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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실버 민주주의’에 청장년층 녹아난다

Retirement - ‘실버 민주주의’에 청장년층 녹아난다

노인 인구 늘면서 선거 영향력 커져…정치권은 노인 눈치만
일본의 노인인구가 늘면서 선거 때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도쿄의 한 시장. 노인 행인이 많다.



밥벌이가 침범 당하면 절박한 싸움이 불가피하다. 최근의 세대경쟁이 전쟁 수준에 비유되는 이유다. 노소격차가 임계점에 달했다. 고령국가일수록 더 그렇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노인대국에선 예외다. 고령인구의 입김과 파워가 갈수록 강력해져서다.

한국의 18대 대선이 지난해 말 끝났다. 후폭풍은 컸다. 압권은 ‘50대의 반란’이다. 전에 없던 50대의 몰표가 정치지형을 바꿨다는 평가에서다. 과연 그럴까. 선진국을 보면 이는 반란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가깝다. 인구구성 변화 때문이다. 절대인구가 많은 장·노년쪽이 선거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또 정치공약도 이들 눈높이에 맞춰지는 게 당연하다. 청년보다 노인의 선거참가가 활발하단 점도 실버파워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음을 뒷받침한다. 일본에선 이를 실‘ 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일본 투표연령 2030년 평균 60세일본의 현상만은 아니다. 늙어가는 국가의 공통 화두다. 선진국의 정책항목은 대개 고령자에 유리하게 운용된다. 일부 언론도 노인 입맛의 인기영합을 조장한다. 고령 인구의 정치파워가 강력해진 맥락부터 보자. 이들은 당락의 결정적인 변수다. 규모도 크고 투표율도 높다. 일본의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지난해 9월 기준 3074만명이다(2012년 9월). 4명 중 1명(24.1%)이 노인이다. 800만 베이비부머(1947~49년생)의 맏형(1947년생)들이 가세하면서 규모는 더 커졌다. 노인 인구 증가 속도는 더 놀랍다.

1000만명(1979년)→2000만명(1998년)→3000만명(2012년)으로 1000만명 늘어나는 기간이 19년에서 14년으로 줄었다. 반면 청년 인구는 감소세다. 1990~2010년간 20대(1687만명→1372만명)는 줄고 60대(1185만명→1824만명)는 늘었다. 이 결과 투표자 평균연령은 56세에 달한다(2010년). 2030년엔 60세로 늘어난다.

이들의 투표율은 높다.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선 65~69세(85.04%)가 20~24세(46.66%)의 투표율을 압도했다. 투표자 중 20대와 60대는 각각 전체의 9%, 20%로 집계됐다. 1980년 20대 45.4%, 60대 18.7%에서 2010년엔 각각 30.2%, 38.1%로 역전됐다. 정치권이 노인 눈치보기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1인 1표다. 적극적으로 투표해도 인구구조상 불리한데 청년층은 투표율도 낮다.

문제는 정책 편향성이다. 정치 공약은 실버 입맛에 맞게 바뀌게 마련이다. 예컨대 노인복지 강화 방안이다. 그런데 재원은 한정된다. 결국 청년세대 몫을 빼내 노인인구에 돌릴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은 늘리고 무상급식은 줄이려는 식의 ‘노강청약(老强靑弱)’이 태반이다. 고령시설은 확충하면서 학교 지원은 줄이는 지자체도 많다. 국채 발행을 통한 토목사업도 노인인구가 밀집한 지방권역에 한정된 인프라 투자다.

디플레만 해도 고령정책이다. 절대적으로 연금 생활자에 유리해서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정책도 내수 부양으로 은퇴자를 지지하려는 방안 중 하나다. 재정 수혜까지 줄어든 현역세대 소득은 그 와중에 감소세다. 전성기였던 1997년(467만엔)보다 확연히 줄었다(2009년, 406만엔). 설상가상으로 고용은 악화일로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은 35%로 치솟았다.

압권은 연금 이슈다. 공적연금의 차별적인 수혜 문제다. 결론은 노인은 이득, 청년은 손해다. 후생연금만이면 청년세대에게도 아직은 플러스다. 2010년 기준 70세(1940년생)는 평생 900만엔을 내고 5600만엔을 받고 2010년 출생자는 4900만엔을 내고 1억1200만엔을 받아 그나마 2.3배의 효과는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까지 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1955년생 이하 세대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적자가 불가피해서다.

현재 62세(1950년생)는 502만엔 흑자지만 27세(1985년생)는 712만엔 적자다. 디플레가 계속되면 현역 세대 적자 폭은 더 커진다. 기준은 1950년생, 62세부터다. 그 위는 세금보다 혜택이 많고 아래는 수혜보다 부담이 크다(경제사회연구소). 2010년 출생아는 평생 13%의 소득을 선배 세대에게 넘겨주는 격이다.

정치권은 문제의 심각성을 안다. 청년 세대가 한때 여론의 힘을 업었던 적도 있었다. 2009년의 정권교체가 그렇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한 민주당이 사상 최초로 정권을 장악했다. 이때 아동수당, 고교 무상 교육, 통행료 무료(고속도로)의 3대 공약이 내걸렸다. 청년 활력을 되살려 폐색국가의 활로를 열겠다는 청사진이었다. 다만 정권은 4년을 버틴 게 전부였다. 참았던 보수·기득·고령인구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다.

2006년 후기고령자의료보험 개정도 노인 반발에 밀려 무위로 돌아간 경험이 있다. 75세 이상의 의료수요를 줄이고자 자기부담을 10%에서 20%로 올리려 했는데 선거를 의식해 없던 게 됐다. 의료 쇼핑, 과잉 치료 등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자 2010년 내놓은 장기간병보험 본인부담액 인상 방안도 똑같았다.

이렇듯 노인대국에선 정치권과 고령자의 ‘유착’이 한층 공고해진다. 반(反)고령정책은 그게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에 필수라 해도 실현되기 힘든 정치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노인의 불만을 사면 정권이 끝난다는 학습효과는 갈수록 분명해진다. 반발 반응도 신속하다. 노인 반발은 사실상 즉시처분으로 실행된다. 피해는 현역세대 몫이다. 이럴 때 ‘노’를 외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청년은 투표 관행에서 목격되듯 정치적 의사표현에 미숙하다. 눈앞의 생존싸움 탓에 의지도 여유도 없다. 그래서 청년의 보복은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 꿈을 없앤 사회적 불안 표출은 만혼·비혼화로 연결돼 사회질서에 편입되지 못한다. 맺지 않고 낳지 않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셈이다. 그래도 정부 정책은 립 서비스에 함몰될 뿐이다.

논의되는 해법은 많다. 고령자의 개념 정의를 바꾸는 게 대표적이다.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으로 현역인구의 장기화를 모색하자는 얘기다. 인구변화는 사회질서를 변화·변질시킨다. 이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세대 전체를 배려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은퇴를 강요하지 않는 제도 설계다. 사회·경제적인 종신현역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평생현역과 경제적인 강제은퇴의 갭을 축소하는 것이다. 노노(老老) 격차를 분석해 같은 노인이라도 차별적인 복지혜택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약자를 돕는 건 옳지만 노인 전체가 약자는 아니다. 연금개혁도 재론 대상이다. 세대 격차를 조장하는 지금의 부과방식에서 낸 만큼 가져가는 적립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활발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거제도 개편이다.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함정인 1인 1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성인 연령을 낮춰 청년세대의 정치참여 폭을 넓혀주거나 연령별로 의원 정원을 배분해 세대 격차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자녀양육 부모에게 2표를 주는 방안도 제시된다.

지방 농촌처럼 적은 유권자에 그나마 고령자가 태반인 곳은 친(親)고령 후보자가 손쉽게 당선되는 걸 막아보자는 얘기다. 실제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의원 1인당 유권자수는 최대 2.3배 격차가 벌어졌다. 위법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청년에게 불리한 정치구조를 바꾸는 첫 걸음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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