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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산업 로봇이 차세대 먹거리

의료기기·산업 로봇이 차세대 먹거리

특허기술 넘쳐도 수익성 따져 사업화 … 종신고용은 합리적 선택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엔저 순풍 덕에 올해 캐논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두 자릿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은 기대에 못 미쳐 올 들어 8%대에 그쳤다. 닛케이 평균 주가상승률(34%)에 비하면 부진하다. 투자자들이 캐논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캐논은 디지털 카메라, 오피스 복합기를 잇는 차세대 주력 상품으로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전 회장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冨士夫·79) 회장에게 캐논의 미래를 들어봤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침체 분위기다.

“일안 반사식 카메라(SLR)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그에 따른 렌즈 교환 매출은 좋은 편이다. 이에 비해 콤팩트 디카 판매는 부진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총판매 대수가 30% 정도 줄었다. 스마트폰의 공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카메라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콤팩트 디카는 공존할 수 있다. 일례로 콤팩트 디카에는 스마트폰에 없는 줌 기능이 있다. 캐논의 콤팩트 디카 중에는 50배의 줌 기능을 지닌 제품이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공존을 가능케 할 기능이 1~2년 내 콤팩트 디카 시장을 좌우할 것이다.”

SLR도 중국·유럽 등지에서는 성장 둔화 우려가 나온다.

“SLR은 전 세계적으로 잘 팔린다. 경기와 상관없이 사진 애호가의 교체 수요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뒷받침됐다.”

매출의 50%인 복사기 사업을 어떻게 키울 건가?

“복사기는 복사뿐 아니라 서버 역할을 한다. 정보기술(IT)과 연동해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역할이 요구된다. 따라서 화질과 시스템 솔루션이 복사기의 승부수가 될 것이다. 3년 전에 인수한 네덜란드의 오세(OCE)는 상업 인쇄에 강하다. 상업 인쇄에서 개인 대상 프린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게 캐논 사무기기 부문의 전략이다.”

최근 몇 개월 간 일본 수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캐논의 주가 상승은 완만하다.

“주식시장이 성장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 회사의 성장이 정체된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캐논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가 넘는다. 과거 엔고로 성장성이 더 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거꾸로 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본다. 나는 항상 투자자들에게 대차대조표를 봐달라고 말한다.

캐논의 매출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손실도 거의 나지 않았다.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도 오해다. 캐논은 20년간 미국의 특허취득 수 순위에서 4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다만 그 수많은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준이 엄격하다. 캐논의 고정비 규모로 봤을 때 1000억엔 단위의 매출이 아니면 사업화하지 않는다. 이보다 작은 규모라도 이윤이 50% 이상이 아니면 사업가치가 없다.

캐논이 개발한 SED(Surface-conduction Electronemitter Display·표면 전도형 전자방출소자 디스플레이)는 액정이나 플라즈마 등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화질이 훨씬 좋다. 다만 원가가 비싸 가정용 SED TV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SED 기술은 앞으로 4K 고해상도 시대의 주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디카와 사무기기를 당장 잇는 무기는 뭔가?

“의료기기를 준비 중이지만 시간이 걸린다. 휴대용 뢴트겐이나 안저(眼底) 카메라도 수익률은 높지만 규모로 보면 그다지 크지 않다. 캐논의 강점인 의료 화상 기술을 넣어 크게 키울 계획이다. 또 하나 기대하는 건 생산 자동화 관련 산업용 로봇 사업이다. 산업용 로봇은 이미 우리 회사의 생산 자동화에도 널리 활용한다. 캐논은 로봇의 눈인 센서 기술이나 인공지능, 제어기술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는 공장 자동화 관련 로봇, 장기적으로는 의료용 로봇 사업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1차 아베 정권 때 게이단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베 정권을 어떻게 보는가?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은 게이단렌과 방향성이 닮았다. 내가 게이단렌 회장을 지낸 시절(2006~2010년)에는 4년 동안 네번이나 총리가 바뀌었기 때문에 (정책을 제언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게이단렌은 정책으로 정부와 대화하는 싱크탱크가 되자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소비세·전자 정부·규제 완화 등의 의견을 내놨지만 정권이 바뀌면 백지로 돌아가곤 했다. (정책을 제대로 펼치려면) 어느 정도 집권기간이 길어야 할 것이다.”

아베 정권에서는 돈을 주는 대신 해고할 수 있는 ‘금전해고’ 논의가 있었다. 어떻게 보나?

“무방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또 정사원으로 풀 타임 일하고 싶은 사람과 시간을 정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업무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논은 장기 고용의 장점을 강조하며 인원 삭감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나?

“일본에서는 종신고용이 합리적이다. 자본 전략이나 개발 전략은 국제적인 사안이지만 인사는 지역적이다. 이민이 많은 다종교·다민족 국가로 형성돼 유동적인 미국 사회에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기본적으로 단일 민족으로 서로 돕는다는 정신이 사회 저변에 있다.

그렇다면 그 특색을 살리는 경영 방식이 합리적이다. 미국 같은 곳에서는 공 들여 키운 인재가 금방 회사를 그만두기 쉽다. 교육투자 효율이 나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는 종신고용으로 안심하고 평생교육을 할 수 있다. 입사해서 평생 근무할 생각을 가지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종신고용은 문화적 관리 수단이다.”



4K 해상도 4K는 색을 표현하는 화소가 가로로 약 4000개 담긴 고해상도를 의미한다. 시중의 풀HD TV를 2K(1920x1080)라고 하는데 4K(3840x2160)는 이보다도 가로·세로 두 배씩 4배 이상으로 선명한 영상 기술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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