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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파죽지세 삼성, 사면초가 애플

Business - 파죽지세 삼성, 사면초가 애플

스마트폰 판매량 5000만대 차이…특허 소송전에서도 삼성이 유리한 고지



148,000,000개. 올해 3분기까지 전 세계 사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구매한 숫자다. 이 숫자가 와 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겠다. 올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의 누적 판매 대수는 약 4억5600만대. 그러니까 올해 들어 새로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 가운데 10명 중 3명은 삼성전자의 제품을 샀다는 얘기다.

여기에 4분기 판매 예상치를 더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넉넉히 2억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작년 판매량(9740만대)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LTE폰 점유율은 애플의 두 배 육박조금 범위를 넓혀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스마트커넥티드 기기(태블릿PC,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6610만대를 기록해 21.8%의 점유율을 보였다. 작년 3분기와 마찬가지로 1위를 유지했지만 시장점유율은 14%에서 크게 뛰었다. 상대적으로 최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폰 시장을 보면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900만대의 LTE폰을 판매해 시장 점유율 40%로 5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LTE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유율은 2분기 50.9%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2위 애플의 점유율(26.7%)과의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이것은 사실 놀라운 반전이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한참 뒤쳐진 후발 주자에서 만 2년 만에 세계 시장을 사실상 석권한 것이다. 스마트폰 판매 대수만봐도 2009년 640만대, 2010년 2390만대, 2011년 9740만대. 올해 예상치를 2억대로 잡는다면 매년 2∼3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해온 셈이다.

반면 스마트 기기의 원조 격인 애플의 기세는 예전 같지 않다. 작년 932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삼성에 처음 1위를 내준 애플은 올해 예상치를 최대로 잡아도 1억5000만대 수준이다. 삼성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아이패드의 선전으로 태블릿PC시장을 합한 스마트커넥티드 기기에서는 격차가 조금 덜하지만 이마저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더욱이 올해는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4, 아이폰5 등 오랫동안 날을 벼린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인 해다. 애플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 보이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니 시장에서의 평가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성공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8월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코난쇼’는 삼성의 창업주는 ‘스테판 잡스(S t e f a n J o b e s)’, 삼성의 로고는 ‘SAMSAPPLE’이라는 조롱이 담긴 패러디 영상을 방영했다. 삼성이 아무리 잘 나가도 애플의 ‘짝퉁’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다.

같은 달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가 업계 리더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일뿐 ‘리더’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매체는 삼성이 짧은 기간 애플과 맞서는 수준으로 급성장한 것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창조성 부족과 낮은 이익률이야말로 삼성의 현주소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시선은 어느새 애플을 향하고 있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에 더 이상은 기대할 게 없다는 푸념이다. 11월 27일 중국 최대 일간지 인민일보는 ‘애플, 전략을 방어적으로 변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팀 쿡은 삼성전자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자 7인치대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해 ‘팔로어’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이 ‘혁명가’였다면 팀쿡의 애플은 ‘개선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12월 8일 로이터 통신은 “애플이 수년간 매우 중대한(truly seminal) 제품을 선보이는데 실패했으며 세계 1인자로서 혁신을 지속하기보다 영역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선 “패스트 팔로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진정한 혁신업체가 되어가고 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월 13일 기준 약 226조원으로 미국의 시총 1위기업인 애플의 40%대를 훌쩍 넘어섰다. 8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의 배심원 평결 이후 애플의 주가는 18% 이상 하락해 1080억 달러(약 116조원)의 시가 총액이 증발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8월 말 4배까지 벌어졌던 두 회사의 격차는 2배 가까이로 좁혀졌다.



삼성전자 주가 오르고 애플은 내리고애플의 수모는 이뿐이 아니다.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나 다름 없던 특허 소송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애플은 시장 경쟁에서는 삼성에 눌렸지만 법정에서만큼은 양상이 달랐다. 특히 본토인 미국에서 열린 8월 배심원 평결의 결과로 삼성에 ‘카피캣(모방꾼)’의 오명이 씌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갈수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선 애플의 핵심 특허 기술들이 잇따라 효력을 잃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12월 7일 애플의 터치스크린 휴리스틱스 특허(949특허)가 무효라고 예비 판정했다. 이 특허는 화면을 정확히 터치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의도를 감안해 보정해주는 기술로 ‘멀티터치’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특허권자로 등재돼 있을 정도로 애플이 자랑하는 특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애플은 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미 특허청이 “신규성이 없고 진보성도 약하다”고 판단한 만큼 애플이 핵심적인 무기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 특허청은 10월에도 바운스백 특허(381 특허)가 무효라는 예비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바운스백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끝까지 다다랐을 때 화면을 되튕기는 기술인데 8월 배심원단이 삼성에 10억5000만 달러(1조 1400억원) 배상 평결을 내릴 때 적용한 특허 중 하나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 특허가 무효가 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체 배상액 가운데 5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에서의 1심 최종 판결 분위기도 달라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법원의 루시고 판사는 12월 17일(현지시간) “특허 침해 평결을 받은 삼성 제품 26종을 판매금지 해달라”는 애플 측 신청에 대해 “677특허나 087특허를 침해한 것이 애플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677과 087특허는 '둥근 모서리’나 ‘화면 아래 홈 버튼’ 같은 아이폰 디자인 관련 특허다.

고 판사는 “삼성이 애플의 고객층을 잠식했을 수 있으나 애플의 고객층을 완전히 휩쓸어가거나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을 못하도록 몰아낼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이번 소송은 매출 손해에 대한 것이지 시장에서 생존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특허 침해가 인정될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쪽으로 해결을 해야 하며, 판매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독일의 특허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블로그를 통해 “이번 판결이 항소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질 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삼성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 배심원단은 8월에 삼성과 애플 간 소송과 관련 “삼성이 10억50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고,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갤럭시S2를 포함한 삼성 스마트폰 26종의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배심원 평결 그대로 최종 판결을 내리는게 관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고 판사는 또한 “8월 배심원단이 평결한 삼성전자의 일부 배상액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지급해야 할 10억5000여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은 12월 18일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 아이폰4S 등을 판매금지 해달라고 독일·영국·프랑스·네델란드·이탈리아 법원에 냈던 신청을 취하했다. 그러나 표준특허에 해당되지 않는 쪽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신청 등에 대해 소송을 물리지 않았다.

통신 분야에서 표준특허란 통신을 하기 위해 반드시 써야 하는 기술로, 이 특허를 가진 회사는 사용하려는 기업에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이용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프랜드(FRAND)’ 원칙이라 부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기보다 제품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법정 다툼보다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단, 삼성전자는 해당 지역 소송에서 표준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 주장은 이전대로 유지하고 상용 특허 침해와 관련된 판매금지 신청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애플은 무차별 소송 벌이다 역풍 맞아삼성전자의 유럽 지역 판매금지 신청 철회 결정은 미국 법원이 애플이 제기한 삼성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요청을 기각한 것과 같은 날 나왔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유럽지역의 표준특허 관련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현지 소비자의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애플은 지나친 소송에 대한 역효과로 소비자 선호도 하락의 역풍을 맞고 있다.

12월 13일 캐나다의 한 잡지는 한국을 ‘올해의 승자’로 꼽으며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는 등 한국 기업들이 2012년을 지배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올 한해 시장과 법정을 오가며 벌인 삼성과 애플의 대결에서 적어도 ‘올해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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