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Retirement - “제가 돈 불려 드릴까요?”

Retirement - “제가 돈 불려 드릴까요?”

노인 노리는 악덕 사기 기승 … 연간 피해 총액만 5조엔대



노년 생활은 답답하다. 몸도 돈도 그렇다. 이를 겨냥한 각종 사기도 증가세다. 노인 특유의 불편을 악용한 악덕 상술이다. 돈 많기로 소문난 일본 노인이니 악덕 상술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목표는 노인의 지갑 털기다. 물론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갈수록 상술이 악질적이고 교묘해 골칫덩이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다. 노인 자체가 늘어나서다. 노인 세대 중 부부 세대(559만명)와 단신 세대(433만명)만 1000만명에 육박한다. 악덕 상술의 잠재시장이다.



피해자 80%가 60대 이상돈과 시간이 많은 노인을 노리는 사기·상행위는 대개 악질적인 매매 권유로 정리된다. 정부가 부당 피해를 막고자 취소권 규정까지뒀지만 역부족이다. 악덕 상술의 진화 탓이다. 일본의 주요 언론은 악질 매매를 단골 이슈로 다룬다. 광범위한 피해 사례 때문이다. 악덕 판매 계약 총액은 7000억엔대로 알려졌다. 건수로는 연간 100만건 수준이다. 관계 기관의 상담 사례만 그렇다. 상담 비중이 전체의 14%라니 역산하면 피해 총액은 5조엔대에 육박한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 규모다.

악덕업자는 진화를 거듭하며 사기수법을 정교하게 다듬는다. 고령자가 이들의 상술을 피해가기 어렵다. 일본 주간다이아몬드지는 피해자의 80%가 60세 이상 노인으로 봤다. 또 1인당 평균 계약액은 470만엔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영업정지 돼도 뿌리는 건재하다. 회사 이름만 바꿔 개업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대기업 수준의 사업 모델을 갖춘 큰 손부터 단독 업자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공통점도 있다. 휴대폰·(유령)계좌·명부 등 3대 무기는 이들 사기무대의 공통 분모다.

고령자의 3대 불안은 금전·건강·고독이다. 하나같이 고령자의 주된 관심사이자 약점이다. 이를 해결해준다니 반기지 않을 이가 없다. 사기업자는 이 빈틈을 공략한다. 최초 행보는 꾸준한 관심과 친절한 응대로 요약된다. 금전 문제는 다양·복잡해진 금융상품 상황 변화를 악용해 고이자·고수익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목돈이 드는 주택관리는 무료 진단으로 접근한 뒤 거액의 비용을 요구하는 식이다.

노인 특유의 건강 불안을 심리적으로 조장해 고가의 건강식품이나 전기 치료제 등을 팔기도 한다. 악덕업자는 교묘한 말로 불안을 선동하는 게 특징이다. 처음엔 친절하게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노인의 연금·저축 등을 노린다. 고령자의 생활반경이 집이란 점을 악용해 방문·전화 판매가 많다.

최근 방지책 등이 공론화되자 사기 수법이 더욱 치밀해졌다. 동료 조직을 활용해 반복 접근을 시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집에 큰 문제가 있다고 불안감을 조성한 뒤 다른 업자가 나서 점검 계약을 맺거나 범죄 노출 가능성을 반복 거론해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권유하는 식이다.

이때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거나 분위기를 조성해 결국 덫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전형적인 함정 사기다. 접근법은 대단히 치밀해 웬만하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기를 피하는 거의 유일한 방책은 정보·판단력이다. 그러나 노인은 사회와 단절로 정보에 취약하다. 이 결과 악질 상법의 계약자가 70세 이상인 상담 건수만도 10만건이 훌쩍 넘는다(일본국민생활센터).

수법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가정 판매다. 가정 판매는 자택 방문 후 상품·서비스를 권유·판매하는 방법이다. 강제·장기 권유가 특히 문제다. 대표적인 게 주택 개조공사 권유다(일본은 단독 주택이 일반적). 옆집 공사를 핑계로 사다리를 빌려 지붕에 올라간 뒤 실상은 괜찮은데 누수가 염려된다며 저가 공사를 권유하는 식이다.

설치가 의무화된 화재경보기를 강제로 떠넘기거나 기기 고장 때 수리보다 교체를 강제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개조 공사의 경우 잠시 주춤하다 최근 부쩍 늘었다. 피해자 중엔 치매 증상으로 분별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판단 능력이 불충분한 80세 이상 피해자는 2005년 36.6%에서 2010년 65.7%로 늘었다. 불필요한 추가 공사부터 공사대금 강제 편취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평균 계약액은 약 186만엔이다.

전화 권유를 통한 악질 사기도 많다. 전화를 걸거나 걸게 해서 직접 권유 혹은 우편 등으로 계약하는 경우다. 상담 내용이 서면으로 남지 않기에 강제 권유나 허위 설명이 자주 동원된다. 보이스 피싱은 이제 옛말이다. 외화·선물투자 등 첨단 방법까지 활용된다. 최근엔 이라크·수단 등 낯선 나라 통화에 투자하라는 전화도 많다. 지금 사면 큰 돈이 된다거나 원하면 언제든 환전해준다지만 이후엔 연락조차 없다.

무려 40배를 번다는 말에 솔깃해 40만엔을 투자했다 잃은 80세 남성 사례도 보도됐다. 외화 투자는 확인이 힘든 후진국 통화가 주로 활용된다. 정확한 현재 가치를 모르는 노인이면 당할 수밖에 없다. 2000만엔까지 당한 경우도 있다. 선물투자도 노인 자금을 노린다. 위험고지도 없이 얼마 후 지정 계좌에 입금할 테니 투자하라는 식이다. 원금 보장이라고 안심시키거나 계약을 안 하면 집요하게 괴롭히는 업자도 적발됐다. 선물투자 피해자 평균 연령은 82.2세로 평균 283만엔이 계약됐다.

연속판매도 유명한 수법이다. 한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확대하는 식이다. 여러 상품을 계약하도록 하거나 계약 뒤 다른업자에게 명단을 넘겨 또 권유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상담 사례를 보면 90세 노인에게 새로운 안경 케이스가 나왔다고 한 후 이동차량에서 검안 서비스를 핑계로 안경을 사게끔 했다. 똑같은 일을 두 번이나 당해 아들이 신고했는데 해당 노인은 치매환자로 나타났다.

고율 이자를 준다는 이자 증식 수법도 끊이질 않는다. 큰 돈이 된다고 속이지만 전형적인 사기 수법으로 자칫 전액 손실 위험이 많은 케이스다. 전화 권유를 통한 외화 투자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미술품부터 미공개 주식, 출자금까지 투자방법은 날로 다양해진다. 원하면 연금처럼 매월 배당으로 지급한다고 안심시키거나 다른 이를 소개하면 소개료를 주기도 한다.

미술품은 사전에 경매 정보 전화 메시지를 남긴 뒤 며칠 후 전혀 다른 사람처럼 전화해 특정 작품을 고가에 매입하겠다며 사라고 유혹한다. 들은 얘기가 있으니 혹해서 사면 나중에 매입하기는커녕 연락조차 끊는 것으로 끝낸다. 최근엔 아프리카에서 금을 채굴한다고 속여 거액 채권을 판매한 뒤 해약해주지 않은 업체가 실명 공개됐다. 주된 피해자는 노후 자금이 급한 60대 이상이었다.



일자리 불안한 젊은층 범죄 유혹에 빠져판매 목적을 의도적으로 은폐·접근한 뒤 계약하는 판매 목적 은닉도 잦다. 가전설비·전기·수질 점검 등을 이유로 내세워 석유 급유기나 환기통 등을 파는 경우다. 경품에 뽑혔다며 고객만의 특별 혜택을 강조해 팔기도 한다. 처음엔 무료를 강조한 뒤 추후 구입을 유도하거나 닫힌 회의장 등에 사람을 모아 일용품을 공짜로 나눠 준 뒤 분위기를 고취시켜 고액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SF로 불리는 최면 상법)도 많다. 최면 상법은 바람잡이를 동원하기에 손쉽게 속아 넘어간다. 주된 계약상품은 고령자의 건강 관심을 활용한 건강·의료 보조제 등이다.

노인 상대 사기 판매는 새로운 예비범죄자를 양산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를 사기 무대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당일·고액·단발 아르바이트로 제격이라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이들이 가담하는 형태다. 실제 가공계좌를 만들어주면 계좌당 3만엔을 주거나 전화 사기를 거들어 현금인출기에서 인출해주는 대가로 1회 5만엔의 거액을 줄만큼 관련 범죄가 기승이다. 부업을 넘어 사기꾼과 손잡고 월급을 받다 적발되기도 한다. 체포 때를 대비해 보석금을 마련해둔 뒤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환자들 “사직의사 명단 공개하라”

2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3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4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5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6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7‘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8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9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

실시간 뉴스

1‘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환자들 “사직의사 명단 공개하라”

2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3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4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5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