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새로운 먹거리” 치열한 물밑작업

“새로운 먹거리” 치열한 물밑작업

단독 또는 일본 기업과 합작해 진출 준비 … 텔레마케팅 기업 참여 소문도



“건설사나 시행사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회사가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저울질한다 보면 됩니다. 표면에 드러난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강해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업은 눈치 작전을 펼치거나 진입 형태·시기를 조율하고 있죠.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어떤 형태로 바뀔지 아직 예측하기 힘드니까요. 어쨌든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분명합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주택임대관리업이 부동산 업계의 화두가 됐다.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었다. 건설사·시행사는 물론 관련이 적어 보이는 기업도 관심을 보인다. 주택임대 관리업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기업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이다. 이 회사는 개발·건설 기반의 주택관리임대업을 추진한다. 신영은 주택관리임대업이라고 명명하지만 않았을 뿐 이미 예전부터 비슷한 사업을 했다. 2005년부터 서울 종로구의 레지던스 서‘ 머셋 팰리스서울’을 자기관리형으로 운영 중이다. 2007년부터 서울 상암동의 ‘DMC 빌(Ville)’와 서울 한남동 ‘힐사이드(Hillside)’를 위탁 관리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주택관리임대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자회사 ‘신영홈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년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 공급하는 ‘강남 지웰홈스’ 오피스텔에 주택임대관리업 업무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이수정 신영홈스 사업팀 차장은 “강남 지웰홈스의 입주가 내년 10월 예정으로 아직 멀었고, 관련 법안 통과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사업에 대한 노하우는 충분히 있으니 시장 상황에 따라 대처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택관리업체 우리관리는 일본의 주택임대관리업체인 레오팔레스21과 손을 잡고 시장을 노린다. 이미 합작 자회사 ‘우리레오PMC’를 설립하고 조직과 시스템을 가다듬고 있다. 우리레오PMC는 국내 첫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다. 벌써 일부 건물에 임차인 알선과 임대료 징수 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관리 관계자는 “일본의 유력 회사와 손을 잡은 만큼 주택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 받고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일본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 오는 건 맞지 않다고 판단해 한국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개발할 때까지 시장 진입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신영은 2005년부터 유사 사업KT의 자회사인 ‘KT 에스테이트(Estate)’는 일본의 다이와리빙과 손잡고 ‘KD리빙’이란 회사를 세웠다. KT Estate는 KT가 소유한 부동산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다. 서정욱 과장은 “KT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KT는 쓰지 않는 빌딩은 매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매각이 불가능하면 마땅한 활용 방법을 찾지 못했다. 주택임대관리업에 뛰어들면서 좀더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서 과장은 “현재 2개 지역에서 사업 진행을 위한 인·허가를 받을 예정”이라며 “인·허가가 나면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Estate는 시설 관리(FM)와 재산관리(PM)의 중간 형태로 주택임대관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유명 회사와 합작한 회사와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는 벌써부터 서로를 견제한다. 일본과 합작하지 않은 기업 관계자들은 “일본의 유명 기업으로부터 브랜드만 빌려 오는 것이지,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주택시장은 차이가 크다. 특히 한국에는 외국에 보기 드문 전세라는 개념이 있어 일본의 시스템을 적용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현재 국내 기업과 합작한 레오팔레스21이나 다이와리빙은 건설 기반의 사업자인 만큼 국내에서의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일본 합작사들은 “오랫동안 주택임대관리업에 집중해 쌓은 일본 기업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정욱 과장은 “한국의 임대주택 시장이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일본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기업과 합작해 얻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KT의 경우 주택임대관리와 크게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사업을 펼친 만큼 경험이 있는 기업과 손을 잡는 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빌딩 관리에 주력하는 티마크는 시장의 흐름을 관망한 후 주택임대관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티마크는 SK텔레콤과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기업 프론티어CAN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빌딩과 주택으로 분야는 다르지만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이미 진행한 만큼 시장 분위기를 보고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화용 티마크 본부장은 “대형 임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제외한 중·소규모 임대주택은 시장에 편입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건물주들이 폐쇄적 성향이 강해서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직접 운영하는 형태를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홈스는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영홈스 관계자는 “시장이 나중에 가서는 꽤 규모가있는 기업이 관리하는 대형 주택임대관리시장과 작은 지역을 기반으로 원룸이나 소형 주택의 임대관리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라며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기업으로 시장에 살아남으려면 전문성을 쌓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필수다”고 말했다.



국내 건물주 폐쇄성 강해 어려움국내 건설사의 발 걸음도 빨라졌다. 건설 부문이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더프라우Ⅱ’ 주상복합아파트에 임대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업체인 수목건축 역시 일부 비슷한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목전에 뒀다. 주택관리 업체 풀하우스는 원룸과 투룸 중심의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임대관리 사업을 한다.

업계에 떠도는 소문도 많다. ‘텔레마케팅 아웃소싱이 전문인 한 코스닥 상장사의 회장이 사석에서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의 자산개발 자회사가 사실상 주택임대관리업을 시작했다’ 등이다. 그러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고, 이미 이 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성과가 드러날 때쯤 좀 더 뚜렷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축구 40년만에 올림픽 좌절…홍준표, 한국축협회에 또 ‘쓴 소리’

2민희진 vs 하이브 '노예 계약' 공방...진실은 어디로

3‘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정부 “조속히 환자 곁으로”

4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5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6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7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8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9‘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실시간 뉴스

1한국축구 40년만에 올림픽 좌절…홍준표, 한국축협회에 또 ‘쓴 소리’

2민희진 vs 하이브 '노예 계약' 공방...진실은 어디로

3‘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정부 “조속히 환자 곁으로”

4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5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