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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김준태의 ‘세종과 정조의 가상대화’(14) 성찰과 반성 - 늘 반성하고 두려워하라

[Management] 김준태의 ‘세종과 정조의 가상대화’(14) 성찰과 반성 - 늘 반성하고 두려워하라



정조 소손 문후를 여쭈옵니다. 전하께서 ‘버려져 있던 목재로 주춧돌도 없는 작은 초가를 지으시고, 방안에는 일체의 장식을 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심지어 앉는 자리에도 아무 것도 깔지 못하게 하신 채로 정무를 보고 계시다’(세종3.5.7)는 말씀을 듣고 급히 오는 길입니다. 어이하여 이런 거친 곳으로 처소를 옮기셨습니까.



세종 ‘지금 흉년으로 인해 백성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어찌 내가 화려한 전각 안에 앉아서 호의호식을 하겠느냐. 물론 내가 이처럼 지낸다고 해도 백성들이 겪는 고난에는 절대 비교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을 안다. 다만 이렇게라도 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백성들의 고단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구나.’(세종3.5.7).



정조 소손, 백성을 생각하시는 전하의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기겠나이다.



태평한 시기에 더욱 조심해야

세종 아니다. 부끄러운 일이나 나는 사고가 생기고 재난이 일어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반성했던 것 같다. 일전에 ‘강녕전을 수리한 적이 있었는데, 공사에 참여했던 군인 강인수가 돌에 맞아 죽는 사고를 당했다. 흔히 세상이 태평하고 백성이 평안해지면 임금에게 사치하는 마음이 생겨 새롭게 건물을 짓고 수리하는 공사를 벌이는데 이는 지극히 옳지 못한 일임에도, 내가 그 잘못을 그대로 범한 것이다. 하늘의 은덕을 받아 태평하게 되었으면 마땅히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옳았다. 그런데 전각이 좁고 비가 샌다는 이유로 수리를 지시했고, 그로 인해 사람의 죽음까지 불러왔으니,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참으로 자책하고 반성하였느니라.’(세종15.9.18).

수재가 발생하고 가뭄으로 흉년이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온했던 시기에는 나태해 있다가, 재앙이 극심해지자 그제야 “형벌이 잘못 집행되어 죄 있는 자가 용서를 받고 무고한 자가 도리어 화를 입지는 않았는지, 등용해야 할 인재와 버려야 할 소인이 서로 뒤바뀌지는 않았는지, 바른 말을 하는 이가 소외되고 아랫사람의 목소리가 위로 전달되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법령이 어지럽게 시행되지는 않았는지, 관리들이 법령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한 사이에 백성들이 공평하지 못한 부역으로 인해 괴로움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과한 세금 때문에 생활이 쪼들리어 원망과 한탄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그리하여 백성들의 삶의 평화가 깨어지는 않았는지, 마음속으로 반성하며 자책하였다.”(세종9.6.14). 나의 부덕함이 매우 크다.

산아 당부한다. 임금은 늘 반성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설령 재난이 없는 태평한 시기라 할지라도 ‘어찌 잘못 판단한 부분이 없겠으며, 후세 사람으로부터 나무람을 받을 만한 점이 없겠느냐.’(세종7.12.8). ‘나의 결정이, 나의 시책(施策)이, 민심과 천심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항상 성찰하도록 해라.’(세종19.1.29).



정조 명심하겠나이다. 반성과 성찰은 일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나, 임금에게는 보다 절실한 일일 것입니다. 더욱이 임금은 ‘국가의 정무가 매우 번다하고 수많은 백성들의 일로 날마다 혼란스러우니, 이럴수록 잡념을 끊어 마음의 동요를 막고, 엄숙한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홍재전서 권161).



세종 그렇다. 특히 하루 종일 한 일들을 돌아보았을 때 ‘마음에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니 다시금 살펴 보완해야 할 것이다.’(세종5.2.11).



정조 “소손, 어릴 때부터 증자(曾子)가 매일 세 가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반성했다는 교훈을 가슴에 담아 왔습니다(다른 사람을 위해 일할 때 진심을 다했는가, 벗을 대함에 있어서 신의를 지켰는가, 오늘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가). 일성록(日省錄: 국왕이 직접 기록하는 일기형식의 문서로 매일 자신을 성찰한다는 뜻. 정조가 처음 시작함)을 쓰고 있는 것도 그러한 뜻에서입니다.”(홍재전서 권161). 그리하여 “하루 동안 생각한 것과 실천한 것들을 점검하여 하나라도 내세울 만한 것이 없으면 밥상을 마주해도 수저를 들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지 않사옵니다.”(홍재전서 권175).



세종 훌륭하구나. 아울러 임금은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임금의 과오는 백성의 안위, 나라의 존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조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전하의 하교처럼, “임금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치는데 절대 인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홍재전서 권175). 하온데 “소손, 잘못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임시변통으로 덮으려는 생각을 갖는 때가 많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홍재전서 권161).



세종 자신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다. 네가 일전에 신하들에게 “설령 잘못을 하더라도 이내 반성하여 선(善)한 방향으로 돌아오고 다시는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애당초 잘못을 하지 않은 것만은 못하더라도 성인(聖人)의 경지와 몇 걸음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던데(홍재전서 권123) 그 말이 옳다.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데 힘쓰면 된다.



정조 명심하겠나이다.



세종 그리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이, 임금은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군주는 언제나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아야 하는 법인데,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상황을 오도하게 되고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될 소지가 크다. 임금의 뜻이 신하들에게 왜곡되어 전달되며, 신하들이 임금의 눈치를 보게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조 “사람이 하기는 쉬우나 억제하기는 어려운 일이, 바로 화내는 일일 것 같사옵니다. 성질이 나는 순간에는 사리를 판단하지 않고 먼저 성질부터 부리게 되고, 그러면 화는 더욱 치밀어 올라 끝내 일을 그르치고 맙니다. 화가 가라앉은 뒤에는 후회스럽기 그지없지요. 그리하여 소손,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일단 그 순간을 피해 화를 가라앉히고, 하룻밤을 지낸 뒤에야 그 일을 다시 처리하곤 합니다. 이렇게 하니 마음을 다스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습니다.”(홍재전서 권161).



세종 좋은 방법이구나. 그래 그처럼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단속하여 항상 객관적인 판단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하루, 또 하루를 산다

정조 삼가 생각하건대,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길은 ‘하나’에서 출발하는 것 같사옵니다. “소손, 한(漢)나라 광무제의 ‘하루, 또 하루를 산다(日復一日)’는 말을 좋아합니다. 한 줌의 생각이라도 해이하게 가지지 않고, 한 가지 일이라도 나태하지 않으며, 한 순간 한 순간을 성찰하고 반성하매 그리하여 오늘 이 하루를 혼신을 다해 살아가고자 합니다.”(홍재전서 권170).



세종 너의 말이 참으로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부탁한다. 무릇 임금을 비롯한 ‘종실(宗室:왕족)의 몸가짐이 지극히 어려운 법이다. 부귀(富貴) 속에서 나고 자랐기에, 어렵고 괴로운 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세종11.8.7). 세상물정을 모르면서 신분만 높으니, 늘 교만함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네가 종실의 일원들에게 깨우치고 가르치도록 해라.



정조 삼가 분부를 받들겠나이다.

[※이 글은 『세종실록』과 『정조실록』, 그리고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등 원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예: 세종8.5.11 → 세종 8년 5월 11일자 실록). “ ”표시는 원문의 직접 인용(단, 대화체로 변형함), ‘ ’표시는 원전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나머지는 필자의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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