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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북아프리카의 꽃’ 이집트 카이로

[Travel] ‘북아프리카의 꽃’ 이집트 카이로


나일 삼각주에 자리잡은 수 천년 역사의 현장…아프리카서 가장 오래된 ‘암르 회교사원’도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도시 기자는 직접 가보기 전에는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다. 이곳에 기원전 2500년경에 2.5t 벽돌 230만개를 쌓아 올려 만든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있다. 사진 속 피라미드에는 보통 뒤쪽에 사막이 있지만, 기자에서는 피라미드 주변으로 사막뿐만 아니라 도시가 보인다. 기자에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한다.

카이로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가장 큰 도시다. 한반도의 4배 크기인 이집트 영토 대부분이 사막이라, 이집트 인구의 대부분이 나일 강 유역에 모여 산다. 그 중에서도 카이로는 지중해까지 200km 넘게 이어지는 나일 삼각주 대평원이 시작되는 곳에 있다. 나일강을 실제로 보면 기대했던 것보다 폭이 넓지는 않지만, 지금도 생명의 젖줄 기능을 한다.

역사적으로 카이로가 태어난 시점은 먼 선사시대지만, 이 도시가 ‘카이로’로 불린 것은 서기 969년의 일이다. 북아프리카의 파티마 왕조가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이 지역을 아랍어로 ‘승리의 여신’이라는 뜻의 ‘알 카이라’로 불렀다. 오래 전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은 카이로에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현대식 건물이 뒤섞여 있다. 자동차가 도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드물게 마차도 보인다.

카이로 신시가지의 중심은 ‘타흐릴 광장’이다. 광장 주변으로 호텔과 상점이 모여 있고 여행사와 레스토랑이 많다. 카이로 시청, 국회의사당, 정부종합청사가 이 근처에 있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이 이 광장 옆을 쉴새 없이 지난다. 2월에는 타흐릴 광장에서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 타흐릴 광장 뒤로 시위대가 불태운 이집트 제1여당 당사가 있다.

타흐릴 광장은 시작부터 혁명의 상징이었다. 이집트 군부가 공화국을 세운 사건을 기념하며 만든 것이 타흐릴 광장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이집트는 가난과 권력층의 부패라는 내부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 때 일부 군인이 국왕을 몰아내고 공화국을 선포했고, 다음해에 이집트에 대통령이 취임했다. 타흐릴 광장에 이 역사가 녹아 있다.



이집트인의 아침 식사 ‘걸레빵’이 광장에서 다리를 건너면 180m 높이의 ‘카이로 타워’가 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카이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기자의 피라미드도 보인다. 카이로의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밤에 카이로 타워에 오르는 것도 좋다. 타워 안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이집트인의 주식은 둥글넓적한 노란색 빵인 아이쉬다. 한국에는 이 빵이 ‘걸레빵’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에서 일했던 한국인이 이 빵이 걸레처럼 생겼다고 해서 걸레빵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카이로 시내에 걸레빵을 파는 가게나 노점상이 많다. 걸레빵 모양은 볼품 없지만, 맛은 좋다. 고소하고, 쫀득쫀득하다.

이집트의 대표 요리로는 ‘코프타’ ‘케밥’ ‘코샤리’가 있다. 코프타는 잘게 썬 양고기를 향신료와 양파로 양념하고, 꼬챙이에 꿰어 구운 요리다. 보통 숯불에 구워 빵에 싸서 깨 소스에 찍어 먹는다. 케밥은 연한 고기 조각을 양파, 토마토와 함께 구운 요리다. 이집트에서는 특히 양고기 케밥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콩과 쌀, 옥수수, 마카로니를 섞어서 삶은 뒤 토마토소스를 뿌려 만드는 코샤리는 이집트 서민층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다양한 과일을 색깔 별로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과일 가게가 카이로에서 종종 눈에 띈다. 이집트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난다. 오렌지, 바나나, 석류는 겨울에 많이 나고 3월에는 딸기가 나온다. 여름에는 망고, 멜론, 복숭아가 난다. 길가 주스 바에서는 과일을 갈아 주스로 만들어 준다. 과일 외에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 카이로에서 마신 망고주스에는 망고의 속살이 살아 있었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 가득 망고의 단 맛이 퍼진다. 시원한 생과일 주스는 평균 35℃ 이상인 카이로의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음료다.

카이로에서는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낮아 길을 걸어도 땀이 잘 나지 않는다. 1년에 한 두 번만 비가 조금 온다. 많은 시민이 따가운 햇볕을 피해 얇은 긴 팔 옷과 긴 바지를 입는다. 남자는 흰색, 여자는 검은색인 이슬람 전통의상도 소매가 길고 바지나 치마가 발목 아래까지 내려온다. 전통의상 착용이 필수는 아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여성이라도 꼭 머리에 히잡을 두르지 않아도 된다.

카이로에서 과거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장소는 타흐릴 광장에서 남쪽으로 5km 정도 떨어져 있는 구시가지 ‘마르스 알 카디마’ 지역이다.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지인 이곳에 고대 로마 유적지가 남아 있다.

주변에 오래된 교회도 많다. 파라오의 시대가 끝나고 북아프리카의 파티마 왕조가 이슬람을 전파하기 이전의 수세기 동안 이집트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이집트인의 90% 이상이 무슬림이지만 그래도 일부는 여전히 기독교를 믿는다.



카이로 도심에 있는 고대 유적지교회가 모여있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집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 ‘암르 회교사원’이 있다. 모스크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여자는 히잡을 머리에 두른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모스크 입구에서 히잡을 빌려준다. 모스크 안에는 남녀가 기도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 한 건물에서 가운데에 줄을 쳐서 공간을 구분한다. 예배당 옆 건물에는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신자들이 꽤 있다. 아침 일찍부터 예배를 보고 모스크의 편안한 분위기를 즐긴다.

모스크 담벼락을 옆으로 좁은 골목이 길게 이어진다. 골목을 따라 과일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좀 더 걸으면 입구에 양고기를 통째로 걸어 놓고 파는 정육점이 눈에 들어온다. 더 안쪽에는 빵을 파는 노점상이 있다. 이집트의 서민들은 옆에 놓인 간이 테이블에서 빵에 야채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다. 어린이들은 빵을 사 들고 웃으면서 집으로 간다.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다들 미소 지으며 포즈를 취한다. 그들의 순박한 모습에 카이로 여행이 더욱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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