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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이 나이니까 할 수 있다

이 나이에? 이 나이니까 할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기대수명의 급격한 증가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급속한 고령화는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을 변화시켰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 인생을 유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3단계로 단순하게 분류했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청소년기와 청년기가 새롭게 등장했고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중년기는 대폭적으로 늘어났다. 이젠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을 중년기로 보고 있다.



‘30년의 보너스’ 잘 보내야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에 따르면, 우리의 인생주기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태어나서 청년기까지의 첫 번째 연령기, 직장을 잡고 가정 을 이루는 20~30대가 두 번째 연령기이며, 마흔부터 30년정도의 세월에 걸친 중년기를 지나 삶을 마무리해나가는 노년기로 이어진다. 새들러는 현대사회에서는 이 네 단계 중에서도 특히 중년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 세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가 장수혁명이 일어나며 새롭게 생겨난 시기이자, 2차 배움과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30년의 보너스’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예전보다 길어진 이중년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고령화 사회의 양상은 물론 인생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중년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이 중년은 젊은 세대에 비해 역동성이나 민첩성, 순발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능력 또한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융통성은 없어진다는 선입견까지 갖고 있다. 풍부한 사회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노련함과 안정감 같은 좋은 자질은 모른 척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정말 중년은 더 이상 일할 능력을 상실한 연령기일까?

미국 시카고대학의 심리학 교수 버니스 뉴가튼은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YO), 85세까지를 올드 올드(Old Old), 그 이후를 올디스트(Oldest)로 구분하고 있다. 이 구분에 따르면 75세까지의 YO세대는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은퇴는 인생의 종지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제2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전반부가 아무리 화려했더라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우리는 YO시기를 충실하게 보내기 위한 인생플랜을 세워야 한다. 평생 현역 시대를 맞아 마지막 순간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며, 새로운 직장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배짱도 필요하다. 더 이상 이 나이에는 이것을, 저 나이에는 저것을 해야 한다는 정해진 틀이 의미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에이징 파워』에서 바로 이 YO시기에 해당하는 중년의 잠재적인 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말하는 에이징 파워(Aging Power)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지는 능력, 깊어지는 원숙미, 현역시절 못지않은 역동성을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풍부한 사회경험을 통해 습득한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이’라는 기준 하나로 재단한다.

하지만 단지 이러한 이유로 이들을 현업에서 물러나게 한다면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갈수록 깊어지는 YO세대의 원숙함과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년 이후의 고령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국가차원에서 이들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개개인의 노력 또한 빠질 수 없다.



그렇다면 에이징 파워를 이루는 조건들로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나이(신체적 건강)가 건강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YO세대가 지닌 에이징 파워의 핵심은 젊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신체기능이 저하되진 않는다.

우리 몸은 단련에 의해 쇠퇴와 마모를 지연 또는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적절한 자극만 준다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핸리로지 박사의 말처럼 노화 증상의 70%는 생의 마지막 단계까지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노화는 선택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둘째, 뇌(정신적 건강)는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지능지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 YO세대의 정신능력은 병이 없는 한 75세까지 건재하며, 현업에서 계속 뇌를 쓰는 사람은 오히려 뇌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중년의 공부는 건강과 직결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통해 지적 자극과 즐거움을 느끼는 데 젊음과 건강의 비결이 있다.‘학력과 건강의 상관관계’라는 연구조사에서도 졸업 후에도 계속 공부하는 사람의 사망률, 심장병 발병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셋째, 진정한 파워(사회적 건강)는 성숙함에서 나온다. 폭넓은 네트워크와 원만한 대인관계는 소중한 자산이며, 특히 우리의 인생 후반부를 풍요롭게 한다. 사회생활을 통해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인생의 경험을 나누고 아랫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엔돌핀, 세로토닌 등의 행복물질이 분비된다고 하지않은가. 사회적인 건강은 분명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에 놓여 있다.

마지막은 인간(영적인 건강)을 완성하는 힘이다. 20세기가 과학문명의 황금기로 물질적인 풍요의 시대를 만들었다면, 21세기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시기다. 이제 사람들은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노력한다.

진정한 행복감이란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인 감정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본인이 느끼는 절대적인 감정이기때문이다. 이처럼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므로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즐기면서 나누고 베푸는 삶 속에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이것이야말로 나이 듦이 선물한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 후반전 잘 치러야어떤 이들에게 은퇴란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정신적 충격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늘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으며,성공적인 복귀를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과 믿음의 힘이 필요하다. 과거 직책에 얽매이지 말고 오랜 경험과 지혜가 곧 경쟁력이 되는 일들을 발굴해보자.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삶이 풍부해지고 뜻밖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부터는 ‘이 나이에?’ 대신 ‘이나이니까 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지금부터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차근히 준비해나가자. 인생 후반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는 장밋빛 중년이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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