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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은퇴 준비의 최대 적은 과도한 믿음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은퇴 준비의 최대 적은 과도한 믿음

살다 보면 세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어느 것도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이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사람은 어느 것도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로 어리석은 사람이 많다.

반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더 현명할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이 배울 필요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성공하는 법을 터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산관리 잡지인 머니(Money)지의 선임 필자인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가 쓴 『머니 앤드 브레인』(Your Money & Your Brain)은 돈과 관련된 우리 자신의 실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은퇴 걱정하면서 준비는 하지 않아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건강, 주거, 관계, 여가 등 7가지 부문에 걸쳐 우리나라 은퇴준비의 상황을 측정한 결과 일과 재무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무적인 부문은 많은 사람이 걱정하듯 실제로도 노후 생활을 힘들게 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고령자통계 2010년)에 따르면 65세 고령자가 겪는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41.4%)이 가장 많이 꼽혔다. 그렇다면 은퇴 준비의 중요성을 알고 걱정하면서 막상 은퇴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퇴 준비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머리’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자신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들 수 있다. 츠바이크는 강연할 때 가끔 청중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고 은퇴할 때까지 자신이 어느 정도의 돈을 저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같이 있는 평균적인 사람이 어느 정도 저축할 것인지를 적으라고 요청한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평균적인 사람보다 최소한 1.8배 더 많이 저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본성은 만화영화 심슨 가족의 호머 심슨이 거울을 들여다볼 때 브래드 피트를 마주보게 되는 것이나, 마시가 거울 속에서 생긋 웃는 니콜 키드먼의 모습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의 성향을 ‘과신(過信,overconfidence)’이라고 한다. 과신은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과신이 없다면 지나치게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과신은 지나친 낙관으로 은퇴 준비를 가로막는다.

은퇴 후 안락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아주 확신한다”고 말하는 미국 근로자들 중에서 22%가 목표를 위해서 현재 저축을 하지 않으며 39%는 5만 달러(약 5700만원) 미만을 저축했다. 또 다른 37%는 안락한 은퇴생활에 필요한 돈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은퇴를 위한 저축을 하지 않으면서 안락한 노후생활을 확신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안락한 노후 생활이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지 전혀 모르면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종류의 과신은 저조한 저축으로 이어지고 노후 생활이 빈곤해져서 결국에는 깊이 후회하게 될 수 있다. 과신은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확신을 가진 투자자는 장래의 경제 상황을 예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빈번하게 투자상품이나 주식을 사고 판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투자성적은 가만히 있는 투자자들보다 오히려 저조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단타 거래에 매달리는 것은 몇 차례 단기간 지속될 수 있는 행운에 취해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기 때문이다. 과신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가장 어렵지만 필요한 말은 “나는 모른다”이다.

성공적인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과신에서 벗어나 무엇을 얼마나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이 투자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식별하느냐이다.”

투자를 하면서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높은 가격으로 사서 낮은 가격에 파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다. 미래 시장동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동의하면서도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금융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반짝 관심을 끄는 테마주나 인기 펀드를 뒤쫓는 게 손해를 보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매년 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든다.

우리의 두뇌가 종종 논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지만 그 행동이 감정적으로는 옳다. 우리의 두뇌는 원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하고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피하도록 설계돼 있다. 물론 복잡한 현대 사회에 맞게 이성적인 뇌기능 역시 가지고 있지만 감정에 의존하는 뇌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것을 아는 것과 올바로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리석은’ 두뇌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성공적으로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우리의 두뇌가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다음 첫째,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에 압도당할 위험이 생길 때마다 최초의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재무적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다시 생각한다는 수칙에 따르면 추측에 지배당하거나 시장의 일시적인 변덕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게 투자의 기본둘째, 자산관리의 규칙을 정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자로 성공한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에게 비범한 통찰력이나 지능은 필요 없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간단한 규칙을 정해놓고 꾸준히 지키는 성격이다” 셋째, 분산투자가 최선의 방어이다. 예전에 최고의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기업의 존재 조차도 알 수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느 회사가 이길 것인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업과 주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한치 앞을 전망하기 어렵다. 분산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가급적 광범위하게 자산을 분산해 관리함으로써 자칫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은퇴자산이 감소하는 것을 회피해야 한다. 끝으로 통제 가능한 것만을 통제한다. 우리가 선택한 주식이나 펀드가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것인지 여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수익에 대한 기대치나 위험부담 등은 미리 통제할 수 있다. 기대수익을 낮추고 자신의 성향에 맞게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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