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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중국 바닷물 걸러 마신다

목마른 중국 바닷물 걸러 마신다

중국 장시성 잉탄 지역의 한 농부가 바닥을 드러낸 연못에서 물을 긷고 있다.

올해 중국은 유례 없는 가뭄으로 바짝 타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쓰촨성, 윈난성, 구이저우성, 광시좡족자치구, 충칭 등 중서부 지역에 피해를 준 가뭄이 올해는 후베이성, 후난성, 장시성, 안후이성, 장쑤성 등 양쯔강(揚子江) 중하류 일대로까지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50년 만에 닥친 가뭄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을 일컫는 말 중 하나가 ‘지대물박(地大物博)’이다. 땅이 넓고 물자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어도 물에 관한 한 이 말은 예외다. 중국의 1인당 연간 재생 가능 수자원 양은 2188㎥로 세계 109위에 그친다. 우리나라보다는 낫지만 세계 평균과 비교해서는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베이징은 1인당 수자원 양이 겨우 100㎥에 불과하고, 톈진, 허베이성, 산둥성, 상하이 등 연해지역 역시 500㎥에도 채 못 미친다. 중국 전체적으로 물 부족량은 무려 500억㎥에 달한다. 전국 660여 개 도시 중 400여 개 도시에 물이 부족하고, 그중 100여 개는 심각한 ‘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총력현재 중국의 가뭄은 1978년, 1981년, 1986년, 1994년, 2000년 등 심한 가뭄을 겪었던 해보다 정도가 심하고 범위도 넓다. 그만큼 중국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먼저 가뭄 피해를 본 경지면적만 696억㎡에 달한다. 더구나 많은 하천이 중금속으로 오염돼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부족해지면서 전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른 조업량 부족으로 감산이 불가피하다며 울상이다. 하절기 농산물 수확에도 악영향을 미쳐 곡물 및 식료품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양쯔강을 통한 내륙 수로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운이 원활하지 않아 원자재 확보에 애로를 겪는가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육로운송을 택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고질적 물 부족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공업화와 도시화 추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외 지방정부의 맹목적 GDP(국내총생산) 실적 우선주의와 물 소비 낭비풍조, 미흡한 수리시설에 따른 누수 탓도 크다.

물 기근이 갈수록 심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물을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업종에까지 국민의 볼멘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사우나, 실내수영장, 골프장, 스키장 등이 주요 불만의 대상으로, 심지어 세차장, 스파 온천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 업종은 예전에는 주로 환경단체의 공격 목표였으나 이제는 일반 서민까지 손가락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8월 10일 대표적 환경단체 ‘자연의 벗(自然之友)’은 ‘6대 도시민의 수자원의식 및 용수 행위’ 조사 결과 대형 사우나, 위락 수영장, 스키장, 골프장 등 사치성 서비스업종의 물 낭비가 가장 심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수질오염 및 수자원 부족이 시민의 수자원 이용에서 애로사항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만약 녹색GDP 개념을 도입해 중국 GDP 성장률을 재산정한다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질적 물 부족과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아온 중국 정부는 ‘교자채신(敎子採薪)’, 즉 장기적 안목으로 근본적 처방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물 문제가 중국 경제성장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자 국무원은 2011년 최우선 국정과제를 전통적 치국의 개념인 수리(水利) 문제 해결로 정했다. 2011년 1월 29일 공표된 ‘중국 국무원 수리개혁 발전에 관한 결정’이라는 중앙 1호 문건이 그것이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무원 산하 전 부처에 수리문제 해결과 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경제안전, 생태안전, 국가안전’을 위해서는 더 이상 물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이와 함께 초·중등 교육과정에 국민의 절수의식, 수자원 보호의식 제고를 위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공무원과 당원에 대한 교육훈련 과목에도 물 문제를 중점 사항으로 추가했다. 아울러 관개시설 정비 등 수리 사업에도 향후 10년간 4조 위안(약 680조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총동원한다는 태세다.

안정적 수자원 확보를 위한 ‘구원투수’로 여러 가지를 논의하고 있지만 해수 담수화 사업이 주요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공업이 발달해 생활용수, 공업용수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다. 따라서 해수 담수화가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해갈’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중공업 중국 담수화시장 노려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해수 담수화 12·5(2011~2015) 계획’을 비롯한 일련의 프로젝트 지원정책을 마련 중이다. 6월 말에는 ‘해수 담수화 산업발전 강화에 관한 의견’을 11개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제정, 국무원에 상정했다. 6월 베이징에서 열린 ‘2011 물 산업 고급기술 포럼’에서 중국탈염(脫鹽)협회 궈유즈(郭有智) 비서장은 12·5 규획 기간 중 중국의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 관련 투자규모가 총 200억 위안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해수 담수화 시장은 해마다 20% 이상 확대되는 성장 시장이다. 새로운 ‘블루 오션’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국가발전계획위원회와 국가해양국, 재정부가 공동으로 ‘해수 이용 전문 프로젝트 계획’을 내놓은 이래 톈진, 저장, 칭다오, 다롄 등 9개 지역에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중국 최대의 해수 담수화 사업인 칭다오 바이파(百發) 프로젝트을 포함해 모두 70개에 달한다. 2020년 해수 담수화 처리능력은 하루 250만~300만㎥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해수 담수화 기술에서 대부분 역삼투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건설비용이 비교적 적고 운영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해수 담수화 설비의 설치와 전체적 설계는 중국도 가능하나 역삼투법 핵심 설비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세계 해수 담수화 시장규모는 700억~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 담수화 최대 시장은 중동이지만, 둘째 시장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톈진대 해수담수화기술연구센터 왕스창(王世昌)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해수 담수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5~10년 내 보다 많은 국민이 해수 정화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수 담수화 설비 및 기술의 국산화가 진행되면 생산원가가 수돗물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해수 담수화가 더욱 광범위하게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 담수화 분야의 1인자인 두산중공업 역시 중국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해수 담수화 담당자는 “중국은 도시화 추진 및 1인당 수자원 급감, 그리고 세제혜택 등 담수 분야 정책 지원에 따라 해수 담수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최근 산먼(Sanmen) SWRO 해수담수 프로젝트를 수주해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에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해수 담수화 기술과 설비의 국산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로 선진국과 적지 않은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해수 담수화 설비의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핵심 설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국산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불과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21세기 ‘블루 골드’로 일컬어지는 해수 담수화.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 해수 담수화 시장 선점을 위해 더욱 과감하고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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