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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일본 증시 급등락은 양적완화의 경계신호

Stock - 일본 증시 급등락은 양적완화의 경계신호

조정 대비 리스크 관리 필요 … 선진국 시장 움직임 살펴야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 쟁점은 선진국 특히, 미국이 언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는 지난해 9월 매월 400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올 1월에 국채 450억 달러 매입 계획을 추가해 현재는 매월 8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채권을 사들인다.

최근 연준 이사 사이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자는 논의가 계속됐다. 5월 말 버냉키 연준 의장이 수개월 내에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이사가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현재 상태가 지난해 12월 양적완화 철회 조건으로 밝힌 실업률 6.5% 이하,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2.5% 이하와는 거리가 있어 당장 긴축조치를 강화하긴 어렵다. 물론 실업률과 물가에 대한 기준 충족 여부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유럽도 1.2%에 불과했다. 물가가 3차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빌미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가 된다면 경제상황 때문일거다. 건실한 성장이 계속되고, 앞으로 이런 상태가 이어질 거라 판단될 경우 정책이 바뀔 수 있다. 최악의 경제상황일 때 만든 경제정책을 주가가 사상 최고가 될 때까지 고집할 수는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재정 확대와 금융완화로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이 때문에 미국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올 1월에 소득세 인상, 3월에 시퀘스터(sequester) 발동 등 재정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 전략이 시행됐지만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는 금융정책만 미국 경제를 촉진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돈으로 오른 주가는 사상누각따라서 금융정책 부문에서 출구 전략이 시행됐을 때 미국 경제가 어떻게 반응할 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시장은 아직 출구 전략을 견딜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민간 부문의 자율 성장 기조가 약한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미국에서 626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2008~2009년 사이에 줄어든 866만개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자리의 약 72% 정도만 복원됐다. 실업자는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410만명 늘었다. 미국에서 고용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 실업률 목표치 6.5%를 충족시키기 힘들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비경제 활동인구가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면서 실업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고용회복 속도로 볼 때 올해 말 정도가 되면 미국 경제가 민간에 의한 자율 성장으로 이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전 과정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질 것이다. 우선 올 하반기에 850억 달러 수준인 채권 매입액을 조금씩 줄여갈 것이다. 그리고 연준이 그동안 사놓은 채권을 내년에 내다 팔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은 내후년에나 예상된다. 이런 그림도 미국 경제가 성공적으로 회복을 이어간다는 가정 아래에서 성립된다. 그게 아니라면 양적완화 철회 정책은 마냥 늦춰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이 모자라는 부분을 돈이 메운 모습이다.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형화된 형태다. 따라서 길게 볼 때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유동성 거품이 제거될 때 주가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쯤일까 가늠하는 게 과제다.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투자자들이 양적완화 철회라는 구체적 행동보다 변화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압박을 느낀다. 예상 가능한 주가 하단은 기존 박스권의 밑바닥 수준이다.

다음은 긴축으로 유동성이 줄어들어야 시장이 반응을 시작하는 경우다. 이때 시장은 일정 기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리스크 관리는 양적완화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하면 된다.

일단 전자에 맞춰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 투자 전략이다. 이번에는 금융완화 정책을 펴는 시간이 길었고 유동성 공급 규모가 컸으며, 금리 하락 폭도 상당했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까지 오를 정도로 과도한 반응이 나타났다. 반응이 극대로 나타났기 때문에 금융정책이 조금만 변해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주식시장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움직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세계 3위 규모의 시장이 6개월 사이에 80%나 오른 건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물론 미국시장도 2009년 1년 동안 72% 상승했지만 이는 금융위기로 과도하게 하락한 부분을 되돌리는 형태여서 일본 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점 이후 열흘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한 것도 특이하다. 하루 등락 폭이 2~4%를 오가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유동성에 의한 상승과 하락을 빼고는 이런 움직임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일본 주식시장 움직임은 시속 200㎞로 달리던 자동차를 멈추기 위한 과정과 같다. 여러 차례 하락과 상승이 교차하면서 차차 변동성을 줄이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처음 하락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일본 혼자만의 문제로 치부됐지만 점차 유럽시장 등 약한 고리가 동요하고 있다.



해외 증시 급등락 남일 아니야급등하던 시장이 상승을 멈추려면 여러 번의 브레이크를 밟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주가가 급락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장이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을 일차 표출한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다.

현재 시장은 국내 요소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지금은 경제든 실적이든 어떤 것도 시장에 신선한 상승 요인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선진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상승이 우리 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은 못해도 최소한 주가를 유지하는 힘은 될 수 있다.



시퀘스터(sequester) 원래 ‘격리한다’ ‘가압류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을 뜻하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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