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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작게 더 작게 미니 전원주택 인기

[Real Estate] 작게 더 작게 미니 전원주택 인기

경주에 있는 미니 주말 별장.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 사는 윤모(52·교사)씨는 ‘미니 별장’에서 지내는 주말이 즐겁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 홍천강변에 지은 이 집은 건축 연면적 33㎡(옛 10평)짜리 목조주택이다. 윤씨가 이 집을 짓는 데 들인 비용은 4000만원(땅값 별도) 정도. 땅값까지 포함해도 전체 비용은 1억원을 넘지 않는다. 비용은 2009년 본인 소유 아파트를 팔고 전셋집으로 옮기면서 발생한 차액에 여윳돈을 조금 보탰다.

집 크기는 작지만 생활은 불편하지 않다. 아파트와 비슷한 거실 겸 주방, 방, 화장실을 갖춘 2층 구조이기 때문이다. 목조 주택은 벽체가 얇고 공용면적이 없어 동일 평형의 아파트에 비해 실평수가 30∼40%가량 넓게 나온다. 윤씨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을 이곳에서 머물며 텃밭을 가꾸고 취미(압화 공예) 생활을 즐긴다. 그는 “텃밭 가꾸는 재미에 건강까지 얻었다”며 “요즘 주변에 이런 미니 별장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중산층 사이에 미니 주말별장 인기갑갑한 콘크리트 건물에 갇힌 도시 중산층 사이에 소형 전원주택(미니 별장)이 인기다. 비용 부담이 적은 데다 간편하게 지을 수 있고 규제까지 덜하다는 점 때문이다. 대형 전원주택(건축 연면적 115∼148㎡, 가구당 3억∼10억원 선)이 주류를 이뤘던 10여 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원주택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통했다. 요즘엔 얘기가 다르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중산층을 중심으로 미니 주말별장(건축 연면적 33∼50㎡, 가구당 1억원 안팎)이 확산되고 있다.

미니 주말별장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요즘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33㎡짜리 목조주택을 짓는 데 드는 비용(땅값 별도, 자재비 기준)은 대략 3000만∼4000만원 선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20~23㎡대는 1000만~2000만원에 지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동일한 자재로 142㎡짜리 목조주택을 짓는 데는 1억5000만원가량 든다.

주5일 근무제 정착, 주5일 수업제 도입 등으로 늘어난 여가시간도 미니 주말별장 열풍을 부채질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평일은 직장이 있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늘어난 주말 이틀은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려는 회사원 등이 주로 미니 주말별장을 많이 짓는다. 좀체 살아나지 않는 경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것도 미니 주말별장의 인기 이유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산층이 비용 부담이 덜한 미니 주택을 찾는다.

대형에 비해 규제가 덜한 점도 중산층의 구미를 당긴다. 규모가 작은 전원주택의 경우 수도권(또는 광역시) 이외 읍·면 지역에 들어서면 1가구 2주택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정부는 2006년부터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도시민이 주말농장 등의 용도로 매입한 1000㎡ 미만의 땅)에 짓는 33㎡ 이하 주택은 농지보전부담금(공시지가의 30% 선)을 50% 감면해 주고 있다.

미니 주택은 또 자재 주문에서 완공까지 소요되는 기간(1개월)도 대형(2~3개월)에 비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농업회사법인인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소형 전원주택은 예전에는 본채에 딸린 부속채 역할에 그쳤으나 요즘엔 당당히 주인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원생활 적응에 실패했을 경우 비용 손실이 적다는 점도 미니 주택의 인기 이유다. 최근 도시를 떠나 전원에 살다가 정착에 실패한 뒤 유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때 욕심을 내서 집을 크게 지은 사람은 그만큼 비용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전원주택은 일단 완공된 시점부터 감가상각이 발생하기 때문에 처분할 때 제값을 다 받기 어렵다. 게다가 전원주택은 덩치가 크면 클수록 환금성까지 떨어진다.

이에 비해 소형은 전원생활 적응에 실패해 도시로 되돌아올 때 비용 손실 부담이 덜한 편이다. 소형 주택은 건축비가 대형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니 주말별장은 전원생활에 단계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원주택 부지를 미리 구입해 놓은 상태에서 여건이 아직 맞지 않아 집을 짓지 못한 수요자가 전원생활 연습을 겸한 주말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미니 주택을 짓는 것이다.



전기공사 등은 전문가에 맡겨야미니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전문 업체에 시공을 맡기지 않고 손수 짓는 ‘실속파’도 부쩍 늘었다. 이른바 ‘DIY(Do It Yourself)’형 조립식 주택이다. DIY형 주택은 자재를 미리 공장에서 가공해 묶음 단위로 판매한다. 수요자는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진 벽체를 그대로 현장에 가져와 조립하면 된다. 집을 직접 지어보는 재미 때문에 주로 30~40대 연령층이 많이 찾는다. 아는 사람끼리 4~5명이 팀을 이뤄 ‘품앗이’ 형태로 짓기도 한다.

이 경우 미리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건축학교에 다니면서 시공 방법을 배워두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전원주택 전문 시공업체인 정일품송 강석찬 사장은 “교육 수료 후 직접 지으면 비용을 15%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을 좀 더 줄일 요량이라면 여러 사람이 건축 자재를 공동구매해도 된다. 자재를 전량 수입해 들여오는 핀란드산 조립식 미니 통나무주택의 경우 현재 국내 판매가는 3.3㎡당 150만∼250만원 정도다. 이 가격에는 수입관세·부과세·컨테이너 하역비·운송비 외에 국내 수입업자의 대행료(전체 가격의 약 3∼5%)가 별도로 포함돼 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자재를 직접 수입할 경우 적어도 수입 대행료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역 라이선스가 없을 경우 잘 아는 무역회사에 수입 신용장(L/C) 개설을 부탁하면 된다.

소형 전원주택이라도 사전에 따져 봐야 할 점은 있다.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임야라도 도시 지역이나 계획관리구역 내 농지는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아무리 규모가 작은 주택이라도 건축 관련 인허가(신고) 절차는 거쳐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집을 직접 지을 때는 사전에 시공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도중에 잘못 지으면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위험도가 높은 전기공사 등은 가급적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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