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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發 줄소송 우려 - 뉴타운 취소되면 사‘ 업 추진비용’ 시한폭탄

뉴타운發 줄소송 우려 - 뉴타운 취소되면 사‘ 업 추진비용’ 시한폭탄



1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눈물을 글썽였다. 뉴타운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습니다.” 이후 서울시 공무원들은 전임 시장이 밀어붙였던 뉴타운 정책을 ‘되돌리기’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했다. 여러 대책이 나왔다. 핵심은 뉴타운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태조사를 벌여 주민 반대가 많은 곳은 뉴타운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매몰(해산) 비용’이다. 건설사들이 뉴타운으로 지정된 구역의 재개발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빌려준 돈이 뉴타운 출구전략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매몰비용은 뉴타운 각 구역에서 사업 추진에 이미 쓰여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돈을 말한다. 이 돈은 대부분 시공사 선정을 바라거나 선정된 건설사에서 나온 돈이다.

뉴타운 취소가 늘면서, 건설사는 이 돈을 조합에 갚으라고 하고, 조합은 못 갚겠다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내 달라고 하고, 중앙정부는 안 된다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매몰비용을 둘러싼 줄‘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갚을 돈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뉴타운 된다고 한 지 7년 넘었는데 아직 사업시행 인가도 안 났어요. 어차피 아파트값도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은 (뉴타운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뉴타운이 취소되면 조합에서 쓴 돈을 시공사에다 갚아야 한다는데, 조합원당 몇 천만원은 될 것이라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2005년 서울시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상계 3동에 30년 동안 살았다는 한 주민의 말이다. 이곳은 애초 2016년까지 상계 3·4동 일대 64만㎡ 규모로 1만여 가구의 뉴타운이 조성될 계획이었다. 현재 1·3구역은 추진위원회 승인 단계, 2·4·5·6구역은 조합이 설립됐다. 상계 뉴타운 일부 구역은 뉴타운 지정을 해제하기 위해 지난 8월 서울시에 실태조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3구역의 경우 주민 1600여 가구 중 68%가 조합설립에 동의했지만, 75%라는 최소 기준을 채우지 못해 사업추진이 답보상태다. 하지만 재개발 추진위를 해산하기도 쉽지 않다.

3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위를 운영하는데 13억원 정도를 썼다”며 “뉴타운이 해제된 곳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던 건설사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늘고 있어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10월 10일 경기도 부천시 춘의1-1구역 시공사인 대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은 이 구역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325억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춘의1-1구역은 2009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올 8월 토지 등 소유자 702명 중 353명(50.28%)의 동의를 받아 인가가 취소됐다. 대우·GS건설 컨소시엄은 내용증명에서 “조합 설립인가 취소는 공사도급 가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과 다름없는 만큼 손해배상금 325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325억원은 양사가 조합에 빌려준 원금 50억원과 이자 5억원, 손해배상금 270억원을 포함한 액수다. 조합원 1인당 4600만원에 해당한다.

GS건설 관계자는 “계약이 일방 파기됐을 때 계약금액의 10%를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구역공사 도급액은 2700억원이었다. 앞서 뉴타운이 해제된 수원 세류동 113-5구역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은 조합과 조합원에게 대여원금 40억9800만원, 이자 5억2100만원, 제반비용 8억200만원 등을 합한 54억원을 청구한 바 있다.

서울·경기를 비롯해 전국에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482곳. 이 중 착공된 곳은 13곳에 불과하다.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단계인 곳은 437곳이다. 전국 뉴타운 사업 지구의 91%가 잠재적으로 ‘뉴타운 매몰(해산)비용 리스크’에 처해 있는 셈이다. 수도권 뉴타운이 특히 심각하다. 뉴타운이 취소되는 지역이 늘고 있어서다.

경기도는 10월 9일 의정부 금의지구가 뉴타운에서 해제되면서 애초 12개시 23개 지구에서 7개시 13개 지구로 축소됐다. 서울시도 심상치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동안 사업주체가 없는 정비(예정)구역 18곳이 해제됐고, 10개 구역이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다. 추진위나 조합 등 사업주체가 있는 구역은 5곳(추진위 3, 조합 2) 해산됐고, 4곳이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뉴타운 취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추진주체가 없는 266개 정비예정구역 중 163곳을 선정하고 주민 민원 등이 발생한 28곳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2월 중에는 모든 구역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올 12월부터 주민 결정에 따라 뉴타운·재개발 추진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역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7월 공포한 조례에 따르면, 추진주체가 없는 구역은 토지 소유자의 30% 이상이 요청하면 정비구역 해제를 하게 된다. 추진주체가 있는 곳은 토지소유자 또는 사업주체 구성에 찬성한 자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사업주체가 해산되고, 구청장은 후속으로 해당 정비구역의 해체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건설사-조합 불법·음성 ‘가계약’이 문제이 경우 매몰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는 조합설립 인가 전 단계에 있는 뉴타운 추진위원회 260곳의 매몰 비용 중 70%를 보조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60곳 중 10~30% 정도가 해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6월 말 기준으로 260개 구역 추진위에서 사용한 비용은 997억원”이라고 밝혔다. 1곳당 평균 3억8200만원 정도다.

서울시 예상대로라면 추진위 매몰비용으로만 최대 3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사정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도내 뉴타운 143개구역 가운데 조합이 설립된 32곳과 추진위가 구성된 44개 구역의 매몰비용을 조사한 결과 조합은 23억원, 추진위는 5억5000만원 정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매몰비용 추정이 한참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부동산 투자자문업체 대표는 “대부분 뉴타운 사업지에서 조합 설립 전 단계인 추진위에서 시공사와 가계약을 맺는 게 관행”이라며 “이 과정에서 건설사는 엄청난 돈을 뿌린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뉴타운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 인가 후에 이뤄져야 한다. 조합원 75% 이상의 동의를 받은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뉴타운이 취소돼도 건설사는 손해배상 청구 등의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합설립 인가 전에 건설사가 빌려준 돈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추진위와 가계약을 마친 건설사는 총 사업비의 약 5% 정도를 추진위 사업 초기비용으로 쓴다고 한다.

여기에는 조합원에게 선물하거나 접대를 하는 영업비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비용의 상한선을 대략 80억원 정도로 본다. 모 건설회사 주택영업팀 관계자는 “80억원 정도면 추진위 사업비용은 물론 조합원 상대 영업까지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가계약을 맺은 곳을 사실상 수주한 사업장으로 여긴다.



황금 거위에서 미운 오리로하지만 뉴타운이 취소가 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 경우 건설사는 추진위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요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 제대로 된 차용증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부는 추진위 측에 담보를 걸기도 하지만 이마저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합원을 상대로 변제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조합 해산 후 조합원이 어디까지 변제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GS건설이 춘의1-1구역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한 것에 대해 부천시가 “조합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근거를 대라”고 반발한 이유다.

그렇다고 지구지정 해제를 내린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어렵다. 조합 설립 전 가계약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패소할 확률이 클 뿐 아니라, 지자체에 ‘미운털’이 박혀 지자체 공공 공사 입찰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재국 서일대 건축과 교수는 “조합설립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업지에서 활동 중인 건설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추진위 단계의 매몰비용은 해법이 보인다. 지난해 말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추진위원회 해산 때 법정비용 내에서 지자체가 부담해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합 해산에 따른 비용 보조는 빠졌다. 액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한 구역당 매몰비용은 최대 18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매몰비용의 경우 조합은 국고를 요청 중이고 추진위 단계에서 해산되는 경우에만 서울시 예산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타운 공약 남발로 화를 자초한 국회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 조합이 사용한 비용도 지자체에서 보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서의원은 “조합설립 인가 전이나 조합총회를 거치기 이전에 시공사가 사업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음성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행위이므

로 이에 대한 조합의 변제책임은 없다”며 “그럼에도 조합해산 시 발생하는 변체 책임 여부로 인해 다수의 재개발 사업이 답보·보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8월 말 추진위 뿐만 아니라 조합설립인가 취소 때도 사용 비용 일부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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