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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S급 인재는 누구인가? ] 동료·회사가 인정하는 실적 수년 쌓아야

[삼성의 S급 인재는 누구인가? ] 동료·회사가 인정하는 실적 수년 쌓아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7월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참관한 후 사업장을 떠나면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S급 인재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9월 16일 소프트기술을 담당할 직군을 새로 만들었다. 이른바 ‘S직군’이다. S직군으로 S급 인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에서는 벌써부터 ‘더블S(S직군의 S급 인재)’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다.

삼성전자의 S급 인재는 누구인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 확보령이 내려지면서 이 회장이 언급한 S급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급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봤다. 아울러 인재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의 생활상을 들여다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9월 22일 경기도 화성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새 반도체 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앞으로 더욱 거세질 반도체 업계발(發)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대만 업체 등과의 기술경쟁에 대비해 전문 인력을 적극 확보하라는 의미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선 7월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11년도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참관한 자리에서 ‘소프트기술’과 ‘S급 인재’ ‘특허’를 삼성의 당면한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이를 “당장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인력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 지시가 떨어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S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는데 이 회장이 다시 인재 확보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인재 확보가 미진했다’는 평가로 해석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9월 16일 소프트기술을 담당할 직군을 새로 만들었다. 삼성전자 내 직군은 마케팅의 M직군, 일반 사무직의 G직군, 개발직의 E직군, 기술직의 T직군, 디자인의 D직군 등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에 ‘S직군’이 추가됐다. S직군 추가는 이 회장의 인재 확보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S직군으로 S급 인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에서는 벌써부터 ‘더블S(S직군의 S급 인재)’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다.



소프트기술 담당 S직군 추가이보다 앞선 8월 15일 삼성그룹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경영학석사(MBA) 출신 40명을 뽑아 그룹 내부 컨설팅팀인 ‘글로벌 전략 그룹(GSG)’에 배치했다. GSG는 1997년 만들어진 그룹 직속 조직으로 그룹 내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다.

올 초 13명이 합류해 지금까지 모두 110명의 외국인이 GSG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컨설팅 업무 외에 그룹의 향후 전략을 이끌어갈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일도 맡을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인재를 끌어모으는 삼성전자지만 어떤 인재를 어떻게 모으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그룹 인사팀의 비밀정보에 속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전자를 포함해 그룹 전체 계열사 차원에서 S급 인재 발굴을 2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천재 한 사람이 천 명을 먹여 살린다’는 엘리트주의 기조도 꾸준하다.

삼성은 공식적으로는 “S급 인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피상적인 내부 기준조차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훌륭한 인재’ 정도다.

삼성그룹 홍보팀 정혜림 부장은 “회장이 말한 S급 인재는 포괄적이고 넓은 의미의 기준이지 흔히 말하는 스펙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S급 인재에 대한 기준은 인사팀 고유의 정보이며 대외비”라며 “S급 인재는 스펙보다도 전반적인 면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 말하는 S급 인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월드 클래스(세계적 수준) 천재급, 혹은 이에 상응하는 실적을 보인 인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천재나 실적에 대한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삼성전자 인사팀도 별다른 평가기준을 가진 건 아니고 모든 인물을 전반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기보다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가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인재를 평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학계 전문가가 흔히 사용하는 피어리뷰(Peer-review)를 통해 전공자들끼리 심층적으로 실적을 평가해 뛰어난 인재를 추려내는 식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에 따르면 S급 인재는 특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영입된 사람도 자신이 S급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회사 동료들도 누가 S급 인재인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S급 인재를 뽑는다기보다 S급 인재 후보를 널리 뽑는다는 말이 맞다. 영입된 인재가 이후 수년간의 실적을 통해 동료와 회사로부터 인정받아야 비로소 S급 인재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연구직종에는 S급 인재와 구분되는 A급 인재가 있다. 국내 대학에서 뛰어난 프로젝트를 많아 맡아 실력을 인정받고, 삼성전자로 들어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온 인재들이다. 이와 달리 해외 박사를 따고 과장으로 입사하거나, 다른 유명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부장으로 입사하는 사람을 통칭해 S급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퀄컴 등 유수 IT(정보기술)회사의 개발부서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또 다른 임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 유명 연구소에서 쟁쟁한 실력을 발휘한 해외 박사다. MIT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년 정도 일한 한 경력자는 부장급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공학 분야에서 이보다 떨어지는 UCLA 석사 졸업자는 메이저 회사 경력이 있음에도 선임대리 수준으로 입사했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직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우가 없다고 한다. KAIST나 포스텍 등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의 경우 대리 직함을 달아주지만 하는 일은 평사원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국내 종합대학의 공학 박사들은 쉽게 과장을 달기 어렵고 대리 말봉차에 상당수 인원이 몰려 있다고 한다.

물론 과장 이하 직원 중에서도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면 S급 인재 대우를 받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나 그런 S급은 ‘Super’의 S가 아니라 ‘Special’의 S라고 구분해 부른다. 삼성전자 S급은 사실 ‘Super’의 S급이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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