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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토종의 반격으로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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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비아그라 특허 만료 … 경쟁 치열해 제약사 간 송사 잇따라



‘팔팔’. 비아그라를 위협하는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 발기부전 치료제다. 한미약품의 팔팔은 지난해 223억원의 매출을 올려 각각 269억원, 256억원 매출을 보인 시알리스와 비아그라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제약업계에서는 팔팔이 지난해 5월 출시됐다는 점에서 월 평균 매출에서는 시알리스와 비아그라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한다. 가격이 비아그라의 30% 정도에 불과해 이미 처방량에서는 두 치료제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글로벌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시알리스를 위협하는 것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 헬스에 따르면 지난해 시알리스와 비아그라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 36% 줄었다. 대신 팔팔을 앞세운 비아그라 제네릭과 국내 신약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약진했다. 매출 5위 안에 팔팔을 비롯해 동아제약의 신약 ‘자이데나 정’, SK케미칼의 신약 ‘엠빅스’ 등 3개가 들었다. 토종의 반격에 정통 발기부전 치료제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국내에선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비아그라의 위축은 지난해 5월 특허 만료 후 제네릭이 쏟아진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시판 발기부전 치료제는 20여종. 이 중 오리지널은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 등 6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제네릭이다. 지난해 비아그라 매출이 256억원인데 비해 비아그라 제네릭은 총 330억원어치 팔렸다.

시알리스 역시 2015년 특허 만료를 앞둬 시알리스 제네릭도 쏟아질 전망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됐거나 특허 보호를 받지 않는 국가에서 생산한, 동일한 분자구조의 의약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오리지널과 효능·효과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받아야 한다.

비아그라 제네릭의 등장은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발기부전 치료제 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제약업체의 의약품 개발 기술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짝퉁 제품 밀수가 급감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가장 큰 효과는 가격 인하다. 지난해 팔팔이 비아그라의 25% 정도 가격인 2500원대 최저가로 시장을 휩쓸자 다른 제약사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2월 출시된 대웅제약의 비아그라 제네릭 ‘누리그라정 50mg’은 2400원이다. 제네릭은 개발 비용이 평균 31억원으로 ‘반의 반값 비아그라’를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100mg 한 정이 50mg 두 정을 사는 것보다 저렴해 이를 구매해 쪼개먹는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 50mg 제네릭이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며 “그동안 비싼 가격 탓에 음성적으로 구매하던 이들이 병원에서 처방을 받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기술 수준이 제네릭 생산으로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알약으로 시작된 비아그라는 최근 필름 형태와 가루 형태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씨티씨바이오·서울제약 등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필름형 제품을 선보였고 삼아제약·CJ제일제당 등 6개사는 가루 형태 제품인 ‘세립’을 내놓았다. 한미약품·대웅제약은 씹어 먹는 ‘츄정’을 판다.

특히 SK케미칼이 지난해 선보인 필름형 ‘엠빅스S’는 100억원 넘게 팔렸다. 휴대가 간편하고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남 모르게’ 복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기호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름형이나 가루 형태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발매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제네릭 등장에 따른 무한경쟁 덕에 발기부전 치료제의 진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외국계 제약사 매출 감소로 울상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화이자와 제네릭 생산 제약 업체 사이엔 특허분쟁이 이어졌다. 화이자는 팔팔을 생산하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금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알약 형태에 대해 디자인 특허가 있다며 “비아그라의 디자인은 ‘블루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색상과 모양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한미약품의 ‘팔팔’이 이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두 제품 간 포장이 달라 거래 단계에서 혼동의 우려가 없는 점, 비아그라 디자인 출원 당시인 1998년 전부터 외국 간행물에서 같거나 비슷한 디자인이 소개된 점을 감안해 팔팔과의 유사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화이자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2월 화이자는 국내 7개 제약사와 진행하던 비아그라 특허 2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화이자 측은 비아그라의 용도 특허가 내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이를 인정치않았다. 이처럼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가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잇따라 특허소송을 걸면서 업계에서는 “화이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소송 전략을 답습한다”는 말도 나온다. 제네릭 출시 이후 매출이 급감하자 디자인 등 특허소송으로 후발주자를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소송과 별도로 화이자는 2월부터 50mg 용량의 한 알 가격을 40% 가량 인하했다. 1만원이 넘던 비아그라 50㎎ 한 알의 가격이 7000원으로 내린 것. 또 필름형인 ‘비아그라 엘’을 출시하면서 시장 재탈환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제네릭의 가격 인하와 다양한 상품군에 영향을 입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연진 한국화이자제약 비아그라 마케팅 PM(Product Manager)은 “가격이나 복용방법 등 발기부전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비아그라의 목표”라며 “제네릭이 많아질수록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며 이는 비아그라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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