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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CEO, 주말엔 영화감독

주중엔 CEO, 주말엔 영화감독

8월 1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CGV 매표소 앞. 한 20대 여성이 매표소 직원에게 “겨울냄새 2장이요”라며 영화표를 끊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자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씨엔티테크 전화성(35) 대표다. ‘겨울냄새’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들의 애환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전 대표가 연출한 둘째 작품이다. 그는 “평일인데도 상영관이 70%나 찼다”며 “배급사 관계자로부터도 반응이 좋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기뻐했다.

그가 운영하는 씨엔티테크는 텔레마케팅 서비스 회사다. 미스터 피자, 원할머니보쌈 등 국내 외식업체 40여 곳의 전화주문을 대행한다. 고객이 외식업체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씨엔티테크 콜센터 직원들이 주문을 받아 각 외식업체로 주문 내역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5억원이다.

본업은 사장이지만 그는 올해 첫 작품을 낸 새내기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전 대표의 첫 연출작은 올해 3월 개봉한 ‘스물아홉 살’이다. 그는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열흘간 휴가를 내고 밤낮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가능한 촬영 기간은 3~4일에 불과했다. 스태프들은 장편영화를 찍기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전 대표는 비교적 공을 덜 들여도 되는 장면부터 신속하게 촬영했다. 결국 회의적이던 스태프들은 전 대표를 따라줬고 짧은 기간에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그는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선 일단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영화감독이나 CEO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자질임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CEO인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2003년 씨엔티테크를 설립한 전 대표가 메가폰을 잡은 이유는 사실 CEO로서 겪은 고충 때문이었다. 그는 “CEO는 말을 아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함이 커져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전 대표는 영화를 연출하면서 직원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스물아홉 살’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은 콜센터 직원이다. 전 대표는 “감독은 주인공 입장에서 여러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데 영화를 찍으며 밤과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는 콜센터 직원들의 일상에 대해 보다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씨엔티테크에는 650여 명의 텔레마케터가 근무한다.

현재 씨엔티테크는 전화주문 대응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00년대 초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했지만 곧 철수했다. 전 대표는 씨엔티테크의 비결로 생산성을 꼽았다. 2005년만 하더라도 회사 내 콜센터 직원들 사이에선 하루에 주문전화를 8통만 받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시급을 받는 직원들로선 굳이 많은 주문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보다 주문전화를 많이 받는 직원들에게 시급을 올려주겠다며 하루 10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주문전화를 받았다.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해주자 자연스레 실적이 오르고 경쟁력이 높아졌다. 씨엔티테크는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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