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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Ⅱ - 물 만난 수처리 시장 L G ·코오롱·웅진 신바람

Special ReportⅡ - 물 만난 수처리 시장 L G ·코오롱·웅진 신바람

태양광·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 기대주 중 수처리만 승승장구…해외 프로젝트 수주 잇따라
코오롱 건설이 수주한 인천 승기하수처리장.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은 녹색기술산업 분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제조업 중심 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 중심인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집중 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총 24조5000억원이 투입된 이 정책에 선정된 분야는 녹색기술, 첨단융합, 고부가 서비스 3대 분야의 17개 업종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신성장 동력 분야의 부가가치를 약 700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수출액도 9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 고도물처리산업, LED응용, 그린수송시스템 등 6개 분야가 포함된 녹색기술산업은 미래 대체 에너지 자원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태양광·전기 자동차·2차전지·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은 업종을 불문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유로존 재정위기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 명운을 건 OCI와 한화그룹조차도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를 미루고 있다. 중국에서는 퇴출돼야 할 기업이 정부의 도움으로 명줄을 이어가고 있다.

예상보다 느린 발전속도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신성장 사업에 투자한 기업이 하나 둘씩 발을 빼는 가운데 유독 잘나가는 사업이 있다. 바로 고도물처리산업으로 대표되는 수처리 사업이다. 수처리 사업은 한마디로 물의 취수·정수와 관련된 제조·서비스업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취수해 정수 처리한 후 공급하고, 이미 사용한 물인 하수와 폐수를 이송 처리하는 일이다. 수처리 사업은 상수도 사업, 하수 폐수처리 사업, 해수담수화 사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21세기 물 산업이 20세기 석유 산업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화로 산업 폐수가 늘고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들어 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물 산업은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5년 세계 물 산업이 160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에 물 산업 규모가 1조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이 앞다투어 물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분야에서 최근 돋보이는 기업은 코오롱글로벌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해외에서 약 1억 달러 규모의 상수도공사 2건을 잇따라 수주했다. 12월 20일 탄자니아의 수도인 도도마시의 상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펌프장·저수조 등을 신설·개보수 하는 프로젝트를 473억원에 따냈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달 14일에는 가나 서북부 도시인 와시에서 541억원 규모의 상수도 시설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가나 수도청(GWCL)이 발주해 설계·구매·시공까지 일괄로 진행한다.

코오롱글로벌 홍보팀의 이정석씨는 “이번에 수주한 두 건의 프로젝트가 모두 대외경제 협력기금(EDCF)의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으로, 일반 민간 발주 해외사업과는 달리 사업 안정성이 매우 높다”며 “기존에 중동·동남아시아 지역 중심이던 해외사업을 아프리카로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 물 산업 수직계열화 이뤄코오롱그룹은 일찍이 물 산업 부문의 수직 계열화를 이뤄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오염물질 걸러내는 멤브레인 개발)·코오롱글로벌(시공)·코오롱생명과학(수처리제 등)·코오롱워터텍(수처리 공법, 수처리 기자재 등)·코오롱워터앤에너지(수처리 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수처리 시설 관련 전반에 걸쳐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강점을 갖고 있는 수처리 중심의 환경산업 분야에서 ‘해수담수화’나 하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는 ‘하수재이용’까지 수익성이 확보되는 토목·건축 공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호 SBS CNBC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음식물 종량제를 실시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되면서 오염수 처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수처리 분야에서 선두권에 있는 코오롱 글로벌이 이와 관련된 성장 모멘텀을 가질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수처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아직 약하다. 영국 물 전문 기관인 GWI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비올리아 환경, 수에즈 환경, 스페인의 아그바르 등 세계 5대 물 기업은 모두 유럽 회사가 차지했다. 물 산업 특성상 해외 수주 레퍼런스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물 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돼 있고, 고도의 세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도체나 화학기업에서는 제품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과거 실적이 뒷받침돼야만 믿고 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 선진 기업에 비해 축적된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기업의 수처리 사업 현황은 이제껏 플랜트·건설 등에 집중돼 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SWCC)에서 1조1000억원 규모의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두산중공업은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설치·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맡았지만 주요 사업은 건설이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수처리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국 엔퓨어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약 25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를 인수한 건 수처리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수적인 해외 수주 레퍼런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0년 2월 바레인 건설부가 발주한 5억5000만 달러 규모의 하수처리 사업을 수주한 삼성엔지니어링의 프로젝트도 하수 처리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9년 경기도 용인시 하수처리장을 건설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웅진케미칼은 필터 종합 메이커 꿈꿔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수처리 플랜트·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선진 기업과 비교해 수처리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웅진케미칼이 지난해 12월 미국 서부지역 수도관리국과 체결한 역삼투필터 납품 계약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웅진케미칼은 1994년 국내 최초로 일종의 분리막인 역삼투필터를 개발해 국내 1위의 수처리용 역삼투필터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일본에 이어 개발한 것으로 해외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역삼투분리막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에서 장기적 영향력 확대에 주력해야웅진케미칼은 막의 사이즈에 따라 구분되는 마이크로 필터(MF)부터 나노필터(NF), 울트라 필터(UF), 역삼투필터(RO)까지 모두 생산하는 필터 종합 메이커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웅진케미칼은 2009년 미국에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2010년에 판매법인을, 2011년에는 생산·판매법인을 만들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처리는 상당히 보수적인 사업”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의 지역별로 고객의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주요 시장에 거점을 마련해 해외 현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삼투필터 세계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약 1조원인데 반해 국내 시장의 규모는 세계시장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도 2010년부터 수처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산업용 수처리 시장에 먼저 진출해 사업역량을 축적하고, 국내외 공공부문의 생활 하수와 상수처리 시장으로 확대해 2020년까지 글로벌 종합 수처리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본격적인 수처리 사업에 앞서 지난해 2월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사와 수처리 사업 합작법인 ‘LG-히타치 워터 솔루션’을 공식 출범했다.

이 회사는 2012년 5월 여수시 하수재이용시설 민간투자사업 추진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용량은 3만5000t 규모로 총 사업비는 약 450억원에 달한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가뭄을 비롯한 급격한 기후 변화에도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여수산업단지의 기업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LG전자는 수처리 시스템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처리 솔루션의 핵심 부품인 멤브레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멤브레인은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일종의 필터로 수처리 사업의 핵심 기술이다. 20세기 초반, 화학 처리제로 물을 정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필터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오염 물질을 거르는 멤브레인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멤브레인 방식 수처리는 물리적인 막을 사용해 물을 걸러낸다. 하수 재이용이나 오염원 제거에서 기존 방식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전통 수처리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보인 기업도 멤브레인 방식이 일반화 되면 기존 수처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 보수적이고 평판이 중요한 이 시장에서 신흥업체가 멤브레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진입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요긴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하주현 수석연구원은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사업 역량을 해외 물 시장 개척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독창적인 사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때 전략적 제휴나 M&A로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해 내부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수주 규모 등 외형적인 실적을 추구하기보다는 진

출 국가 내에서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증대·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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