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Retirement - 늙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Retirement - 늙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노화와 노년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문제…연령차별 폐지 만으론 한계



성형미인에 대한 요즘 기사를 보면 성형수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관대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외모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란 말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다.

최근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안(童顔)을 위해서다. 성형인구 10명 중 3명이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부모님 생신이나 환갑, 칠순에 ‘효도성형’을 해 드리는 게 유행이 되면서 노인 성형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눈꺼풀 처짐 등으로 생기는 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대다수는 ‘나이와의 싸움’에 뛰어든 경우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더욱 젊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젊게 살고 싶은 건 당연한 이치영국 런던대 명예교수 루이스 월퍼트는 은퇴 후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하고 난 뒤,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힘든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출판했다. 그것은 바로 『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You're Looking Very Well)』 다. 그는 사춘기 때와는 또 다른 성격의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고령자들을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과학 기술은 인류의 기대 수명을 늘렸지만 노화는 막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관리한들 우리는 노화를 통해 결국 죽음에 이른다. 그래서 그는 ‘나이 듦’, 즉 노화와 노년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까? 우리의 머릿속에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고령자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행복한 노년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고령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걸까? 그 이유를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나이가 들면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젊은 시절만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노화를 피하고 싶어 한다. 음식 조절, 스트레스 받지않기, 금연 등으로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노화를 피할 수는 없다. 신체적인 변화로는 ‘주름’이 생기면서 처음으로 노화를 느끼게 된다. 사람의 피부는 스무 살을 지나면서부터 노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탈모’와 ‘흰머리’다. 머리숱이 적어지면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러다가 시력과 청력이 둔화되고 노인성 질병까지 얻으면, ‘난 이제 늙었고, 더 이상 쓸모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정신적인 노화는 기억력, 인지능력의 정도로 판단한다. 사람들은 기억력 감퇴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치매나 알츠하이머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올까봐 역시 노화를 두려워한다.

결국 주변에서 이미 노화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나이 듦’에 순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노화는 부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젊은 시절의 허상에 집착해 무의미한 일로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면, 보다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둘째,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은 고령자를 골칫거리로 생각해왔다. 원시사회에서 고령자는 괄시와 모욕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당시 개인의 생산력은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목생활을 하는 경우, 힘없는 노인은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버림 받거나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희생되기도 했다.

이후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일단 한 곳에 정착해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식량이 풍족해졌다. 다음으로 오랜 경험과 지혜가 후손들의 농사에 도움이 되면서 노인들을 공경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힘없고 병든 노인을 멀리 내다버리는 풍습이 동서양에서 모두 존재했다.

고령자를 홀대하는 역사는 꽤 오래됐지만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Ageism(연령차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1969년부터다. 현대사회에도 고령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년제다. 나이가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 두게 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과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는 연령차별 금지법을 두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령자는 카드, 보험과 같은 금융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우며, 각종 문화 콘텐트와 서비스로부터 소외돼 있다. 성차별, 장애인차별, 학력차별 등과 비교했을 때 연령차별에 대한 심각성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큰 문제다. 과잉 친절도 일종의 연령차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은 ‘노인은 자립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점점 늘어나는 기대수명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0명 중 2명, 2060년에는 10명 중 4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고령사회가 되면 사회의 역동성과 성장 속도가 둔화한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고령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게 된다. 소비시장의 중심이 중장년층에서 고령자로 이동하고 모든 사회 시스템은 고령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하지만 정년제와 같은 하드웨어 시스템을 개선하더라도 고령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러한 변화는 아무 소용이 없다. 고령자는 정부의 지원과 젊은 세대들의 부양을 계속 요구할 것이고 고령자 부양을 위한 세금과 지출 부담이 늘어나면 세대간 갈등은 심화되게 마련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가 이러한 모습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노년의 비극은 늙었는 게 아니다일각에서는 출산율을 높이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가적 차원의 대비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준비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다. 반대로 젊은 사람들은 고령자를 무기력한 돌봄의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의 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존재로 설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나가야 한다.

비록 외형적인 매력은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지만, 고령자들에게는 후손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풍부한 삶의 지혜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년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외모가 아닌 내면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나오는 글귀를 되새겨 보자. ‘노년의 비극은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젊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2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3‘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4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5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

6하나금융 1분기 순익 1조340억원…1년 전보다 6.2% 감소

7농협금융 1분기 순익 6512억, 전년 동기 比 31.2%↓

8우리금융 1분기 순익 8245억원, ELS 배상에 전년比 9.8%↓

9“미국투자이민 공공 프로젝트 최고 안전”∙∙∙로드아일랜주 축구장 개발사 존슨 대표 인터뷰

실시간 뉴스

1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2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3‘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4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5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