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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재형저축 들까 말까

Money Tech - 재형저축 들까 말까

최고 금리 받으려면 각종 우대조건 충족해야 … 3년만 부어도 금리 높은 편



“재형저축 들까요 말까요?” 요즘 은행 직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문의다.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하 재형저축)은 1995년 재원 부족을 이유로 사라졌다가 18년 만에 부활했다. 3월 6일 은행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은행들도 과열 경쟁 우려가 나올 만큼 치열한 판매전을 벌이고 있다. 재형저축 상품은 2015년 12월 말까지 판매된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액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가 가입 대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재형저축 판매 첫날인 3월 6일에 29만 계좌가 개설됐지만 25일에는 3만7200계좌만 나갔다. 출시된 지 3주도 안 돼 하루 신규 가입자 수가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처음에는 재형저축 가입 대상자가 900만명으로 추산됐음에도 이처럼 열기가 금세 식은 것은 고객이 재형저축의 장·단점을 제대로 따지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중은행이 출시한 재형저축 상품의 금리는 최대 연 4.6%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금리는 가입하면 모두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최대 금리를 받으려면 신용카드 사용과 자동이체 실적, 월급통장 개설 등의 조건이 붙는다. A은행의 경우 월 50만원 이상의 급여이체, 월 20만원 이상의 카드 사용 실적 등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는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대금리를 받지 못해 재형저축은 정기적금보다 조금 나은 3%대 금융상품에 그친다.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해도 최고 금리는 가입 후 3년 동안만 받을 수 있다.

재형저축은 가입 초기 3년은 확정금리를, 이후부터는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연 4%대 초반을 적용한 재형저축 기본금리가 연 2%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 더구나 상당수 은행이 가입 3년 이후에는 우대금리를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특판 상품 수준의 금리에 그쳐 매력이 반감된다.



7년 이내 해지하면 15.4% 세금 물어 내야재형저축 상품의 가장 큰 매력인 비과세 혜택도 가입 후 7년은 버텨야 누릴 수 있다. 7년이라는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이마저도 챙길 수 없다. 만일 급한 사정으로 중도해지 한다면 금리는 1~2%대로 낮아져 일반 적금만 못하다.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것도 영향이 크다.

과거 직장인의 필수 금융상품이던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은 7년 가입 조건이 있었지만 매년 받는 소득공제 혜택 덕분에 끝까지 만기를 채우는 고객이 많았다. 재형저축은 또 일용직 근로자나 주부는 서민이면서도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할 수 없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이유로 재형저축이 저축보험 등과 같은 상품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축보험은 최대 연 5%가량의 금리를 적용하고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기간이 재형저축보다 길지만 대신 저축보험에는 중도인출 기능이 있어 계약을 유지한 상태로 급전을 마련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형저축이 비과세고 금리도 다소 높아 일반 예·적금보다 매력적이지만 7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다른 금융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없는 등 여러 제약 요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상품이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2월 신규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9%다. 예·적금 금리 평균이 3%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이후 시중은행의 예·적금상품 금리가 떨어졌다. 특히 재형저축 출시 이후에도 주요 은행들은 기존 수신상품의 금리를 줄줄이 내려 대부분 연 2% 후반대다. 이와 비교하면 재형저축의 금리는 높은 편이다. 7년 가입 조건이 부담스럽지만 3년만 유지하면 기본 금리는 챙길 수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재형저축 상품은 일부 국책은행이 연 4.3% 기본 금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도 매우 드물다.

새 정부가 경기 부양과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과세·감세 혜택을 줄일 방침이라 재형저축 만한 상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전처럼 돈을 굴려서 큰 돈을 모으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그래도 재형저축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재형저축은 금리 더 높아재형저축은 시중은행뿐 아니라 일부 저축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 저축은행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기본 금리가 가장 높은 저축은행은 세람저축은행으로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5%의 금리 혜택을 준다. 푸른저축은행과 BS저축은행은 연 4.7%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세람저축은행(5%) 다음으로 하나(4.9%)·KB(4.8%)·모아(4.8%)·드림(4.8%) 순으로 금리가 높다.

기대수익을 높이고 싶다면 재형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기 성과를 꼼꼼히 따져본 후 가입하면 재형펀드로 금리 수준을 웃도는 플러스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선보인 재형펀드는 채권형과 채권혼합형이 많아 투자 위험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재형저축에만 매달리다가 도중에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기면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 상품에도 일부 가입해 놓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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