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Money Tech - 존 폴슨 울상, 레이먼드 달리오 함박웃음

Money Tech - 존 폴슨 울상, 레이먼드 달리오 함박웃음

수익률 전반적 부진 속에 미 국채 전망 따라 글로벌 헤지펀드 ‘큰 손’도 희비 엇갈려
올해 최대 수익을 올린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먼드 달리오 회장(왼쪽)과 올해 큰 손실을 낸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의 존 폴슨 회장.



헤지펀드리서치(HFR)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세계 헤지펀드 수익률은 평균 4.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5.5%다. 배당금을 포함해 14% 성장한 S&P 500지수 성적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헤지펀드는 2009년 이후 4년째 주식형 펀드에 뒤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주식 롱숏 전략을 구사한 세계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2000년 중반부터 나빠지기 시작해 올해 10월 급기야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청산된 헤지펀드 수도 크게 늘었다. HFR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424개 헤지펀드가 청산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4%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미국 중견 헤지펀드인 옥타비안 투자자문은 10월 펀드를 청산했다.

펀드 운용자 리차드 폴비치는 “거시경제와 정치적 요인으로 시장이 요동쳐서 수익률이 부진했다”며 “파산 직전의 저가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올해 투자수익이 급락해 청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무어캐피탈도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운용자금의 25%인 20억 달러를 고객에게 돌려줬다. 루이스 무어 베이컨 회장은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기회가 한정돼 있어 규모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올해 세계 헤지펀드 규모는 2조 달러로 커졌다. 1990년대 2000억 달러에서 20여년 사이 10배 수준으로 불었다. 문제는 금융시장 사정이 나빠져 커진 운용자산에 상응하는 초과 수익을 내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헤지펀드가 ‘플러스 알파’ 수익을 내려면 주식, 채권, 금, 환율 등 각종 거시 지표가 변동하는 빈틈을 노려야 유리하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금리를 역대 최저로 떨어뜨리면서 각종 거시 지표가 긴밀하게 상호 연계성을 보여 빈틈이 크게 줄었다. 과거 대형 헤지펀드만 알 수 있었던 기업과 주주에 대한 정보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돼 헤지펀드의 정보독점도 어려워졌다. 헤지펀드들만의 독무대가 막을 내리 것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운용환경은 나빠져나빠진 환경에서도 운용 전략에 따라 글로벌 헤지펀드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안한 시장상황이 지속되면서 헤지펀드계 거물들의 수익률이 크게 갈렸다. 기준은 세계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재무부 채권 가치를 어떻게 예상했는가였다.

누구보다 올해 시장에서 눈물을 훔친 이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폴슨앤드 컴퍼니 회장인 존 폴슨(57)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세계 100대 부호들의 재산 변동액에 따르면 존 폴슨의 올해 재산은 183억달러에서 35.5%(65억 달러)나 줄었다. 미 재무부 채권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베팅했지만 값이 정반대로 뛰어버린 게 화근이었다.

존 폴슨은 헤지펀드 업계 수퍼스타였다. 2007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측해 200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2010년 성과보수로만 모두 50억 달러를 챙겼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시장을 반대로 예측한 탓에 큰 손해를 입었다.

존 폴슨은 최근 다시 안전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늘려 악화된 수익률 회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조지 소로스와 존 폴슨은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의 주식투자 비중을 올해 2분기까지 꾸준히 늘렸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기본 보유분의 2배인 88만4400만주로 늘렸고 폴슨앤컴퍼니도 같은 종목을 2180만 주로 26% 늘렸다.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금값이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폴슨과 반대로 예측한 레이먼드 달리오(63) 브리지워터 퓨어알파펀드 회장은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헤지펀드 리서치 회사인 유레카헤지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수익률은 올해 16%를 넘겼다. 이에 따라 달리오 회장은 39억 달러를 챙겨 글로벌 수익 랭킹 1위에 올랐다.

달리오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 국채에 투자했다. 불안한 시장 환경에도 미국 재무부 채권 가격이 오르는데 배팅한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나 존 폴슨과 정반대 전망을 낸 것이다. 존 폴슨은 미국 경제가 나빠져 미 재무부가 채권을 많이 찍어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달리오는 미국만 재정이 불안한 게 아니고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유럽 채권을 기피하는 채권수요가 미 국채에 몰릴 것으로 봤다.

실제 유럽 재정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투자금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렸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금융통화 정책들도 달리오의 투자를 거들었다. 달리오는 미 국채 안정성에 더 기대기 위해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국채를 사는 트위스트 전략을 보였다. 단기국채 가격이 급변동 하는 동안 장기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달리오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

달리오의 성공에 따라 올해 글로벌 헤지펀드도 주식보다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채권의 비중이 올 연말 사상 처음으로 주식 비중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글로벌 채권이 주식보다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이 높은 칼 아이칸(76) 역시 어려운 경제상황에 기대 높은 수익을 올렸다. 아이칸캐피털매니지먼트는 올초까지 34% 수익률을 올렸고 아이칸 회장은 25억 달러를 챙겼다. 지난해 주특기인 기업 사냥을 활발히 나서 천연가스회사인 엘파소, 이동전화 메이커 모토로라, 에너지회사 체사피크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사자리를 차지한 아이칸은 경영자들을 압박해 회사를 구조조정 해서 팔았다. 엘파소 등이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줄줄이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 됐고 아이칸캐피털매니지먼트는 이 과정에서 고수익을 올렸다.



사상 처음으로 채권 비중 커져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엄청난 손실을 입고 시장에서 사라질뻔한 제임스 사이먼(74) 르네상스테크놀로지 회장은 올해 34%의 수익을 올리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는 올해 21억 달러를 벌었다. 운용자금의 80%를 미국과 해외 주식 매수에 썼고 20%를 공매도하는 운용전략이 먹혀들었다.

이들 외에 케네스 그리핀(44) 시타델 회장이 주식·전환사채를 주로 사들여 수익률 22%를 기록하고 총 7억 달러를 벌었다. 또 스티븐 코언(55) SAC캐피털어드바이저스 회장은 에너지·유통·기술주에 투자해 8% 수익을 냈다. 그는 5억8500만 달러를 손에 쥐어 글로벌 헤지펀드 수익률 상위에 랭크됐다.

한편 중국이 올해 글로벌 헤지펀드의 자국 진입을 허용하면서 내년 글로벌 헤지펀드의 아시아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적격국내제한파트너(QELP)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의 헤지펀드가 상하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의 투자금이 글로벌 헤지펀드를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2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3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4‘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5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6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

7하나금융 1분기 순익 1조340억원…1년 전보다 6.2% 감소

8농협금융 1분기 순익 6512억, 전년 동기 比 31.2%↓

9우리금융 1분기 순익 8245억원, ELS 배상에 전년比 9.8%↓

실시간 뉴스

1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2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3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4‘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5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