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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형 은퇴자가 되자

탐험가형 은퇴자가 되자

초등학교 교장을 은퇴한 뒤 서울 은평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동요를 가르치는 이창규 할아버지.

지금의 중장년층이 청년기였던 1980년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기대여명은 65.7세(남자 61.8세, 여자 70.1세)였다. 이 시절 남자의 평균수명이 60대였기 때문에 노후 준비는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기대여명이 8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제 ‘장수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 게다가 의료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수명은 놀랄 만큼 늘어날 것이다.

이런 장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준비 상태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한 베이비 부머(1955~63년생)가 생각하는 노후 생활상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전국 대도시 거주 2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은퇴 후 노후 자금으로 월 213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재 준비된 노후 자금은 137만원에 불과했다. 매월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에 가입한 가구는 22.3%에 불과했다. 재정적으로 열악하니 안정된 노후생활은 자신과 관계없는 머나먼 일로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노후 준비가 소홀한 건 자녀 중심의 사고방식, 은퇴가 없었던 농경문화의 영향, 정부의 연금제도 미흡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노후생활에 대한 지식 부족도 큰 원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은퇴란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로 통하지만 외국에서는 일생 동안 꿈꾸면서 기다린 멋진 시간으로 여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은퇴 생활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다. 시사점을 주는 모형도 많다. 특히 몇 년 전 미국의 노후 전문가가 조사한 네 가지 은퇴 생활 스타일은 곰곰 되새겨 볼 만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시골이나 휴양지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던 미국인의 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네 가지 은퇴 생활 스타일은 나이를 잊은 탐험가형, 평안하게 즐기는 여가생활형, 매일 안절부절못하면서 살아가는 근심형, 질병으로 시달리는 환자형이다. 탐험가형은 기업가형이라고도 한다. 전체 은퇴자의 27%를 차지한다. 은퇴 생활을 제2의 황금기로 생각하면서 창업이나 사회활동,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산 규모와 연금도 가장 많은 계층이다. 오랫동안 철저히 은퇴를 준비한 사람들이다.

여가생활형은 휴양지에서 생활하며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전체의 19%를 차지한다. 사회활동이나 자기계발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근심형은 은퇴자의 22%를 차지한다. 재산이나 연금 소득이 비교적 적어 현재 생활에 초점을 두고 그다지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유형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형은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자산 규모가 가장 작고 미래에 대한 흥미나 생활 만족도 역시 낮다.

우리나라 은퇴자의 생활 스타일을 분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탐험가형이 가장 많고, 나머지 세 가지 유형은 적을수록 바람직한 사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봐선 근심형이 과반수를 차지할 듯하다. 이제부터라도 은퇴 생활 스타일을 미리 정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능하면 장기에 걸쳐 서서히 준비해 애착을 느끼면 더욱 좋다. 은퇴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기반으로 가족, 재산, 취미, 사회활동, 건강 등이 골고루 이뤄진 행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것이 바로 은퇴 설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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