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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은퇴 전 전공 살려 창업하라

[Retirement] 은퇴 전 전공 살려 창업하라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최근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마땅한 재취업 자리를 찾지 못하고 식당과 편의점, 여관 등 자영업 창업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창업과 관련한 각종 지원책이 나오고 이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생활자금으로 사업자금을 충당했다가 자칫 실패하면 노후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8월 현재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379만8000명으로 2010년 같은 달보다 19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늘어난 건 다른 연령대보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후 제2의 일자리를 자영업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영세한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적은 돈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소매유통이나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등에 몰려 있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이미 포화상태여서 여간 해선 성공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동안 운용하던 사업체의 문을 닫은 영세 자영업자는 16만9000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도소매업(6만2000명), 교육서비스업(2만7000명), 음식·숙박업(1만5000명) 등 서비스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니어 창업은 일자리 마련의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창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장수사회로 바뀌면서 노인 비중이 커지고 인구가 감소해 전체적인 가계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시니어 창업의 대부분이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라는 점에서 결국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소비가 줄어드는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서비스업종의 영세 창업자 급증이미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의 소득이 임금 근로자의 소득보다 떨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경상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이전소득)은 1990년 24만6000원에서 2010년 231만2000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임금근로자 가구의 경상소득은 1990년 23만7000원에서 2010년 247만원으로 연평균 11.8% 증가했다. 1996년 이전까지는 자영업자 가구의 경상소득이 임금근로자의 소득을 앞섰으나 외환위기 이후 시점부터는 임금근로자의 소득이 자영업자 소득을 앞서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시니어 창업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몇 가지 이유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시니어들은 신지식·신기술·신세대 유행에 민감하지 않게 마련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이 익숙한 환경 속에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둘째, 오랜 직장생활에 따른 창업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시니어 창업도 엄연한 창업인 만큼 안정된 직장과 달리 색다른 도전을 요구한다. 전력을 기울여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경험과 자금이 부족해 시행착오를 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셋째, 젊은이와 비교해 체력이 열세라는 점,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점 등도 창업의 장애로 작용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시니어 창업자가 대출로 사업 자금을 마련할 때가 많다.

2010년에 열린 ‘시니어 창업 지원 협약식’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청 관계자 등이 협약서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시니어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고령화와 같은 사회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쪽으로 사업 방향이나 업종을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니어에게 적합한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시니어 일자리와 창업을 안내하는 비영리단체인 시빅(www.encore.com)에 따르면 시니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분야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은 협소한 분야로 젊은이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업종이 좋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을 피하라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데, 전망이 밝지 않으니 젊은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간단한 교육을 받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면 바람직하고,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져 신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A/S를 맡는 사업도 들고 있다. 시빅재단은 건강분야, 환경분야, 정부분야, 교육분야, 비영리 분야에서 시니어들이 창업과 일자리를 찾는 게 유망하다고 추천하고 있다. 이중에서 건강과 교육분야가 가장 전망이 밝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의 시니어들도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과 같은 업종 외에 다양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니어 창업은 자신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결심해야 한다. 수십 년간의 현역시절에 쌓은 전문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이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지 모르고 일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면 다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므로,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젊은 사람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셋째, 시니어 창업은 기본적인 노후 생활자금을 확보한 다음 나머지로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많은 시니어가 월 200만원 정도를 생활자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 150만원 수준은 미리 안정적으로 확보해 놓아야 만일의 경우에도 노후 빈곤에 빠지지 않게 된다. 넷째, 생활자금과 사업자금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추가 투자 또는 재투자가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마련이다. 이때 자칫 생활자금까지 투자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자금에 대한 엄격한 구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은퇴시점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고령화되면서 전문성과 판단력이 떨어지므로 환경변화에 둔해지기 쉽다. 치열한 영업경쟁을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매출액이 하락하면서 침체의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사업에 매달려야 한다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일정시기까지 자영업의 은퇴판단이 필요하다.

시니어 창업은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오랫동안 다져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덤으로 일에서 행복까지 느끼는 창업이라면 금상첨화의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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