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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부진한 실적···주가 오르긴 어려워

Stock - 부진한 실적···주가 오르긴 어려워



주가 하락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재료 탓이다. 시장에 악재가 발생해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수급이다. 매도 압력이 강하면 어떤 상황이라도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이 펀더멘털이다. 주가와 실적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다.

주가 하락에도 질이 있다. 가장 충격이 적은 건 재료 탓에 하락할때다. 악재가 해소되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이 재료에 익숙해지면 하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재료탓의 하락은 시간상 문제로 축소되는 사례가 많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대표적인 예다. 1982년 처음 얘기가 나온 이후 금융실명제는 10년 넘게 주식시장의 가장 큰 악재였다. 그러나 막상 시행이 발표된 후에는 주가를 끌어내린 기간이 열흘에 불과할 정도로 힘이 약해졌다.



주가 하락에도 질이 있다다음이 수급 때문에 발생하는 하락이다. 펀더멘털 악화로 매도세가 강해지면 하락이 오래가지만, 순수하게 수급만의 문제라면 매도가 줄면서 주가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펀더멘털 약화다. 주가가 자기 실력에 맞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하락이 끝나기 때문이다. 펀더멘털 개선이 쉽지않은 만큼 주가가 오랜 시간,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에는 주가가 세 번 하락했다. 5월에 코스피 지수가 1800포인트를 잠시 밑돌았고, 7월에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에는 1800선 중반으로 하락 폭이 줄었다. 지난해 주가 하락은 대부분 재료가 원인이었다. 그리스 사태 악화로 부도 위험이 커졌고,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 금융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도 있었다. 유럽 재정이 건전해진 건 아니지만 국가 부도라는 재료에 따라 하락이 진행된 만큼 해당 사안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주가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최근 주가 하락은 지난해와 비교해 심각한 양상으로 판단된다. 지난해와 달리 펀더멘털 악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때문이다. 요즘 시장의 가장 큰 골치거리는 경제 지표 둔화에도 주가가 높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주가를 현 수준에 고정시켜 놓고 경제가 주가와 맞먹을 정도로 좋아지든지, 아니면 주가가 경제에 맞게 조정되는 것이다. 대부분 후자를 통해 조정이 이뤄진다.

미국 역시 펀더멘털에 따른 하락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배율 (PBR)이 2배를 넘은 경우는 흔치 않다. 지금은 PBR 2배를 소폭 웃돈 상태에서 주춤거린다. 인플레이션으로 미래 장부가치 할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PBR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돼야 한다.

이 대목이 간단치 않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6.3%였다. 올 초만 해도 1분기 역시 4~5%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부진한 경제 지표의 영향으로 기대치가 계속 낮아졌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4년 반이 흐르면서 이제 비용 감축을 통한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직 고용 증가가 본격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지난 2년과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변화에도 기업들의 이익 구조가 달라졌다면 문제될 게 없다. 과거에 비해 경제 상황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높은 수익을 계속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정치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이 또한 녹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미국 기업의 이익 구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익 총량이 경제 상황과 별개로 움직이기 힘들다.

4월 들어 국내외 시장에서 펀더멘털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경제 지표가 나빠진 이유도 있지만 실적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영향도 크다. 현재까지 발표된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종목당 이익이 상당 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적과 경제 지표 둔화는 이른 시간에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가가 자기 실력에 맞는 수준으로 위축되는 과정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펀더멘털 악화 우려…보수적 접근해야종목별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도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 주가가 단기에 20% 이상 하락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실적이 개선된 기업은 주가가 올랐다. 실적에 대한 주가의 민감도가 이렇게 커진 건 건설주에서 비롯된 불신 때문이다. 가뜩이나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에서 실적 둔화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비슷한 유형의 주식에 매도로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

경기 둔화도 종목간 차별화 현상에 한 몫을 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는 데서 보듯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를 확신하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거듭하고 있는 건 역설적으로 해외 시장이 약해졌을 때 우리 시장이 홍역을 치를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런 부담 때문에 가능한 실적 둔화 종목을 매도해 업황이 개선되거나, 이익 전망이 좋은 기업에 투자해 보유 주식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종목간 차별화는 시장간 차별화로 확대됐다. 코스닥 시장이 연중 최고는 물론 2009년 이후 저항선인 550에 도전하고 있는 동안 유가증권 시장은 연중 최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중소형주가 시장의 중심이 되면 상승 동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중소형주는 규모가 크지 않아 다양한 종목과 테마가 동시에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도 급등락을 거듭해 새로운 종목이 계속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여기에 쉽게 투기화되는 약점까지 있다. 약간의 재료나 수급 상황 개선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투기적인 매매를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은 불확실성을 피해 보수적으로 움직일 때다. 이를 바꿀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만약 해외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는 게 이번 주가 흐름의 분기점이라면 그 때까지 현재의 매매 패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한계에도 중소형주와 실적 기대주가 계속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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