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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日 청년·노년 세대 간 연금전쟁

Retirement - 日 청년·노년 세대 간 연금전쟁

연금이 복지제도 아닌 ‘빈자의 희생’ ‘젊은층 약탈’ 소리 나와
연금생활자인 노인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이 일본에서 거세다. 사진은 젊은이의 운세를 점쳐주는 노인 점술가.



한국에서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령 불안이다. 가뜩이나 훗날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판에 내 보험료로 납부 의무 사각지대의 노인까지 챙겨주려는 건 아닌지 불만이다. 무임승차는 절대 반대란 의미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쉽사리 가라앉을 문제가 아니다.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은 고령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부담 저급여’의 불가피한 추세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안 내고 안 받는 게 낫다며 연금 폐지론까지 제기한다.



젊은 세대, 연금 안 내고 안 받겠다‘은퇴 선진국’ 일본에서도 연금을 놓고 노소(老少) 갈등이 심각하다. 세대 갈등의 단골 이슈다. 고령 빈곤보다 청년 빈곤이 심한 열도의 특수성도 한몫 했다. 원래 ‘노인=약자’는 복지시스템의 기본 가정이다. 은퇴 이후 근로소득이 없으니 빈곤할 것이란 추정이다. 대개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일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고령자의 자산 규모가 상당해서다. 다른 연령층보다 풍족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고령자도 많다. 갈등은 여기서 생겨난다.

20~30대 중심의 현역 세대와 퇴직 세대의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1990년대 이후 경쟁 논리가 지배하면서 격차가 더욱 심화된게 직접적인 자극제가 됐다. 성장의 과실을 고스란히 챙긴 퇴직 세대를 겨냥해 가난한 후배·자녀가 공격하는 꼴이다. 세대 격차 논쟁이다.

갈등 구조는 부자 노인과 빈곤 청년으로 압축된다. 그 안에 연금 갈등이 있다. 결과는 ‘노인 때리기(Bashing)’로 나타난다. 이때 노인은 유‘ 유자적’의 연금생활자와 동의어다. 일본 정부는 탄탄한 연금시스템을 자랑하며 은퇴생활을 유유자적이란 수식어로 선전했다.

연금생활자 때리기의 근거는 세대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왜 은퇴한 아버지의 수입이 일하는 아들보다 많은가’라는 게 핵심이다. 30세 안팎의 아들은 대기업에 다녀도 연봉 400만엔에 불과한데 퇴직한 아버지는 각종 연금 덕에 500만엔 넘게 받는다. 더구나 아버지의 연금소득은 아들의 보험료에서 나온 것이다. 내 돈을 내가 받는 적립방식이 아니라 내 돈으로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 부과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젊은이가 부유한 늙은이에게 돈을 넘겨주는 일종의 난센스다. 디플레이션도 노인 세대에게 유리하다. 실업 우려가 없는 연금생활자여서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 사이에선 연금생활은 세금 낭비란 지적이 나온다. 복지는커녕 부자를 위한 빈자의 희생, 혹은 약탈 구조란 표현까지 등장한다.

지금의 현역 세대는 납부한 연금조차 제대로 받을지 의문이다. 재정 압박에 따라 지금껏 수 차례 연금개혁을 단행했지만 그 어떤 해법도 후속 세대의 연금 불안을 떨치진 못했다. 개혁 때마다 후속 세대에 불리하게 개편됐다. 근본적인 대개혁이 없다면 후속 세대의 연금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불안은 꽤 구체적이다. 퇴직 세대보다 현역 세대 연금이 줄어든다는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졌다. 당장 연금을 받는 연령만 해도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됐다. 60세 퇴직 때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것과 65세 이후부터 받는 건 천양지차다. 65세 연금 수급 연령대는 1961년 이후 출생자부터다(2011년 기준 50세). 이들 출생자의 2025년 65세 퇴직을 전제로 연령 연장이 이뤄졌다.

그 이전 출생자는 2025년까지 단계적인 조정을 거친다. 1961년 이후 출생자가 최초로 손해를 보기 시작한다. 다만 각종 예측에 따르면 이들은 65세 시점이 아닌 60세 시점에 퇴직할 확률이 높다.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지만 여의치 않다. 정년 연장이 이뤄져도 현역 시절 수입보다 현격히 줄어든다. 어쨌든 유유자적의 선배 수급자보다 노후 상황이 열악해질게 뻔하다.

내는 사람은 적고 받는 사람은 많은 인구 구조에서 연금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푸념과 반발 속에 좌절 중인 현역 세대의 시정 요구다. 세대 격차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들의 미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보험료는 적립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는 고령자에게도 비용 부담을 전가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일정 이상 경제소득을 지닌 고령자의 비용 부담은 사회정의와 공정 실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단순히 ‘때리기’로 폄하하면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50대 장년, ‘마(摩)의 5년’ 공백 걱정이는 왕왕 일본식 복지 시스템의 재편 논의로도 연결된다. 단순한 연령적 복지 논쟁에서 벗어난 계층적 정책 수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후 복지 방향이 고령화에서 저출산으로 다소나마 방향을 튼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논의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민주당 정권은 공약집에서 고령자에 대한 정책 시혜보다는 아동 수당 지급, 무상 교육 등 출산율을 높이는 대책을 강조했다. 다만 지금의 자민당 정권은 어떨지 미지수다. 다소 부정적이다.

반발도 거세다. 알려진 것보다 연금생활자의 삶이 그다지 유유자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분명 돈 많은 고령 가구가 존재하지만 이것이 전체 노인의 삶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노후 생활의 질은 연금 유무와 수급액에 크게 좌우된다. 연금이 없거나 수급액이 적다면 실제 대다수 노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상식과 달리 유유자적은커녕 기초 생활마저 아슬아슬한 중류 이하 빈곤 가구가 적잖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적인 연금생활자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현역 시절 수입에 비례하는 후생연금은 2010년 기준 국민연금을 포함해 평균 16만~17만엔이다. 부부면 23만엔 정도다. 또 자영업자와 달리 은퇴 노인은 일자리가 대부분 없어진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유유자적을 떠올릴 상황은 아니다.

적자 가계부가 일반적이다. 고령 부부가 받는 월 23만엔의 연금 소득은 공적연금분이다. 기업연금을 포함해도 연 500만엔은 드물다. 기업연금만 200만~300만엔을 받는 퇴직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일부로 전체를 호도해 세대갈등을 조장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연금생활자의 볼멘소리는 또 있다. 기업연금은 본인들이 받을 정당한 몫이라는 주장이다. 기업연금이 현역 세대의 보험료가 아니라 퇴직 세대가 현역 때 맡긴 목돈과 나중에 받을 일시 퇴직금을 재원으로 삼았고, 이 자금의 운용 결과를 연금처럼 지급받는 것에 불과해서다. 정당한 권리를 세금 수혜처럼 포장하지 말라는 반발이다. 특히 기업연금은 JAL 파탄 이후 감소 추세다.

그럼에도 1961년생 이후 출생자의 부담은 확실히 선배 세대보다 많다. 인플레이션 시대 때 일으킨 주택대출을 비롯한 부의 유산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택구입 시점은 대개 1980년대 중·후반으로 버블이 한창일 때였다. 이에 비해 소득원은 외벌이가 대부분이다. 자녀 출산도 늦어져 50대 때 교육비가 절정에 달한다.

과거엔 55세를 피크로 임금상승이 이뤄져 주택·교육비가 해결됐지만 이젠 임금이 50세 이후부터 떨어진다. 월급이 줄어도 후배에게 밥을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가족에게 경제적 걱정을 시켜선 안 된다는 게 이들 1960년대 출생자의 자존심이다. 이들의 노후 생활이 걱정되는 건 당연지사다. 지금 열도의 50대는 ‘마(摩)의 5년’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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