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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싼 곳 찾아 헤매는 ‘오일 노마드’

기름 싼 곳 찾아 헤매는 ‘오일 노마드’

서울 시내에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오일 유목민’이 늘고 있다.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가격만 싸다면 뙤약볕에서 수십 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여기에 가능한 한 기름을 덜 쓰는 ‘유테크’를 십분 활용하는 운전자도 가세했다. 사소한 운전습관 고치기부터 주유카드 할인·적립 혜택 챙기기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도움을 받는 등 첨단정보를 동원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유테크의 시작은 ‘에코 드라이빙’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굴리는 운전습관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지만 유테크 기법으로도 쓰고 있다. 급발진·급정지를 하지 말고 트렁크를 비워 가급적 차의 무게를 줄이는 게 기본이다.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하게 유지하거나 소모품을 적절하게 교체해 차량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각 방법별로 대략 2%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각종 포털에서 ‘주유할 때는 기름탱크에 3분의 2만 채워라’ ‘내리막길에선 변속기를 중립에 놓고 운전하라’처럼 사소한 습관을 고쳐도 실천할 수 있는 조언이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안희범(29)씨는 “블로그 글을 읽다 보니 의외로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많더라”고 말했다. 안씨는 얼마 전부터 ‘급정지 안 하기’를 실천하고 차계부도 작성하고 있다.

에코 드라이빙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기도 시중에 나와 있다. 승용차 핸들 밑에 있는 차량진단 장치인 OBD2 단자에 에코윈이란 기기를 연결하고 그 위에 스마트폰을 부착하면 정확한 연비를 체크할 수 있다. 비슷한 기능을 장착한 내비게이션 제품도 있다. 이런 기기를 이용하면 실제 연비와 차량상태 정보는 물론 급제동 횟수나 공회전 시간도 파악할 수 있다. 에코윈을 이용해 본 한 사용자는 “공인 연비가 12.4㎞인데 실제로 측정해 본 결과 8.9㎞ 정도가 나왔다”며 “운전습관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행 중 과속이나 급정지할 때마다 경고 메시지를 들려주니 신경 써 운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운전습관 고치는 에코 드라이빙 관심스마트폰 앱으로도 좀 더 경제적 운전습관을 기를 수 있다. 예컨대 한국타이어에서 제작한 ‘마이카드라이빙’이란 앱은 차계부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이용자가 경제적으로 차량을 관리할 수 있다. 자신의 차량에 대한 세부정보를 등록하면 주행거리에 따라 타이어나 엔진오일 교체 시기 등을 알려준다.

자동차 에어컨을 덜 틀어도 기름을 아낄 수 있다. 그렇다고 더위를 참을 수는 없는 법. 특수 팬이 장착된 쿨링시트, 얼음조끼, 미니 선풍기 등이 에어컨 대용으로 인기다. 냉스프레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 자동차 운전자는 “햇볕에 주차했던 차를 타기 직전에 냉스프레이를 핸들과 시트에 뿌리면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며 “특별히 더운 날이 아니면 미니 선풍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신용카드도 요긴한 유테크 수단이다. 단, 카드 종류가 워낙 다양해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카드회사에서 주유 할인 혜택이 많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종류에 따라 60~100원까지 할인 받거나 포인트를 적립해 쓸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V카드 oil 100’은 모든 주유소에서 L당 100원을 할인해 준다. 삼성카드의 ‘삼성카앤모어카드’는 모든 주유소에서 L당 60원을 할인해주며, 카앤모어 대리점으로 가입된 주유소에서는 100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나SK카드의 ‘하나오일행복카드’나 신한카드의 ‘SK에너지오일링카드’처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카드도 있다. 주유 때 L당 120~150원을 포인트로 적립해 일정 포인트 이상이 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카드를 고를 때는 자신의 주유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정유사에 따라 할인율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카드는 할인율이 낮은 대신 보험료나 교통비를 할인해준다. 전월 사용실적이 필요한 카드도 있다. 연회비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할 항목 중 하나다. 소비 품목에 따라 복수의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셀프 주유소에 운전자가 몰리고 있다. 셀프 주유소는 고객이 직접 주유하고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좀 더 싼 가격에 기름을 제공한다. 현재 셀프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일반 주유소보다 L당 60원 가까이 저렴하다.

셀프 주유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에 앉아 기름을 편하게 넣으려는 운전자가 많아 국내에선 인기가 없었다. 전국을 통틀어 셀프 주유소는 300여 곳뿐이었다. 최근 기름값이 오르자 상황이 달라졌다. 셀프 주유소를 찾는 사람이 늘자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만 100여 개의 셀프 주유소가 더 문을 열었다. 현재 서울 41곳을 포함해 전국에 441개가 영업 중이다. 아직까지는 전체 주유소의 3.5% 수준이지만 기름값이 계속 오른다면 셀프 주유소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자가폴 주요소도 인기셀프 주유소보다 더욱 싼값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특정 정유사의 상호를 달지 않은 자가폴 주유소다. 7월 20일 기준으로 자가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20원으로 셀프 주유소보다 40원가량 싸다. 각 정유사의 재고물량을 싼 가격으로 구매했다가 되판다. 서비스나 광고 등을 줄여 비용을 낮췄다. 정유사들이 기름값 1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기간에는 자가폴 주유소의 기름값이 오히려 더 비싸 고전했다. 정유사들이 계열 주유소에만 할인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인이 끝난 7월 6일 이후부터는 자가폴 주유소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다만 숫자가 적다. 서울 지역 자가폴 주유소는 18개뿐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접속하면 전국의 주유소 정보를 알 수 있다. 지역별로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찾거나 셀프 주유소만 선택해 찾을 수도 있다. 낯선 지역에서 급하게 주유해야 할 경우 스마트폰 앱이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주변 주유소의 가격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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