 개인적으로 자동차보험 비교 견적 사이트에서 견적을 내 보고 포털에서 정보를 검색해 보는 방법도 있다. 텔레마케터와 통화할 때는 궁금한 점을 꼼꼼히 물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손품을 판 만큼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셋째, 문제가 없다면 같은 회사에 계속 가입하는 것이 좋다.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보상처리가 안 됐다든지 서비스가 약속과 다른 등의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보험사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금액의 보험료 차이로 보험사를 매년 옮기는 것은 그리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같은 회사에 지속적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넷째, 계약 후 주소나 운전자 등 변경해야 할 사항이 생길 때는 즉시 보험사에 알려 보장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으면 보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될 수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을 피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 보험이다. 필요하다면 하루, 일주일 등 필요한 기간 동안에만 보장 내용을 바꿀 수도 있다. 귀찮은 일이지만 보험은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항상 만약에 대비해야 한다.

다섯째, 운전자 범위를 잘 선택해야 한다. 차 운행 스타일에 따라 적절히 한정특약을 선택해야 사고 시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다. 보험료 때문에, 혹은 가끔 있는 일이니 문제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운전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 때문에 비싼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자동차보험은 다른 보험과 비교해 보험료 금액이 많지 않고,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오랫동안 가입해 왔던 금융상품이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선택하곤 한다. 보험 비교 견적 사이트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사 사이트에 가 보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지만 실제 그 금액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매년 절약하는 돈, 그 돈을 30~40년 동안 투자한다면 꽤 유용한 자금이 될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여기에 적용하기에는 절약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너무 클 정도다. 매일, 매달이 아니라 한 번만 제대로 수고하면 끝나는 고생이다.

올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는 고생을 무릅쓰고 투자 종잣돈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생해 알게 된 지식은 어떤 형태로든 이익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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