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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선텍 태양광 파국의 상징

빛 바랜 선텍 태양광 파국의 상징

중국 최대 부호 선텍 창업자 파산신청 후 출국금지 … 공급 과잉 완화 기대감도



중국의 세계적인 태양광 회사인 선텍은 3월 15일 미국에서 발행한 5억40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선텍 본사는 파산신청과 더불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선텍이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관련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초래할 전망이다.

2001년 스정룽이 설립한 선텍은 중국 민영기업 중 최초로 200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설립 10년 만에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과 전지 제조업체로 떠올랐다. 잘 나갈 때는 본사 직원 수만 2만 명에 이르렀다. 스정룽 자신도 2006년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대 부호로 이름을 올렸다.



‘묻지마 투자’가 화 불러지금 선텍의 상황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참하다. 시가총액은 상장 초기 49억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3월 현재 부채 규모는 35억 달러를 넘어섰고, 직원 수도 2000명으로 줄었다. 미국 피닉스 공장은 문을 닫았다. 스정룽도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중국 정부는 그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잘 나가던 선텍이 파산까지 이른 원인은 뭘까.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을 바탕으로 ‘묻지마 투자’ 사업 확장에 몰두한 탓이 크다. 스정룽은 처음부터 몸집 키우기에 매달렸다. 2007년 3억 달러를 박막전지 분야에 쏟아 부으면서 2010년 태양광 패널 판매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여기까지였다. 곧이어 동종 업체가 난립하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졌고 가격도 폭락했다. 태양광 패널가격은 2011년 와트당 1.4달러에서 현재 0.7달러로 반 토막 났다.

지나치게 해외 마케팅에만 집중한 것도 패착이다. 선텍은 태양광 패널 제품의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미국·유럽연합(EU)·인도가 반덤핑 공세를 이어가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 외에 스정룽 개인의 문제도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마디로 제왕처럼 군림하며 마치 개인회사처럼 기업을 경영했다. 선텍 경영진 또한 자신의 가족·친척·친구 등으로 채웠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 어려웠다. 투자 역시 주먹구구식이었다. 박막전지 기술개발을 위해 스촨 대학과 공동으로 자회사를 설립하며 13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다.

2006년 일본 MSK 인수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빈 껍데기만 남았다. 2008년 사들인 독일 회사 역시 이내 문을 닫고 말았다. 더욱 가관인 건 2011년 선텍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때였다. 당시 스정룽은 우시 힐튼호텔을 통째로 빌려 초호화판 기념행사를 벌였다. 애초 행사예산으로 110만 달러가 책정됐지만 저녁에 대규모 야외 파티가 추가되면서 50만 달러가 더 들어갔다. 당시 선텍은 이미 자금난을 겪을 때였다.

이번 선텍 사태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를 보는 듯하다.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던 이카루스가 추락한 건 자기 한계를 깨닫지 못하고 과욕을 부린 때문이다. 다른 중국 태양광 기업들도 상황은 어렵지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선텍이 배울만하다. 싸이웨이LDK는 지난해에만 30억 위안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려 1만8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정부 역시 LDK의 주식 19.9%를 2300억 달러에 매입하면서 ‘산소 호흡기’를 달아줬다. 차오르태양광은 지난해 3분기 말 부채 규모가 36억 위안에 이른다. 이 중 단기 대출이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13억6900만 위안을 기록하자 자구책으로 이탈리아와 미국의 발전소 매각을 발표했다.

바오리시에신과 허베이잉리는 전략적 제휴를 했다. 잉리는 지난해 판매량이 2300메가와트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바오리시에신은 중국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잉리의 적자 규모가 9억5900만 위안에 달하자 3월 20일 두 회사는 베이징에서 전략적 합작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 중소 태양광 기업의 퇴출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본다. 공급 과잉 해소와 생존을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전체 태양광 기업의 절반 이상이 퇴출되고 특히 70% 이상의 중소기업이 짐을 쌀 것이란 예상도 흘러 나온다. 중국 태양광 시장은 각고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3~5개의 거대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태양광 기업도 동병상련대만의 태양광 산업 역시 2~3년 전만 해도 각광 받았었다. 발광다이오드(LED) 산업과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 받으며 급부상했다. 당시만 해도 태양전지 공장은 24시간 가동해도 부족할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참담함 그 자체다. 지난해 말 대만 태양광 산업 생산가동률은 50%에도 못 미친다. 대만 최대 반도체 업체인 TSMC조차 태양광 분야 투자를 지속해야 할지를 놓고 올 초 누차 논의를 할 정도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태양광 분야 상장기업 29개사의 손실 총액은 6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중 조금이라도 이익을 기록한 기업은 2개사에 불과하다. 과거 6년간 태양광 업체들이 유치한 투자 자금은 73억 달러였으나 현재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공중에 증발했다.

대만 태양광 산업이 이처럼 참담하게 무너진 원인은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만 태양광 업체들이 원료 장기 계약의 함정에 빠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태양광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2010년 폴리실리콘 가격은 정점에 달했다. 업체들은 저마다 원료 확보에 혈안이었고, 안정적 조달을 위해 공급 업체와 3년에서 8년까지 장기 공급계약을 했다.

당시 어느 업체가 장기 공급계약을 성사시켰다는 뉴스가 나오면 바로 주식이 급등할 정도였다. 네오 솔라 파워는 원료 확보를 위해 폴리실리콘 공급 업체들과 1년 사이에 8건의 장기 계약을 했을 정도다. 이는 결국 한치 앞을 못 본 족쇄가 됐다. 당시 폴리실리콘 1㎏당 가격은 80달러 정도였으나 현재 20달러에 불과하다. 원료를 계약대로 공급 받자니 갈수록 손실이고, 계약을 파기하자니 수억 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기술투자 없이 생산능력 늘리기에만 급급한 점도 문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생산시설만 갖추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자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대신 생산시설을 확충하는데 금고를 열었다.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최소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제품을 생산할 지만 골몰하고 기술개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로 수요가 줄고 중국 업체의 저가 물량이 쏟아지자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글로벌 치킨게임을 주도한 중국 태양광 기업이 처음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 유수의 경쟁기업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선텍의 파산은 단기적으로 태양광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과 대만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과 퇴출로 시장이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 산업이 안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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