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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평생 연금 냈는데 납부 기록 없다니…

Retirement - 평생 연금 냈는데 납부 기록 없다니…

일본에서 연금기록 누락 문제 심각 … 미래 ‘은퇴 대국’ 한국도 점검 해봐야



연금 불신. 이른바 ‘은퇴 대국’이라면 공감할 불가피한 화두다. 심각하게 늙어가는 한국에서 딱 그렇다. 연금불신론이 갈수록 뜨겁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의 돈 문제니 당연지사다. 핵심은 세대별로 엇갈리는 보험료와 급여간의 차별적인 수지타산 문제다. ‘덜 내고 더 받는’ 노인세대보다 ‘더 내고 덜 받는’ 청년세대의 불만이 크다.

더구나 ‘덜 받을 돈조차 있을지’ 앞날이 의심스럽다. 2060년 국민연금기금 고갈이 예측되면서 불씨가 번지는 추세다. 2030세대로선 날벼락이다. 국면연금 폐지 운동까지 시작됐다. 정부가 기금 고갈과 무관하게 연금 급여는 줄 것이라 교통정리에 나선 이유다. 그럼에도 진정될 기미는 거의 없다.



연금불신 갈수록 심해져공적연금의 설계도를 해체해 보면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불안감은 일견 당연하다. 연금구조의 치명적인 한계 탓이다. 애초부터 청년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하도록 적립식으로 설계(세대부양)돼 제도유지는 힘들 수밖에 없다. 청년은 줄고(저출산) 노인은 늘어나니(고령화) 재원 부족은 필연적이다. 매년 거둬들인 보험료를 급여로 나눠주는 부과식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그렇다고 폐지 주장은 성급하다. 연금제도의 필요성과 존재 의의는 고령 국가라면 포기하기 힘들다. 청년의 울분도 타당하다. 상대적 박탈감은 공감할 만하다. 특히 연금제도는 갈수록 청년 그룹에 양보와 손실을 요구하는 추세다.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불리한 형태로 개혁되거나 각종 틈새가 발생한다. 부모 세대처럼 짭짤한 연금 급여를 받을지 미지수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뿐인 한국에선 반발감이 더 크다. 의존성과 관심도가 크기에 더 그렇다. 그나마 일본보단 좀 낫다. 일본은 연금불신론이 한층 복잡하다. 일본의 중층적인 연금 시스템은 노후 소득의 원천이다. 조건만 갖추면 유유자적 연금생활자로 걱정 없이 살아간다. 좀 부족해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무난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단, 대전제가 있다. 거액 연봉의 정규직 퇴직자일 때 얘기다. 비정규직이거나 저소득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공적연금조차 사각지대가 넘쳐나고 저연금·무연금자가 수두룩하다. 운용 악화로 기업연금의 호시절도 끝났다. 이를 확인한 청년 세대가 보험료를 안 내겠다 버티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연금을 둘러싼 재정 불안과 감액 개혁은 한국과 일본의 공통 딜레마다.

특히 일본의 연금 불신은 셈법이 한층 복잡하다. 연금 불신의 근거는 미진한 기록에서 비롯됐다. 역사가 길고 자료가 방대해 납부기록 정리 과정에서 공중에 떠버린 피해자가 속출한다. 피해자가 상당수 확인되면서 연금무용론으로까지 악화됐다. 불신감은 남녀노소 공통적이다.

특히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쪽이 현역 세대다. ‘돈을 내도 못 받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연금 불신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여론조사를 보면 노후 불안의 최대 원인이 공적 연금 불신이란 데 이견이 없다. 갈수록 인식이 나빠지는 건 불문가지다. 특히 20대의 연금 불신은 90%에 육박한다.

불신을 초래한 연금 이슈는 크게 4가지다. 첫째는 미납 문제다. 자영업자 등의 납부비율은 이미 60%선을 뚫고 내려왔다. 10명 중 4명이 보험료를 안 낸다는 뜻이다. 국민개보험이란 말이 창피할 정도다. 다만 이는 과장된 수치일 수 있다. 전체 피보험자의 미납 비율은 4.5%에 불과하다.

보험료를 자동 이체하는 샐러리맨과 그의 배우자 피보험자가 반영되면 극소수다. 면제자와 특례·유보자까지 합해도 12%다. 결국 미납 문제가 연금제도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납자 탓에 연금 재정이 파국에 맞을 것이란 전망은 다소 섣부르다.



연금 기록 누락에 장관이 반성문 쓰기도둘째는 연금 재정의 불안이다. 국민연금 급부 재원은 2009년까지 국고(3분의 1)와 보험료(3분의 2)로 구성돼왔다. 이후부터는 국고부담이 50%로 늘었다. 50%로 결정됐지만 재원은 불확실하다.

최근까진 ‘매장금(埋藏金)’으로 불리는 재정투융자특별회계의 잉여금으로 벌충했는데 계속 그렇게 할지 알 수 없다. 불안감이 커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연금 재정 악화 문제는 후생연금도 포함된다. 경기 침체로 보험료 수입이 줄면서 재정 압박이 심화됐다. 월급 비례라지만 공적연금이라 정부 부담이 크다. 결국 증세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셋째는 세대 격차론이다. 공적연금은 현역 세대의 보험료로 퇴직 세대의 연금을 대주는 이른바 ‘세대간 부양’ 성격을 갖는다. 때문에 저출산·고령화로 급부와 부담 관점에서 세대간 소득 재분배를 둘러싼 격차가 발생한다. 이를 막고자 2004년 연금개혁 때 격차 확대를 막을 제도장치를 마련했다. 미래 보험료 부담의 상한을 고정하고 국고 부담을 50%로 늘리며 향후 수급 세대의 전체 금액을 억제하는 형태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그럼에도 젊은 현역 세대일수록 연금손실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대세다.

넷째는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피보험자 문제다. 샐러리맨의 피부양 배우자(전업주부 등)는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맞벌이라면 부부 모두 보험료를 납부하는 게 원칙이다. 남편이 샐러리맨이고 아내가 자영업자라면 아내는 보험료 납부 대상이다. 남편이 직장인이면 아내가 전업주부든 자영업자든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당연히 불공평 문제가 거론된다.

여기까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적 연금 불신을 부추긴 또 다른 메가톤급 악재는 연금기록 누락 문제다. 2007년부터 가시화됐다. 사회보험청의 연금기록 데이터에 납부자를 확인할 수 없는(기초연금번호로 통합되지 않은) 과거 연금기록(후생연금번호·국민연금번호)이 약 5000만건 발생했다. 그중 60세 이상의 약 2880만건 기록에 대해 연금지급이 누락된 것으로 의심된다. 급부 청구 때 확인을 잘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다. 피해는 고스란히 연금 수급자에게 돌아간다.

연금 누락 피해를 받기 쉬운 경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전직 경험 보유자다. 젊은 시절 직장을 옮겨 복수의 연금번호를 지닌 경우로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연금번호를 3개나 가진 경우도 많다. 결혼해 성을 바꾼 사람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결혼 전 2~3년 근무한 뒤 남편(배우자)의 부양가족이 된 경우가 그렇다. 부양가족 때 신규 번호를 받으면 미혼 때 납부 기록은 공중에 떠버린다. 미혼 때 가입한 연금은 못 받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학생 때 부모가 대신 낸 연금도 아슬아슬하다.

취직 후 신규 번호를 받으면 학생 때 기록은 누락될 수 있다. 추후 성명·생년월일·가입기간·주소지 등이 일치해야 통합관리를 받을 수 있다. 어려운 이름이면 전산입력 때 착오가 발생한다. 1980년대 사회보험청의 연금기록 입력 때 실수가 고쳐지지 않고 현재에 이른 경우다. 조회해도 이름이 달라 발견하기 어렵다. 과거 기록이 없다면 대개 이런 사례다.

심각한 건 뒤지면 뒤질수록 새로운 기록 누락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된다. 일본의 주요 언론은 이를 ‘사라진 연금’ 문제로 규정했다. 일본연금기구는 컴퓨터로 관리 중인 연금기록 5095만건이 해당자 불명으로 확인돼 2010년에 1197만명의 기록을 복구했다.

국민 10명 중 1명의 연금기록이 공중에 떴다는 얘기다. 구설수는 계속된다. 2010년 50세 이상 가입자·수급자 중 100만 명 정도가 연금 기록과 원장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결과가 발표됐다. 기록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보여줬다. 9억5000만건의 연금 기록 중 중복치를 뺀 7억2000만건에 대해 4년간 일일이 대조한 결과다.

그나마 샘플조사라 실제 불일치는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010년 후생성 백서에 이례적으로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사과 반성문’이 게재된 이유다. 2011년엔 100만명의 전업주부 연금누락을 이유로 관계 부처 장관과 실무 담당자의 급여 반납 징계가 내려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라진 연금’은 당분간 지속될 이슈다. 워낙 방대하거니와 새로운 오류가 속속 확인돼서다. 이쯤에서 한국으로 되돌아와 고민한다. 한국은 과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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